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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달 april moon May 11. 2021

[서평] 사냥꾼에서 동물보호 운동가로

『커럼포의 왕 로보』를 읽고

윌리엄 그릴 글, 그림 / 박중서 옮김 / 88쪽 / 15,000원 / 찰리북 / 2016

「커럼포의 왕, 로보」는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동물 문학가인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의 단편 소설(1898)이다. ‘시턴의 동물 이야기’ 중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로 2016년 윌리엄 그릴에 의해 동명의 그림책으로 재탄생했다.  

19세기 말, 뉴멕시코 주 커럼포 일대. 겨우 다섯 마리 무리로 마을 목장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늑대 로보가 악명을 떨치고 있었다. 현상금 천 달러에 위풍당당 등장한 사낭꾼들은 하나같이 초라하게 퇴장했다. 영리한 로보가 독약과 덫을 우습게 여겼기 때문이다. 사냥꾼 시턴 역시 약이 잔뜩 올랐다. 그러다 시턴은 로보의 아내, 블랑카를 이용하는 작전을 펼쳤고, 끝내 로보는 연막을 피하지 못했다. 여기까지가 소설의 마침표다.

총 6장으로 구성된 그림책 『커럼포의 왕 로보』가 결말에 담아낸 것은 ‘변화’다. 멸종위기의 회색늑대가 야생동물보호운동으로 9천 마리까지 늘어난 기적을 언급하며 로보로 인한 시턴의 변화, 시턴으로 인한 세상의 변화를 조명한다. 이것이 2017년 볼로냐 라가치(논픽션 부분 수상)에서도 주목받은 이유일 것이다. 우리나라 변역 역시 그 부분을 강조하고 싶었을까? ‘세상을 바꾼 한 마리 늑대 이야기’라는 부제를 더했다.

소설과 그림책의 ‘그림’을 비교하는 재미도 있다. 시턴의 동물 삽화는 스케치성 관찰화로 동물학자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반면 그릴의 그림책은 그림만으로도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만화와 같은 편집 효과를 잘 살려 늑대와 인간을 도식화한 그림은 그들의 대립과 서사에 집중하도록 한다. 그런가 하면 전면을 할애하는 풍경화는 서사를 압도하고, 특히 초상화 같기도, 영정 같기도 한 로보의 얼굴로 가득 채워진 장면은 독자를 압도한다.

소설에서 시턴은 도적 로보를 잡은 영웅이지만, 그림책에서 시턴은 야생동물보호운동을 펼친 의인이다. 동물을 관심의 대상이 아닌, 생명체로 존중하려는 나로서는 그림책이 훨씬 감동적이다. 지구의 안녕을 위한 생태계 시점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그 지점이 바로 내가 이 책을 주변에 자주 소개하는 이유이며, 읽을 때마다 목이 메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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