단어에 대한 단상 [낱말의 표정]
둘째가 물었다. “엄마 아이돌이 뭐야?”
엄마랑 언니가 한창 듣는 BTS 노래를 틀어달라며 한 말이다.
“우상이라는 뜻이야. 무조건 믿고 따른다는 의미지.” 라고 대답해주면서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션을 왜 아이돌이라고 부르는지 이해할 수 없어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종교적 이유가 가장 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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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군가를 무조건 믿고 따라본 적이 없다. 성격이 그렇다. 일단 의심이 많다. 부모님도, 남편도, 내가 낳은 아이도 100% 믿지 않는다. 물론 100% 지지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 행동, 생각까지 모두 동의하거나 무조건 믿지 않는다는 말이다.
특히 친구와의 관계에서 이런 점은‘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솔직히 그래서 친구가 몇 없는 것도 맞기는 하다. 예를 들어, 친구가 씩씩거리며 본인이 겪은 황당한 일을 풀어놓는다. 그걸 듣는 나는 일단 친구의 이야기가 본인 입장만을 전달했다는 것을 인지한다. 그리고 상황을 유추해 친구의 감정이 그럴만한 분개인지 아니면 일방적인 열폭인지를 판단해보려 한다. 예전에는 그런 판단을 표현했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친구의 감정을 감정대로 이해해주고, 상황판단은 나 혼자서 한다. 만약 그 괴리감이 너무 크게 벌어지면 관계가 유지되지 못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대개 그런 이들은 불평만 늘어놓거나, 늘 본인 위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다.)
물론 연애는 좀 다를지 모르겠다. 사랑에는 콩깍지라는 생경한 꺼풀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남자에게 뒤통수 맞아본 적은 없다. 하기사 뭐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그이들도 나처럼 냉혈한이긴 했다.
(그중 개인주의 끝판왕과 현재 함께 살고 있다.)
인간관계가 이렇다 보니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우상화하는 것은 더더욱 견제한다. 한 때 좋아하는 스타들이 있었고, 지금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공연장이나 경기장을 찾은 적은 거의 없다. 팬클럽 가입도 전무하다. 나는 늘 구경꾼 같은 B급 팬이었다. 어떻게 보면 나의 스타에게서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그러니까 나 자신이 상처 받지 않으려는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근데 진짜 성격이다.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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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어떤 대상에 대해 무조건이 없나 보다. 나란 사람... 이것저것 가리는 게 많은 사람이구나. 매사에 합리적인 것이 최우선인 남편을 그렇게 비판하면서 말이다. (실은 좀 전에도 한소리 했다. 제발 공감을 좀 하라고 ;;;) 저 자신도 잘 모르고 남에게 훈수나 두는 이렇게 앞 뒤 안 맞는... 난 참... ‘인간적’인 사람임을 이 글을 쓰며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