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새 이야기
잔디밭 왼쪽 흙길을 따라 끝까지 걸어가면 공작 세 마리가 살고 있었다. 관사에 처음 온 날 우리 안의 공작들을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파란 목덜미에 길고도 화려한 깃털들이 뒤로 늘어진 수컷 한 마리는 걷는 모습도 위풍당당했다. 갈색으로 뒤덮인 자그마한 암컷 두 마리는 움직임이 적고 얌전해 보였다.
공작의 생김새를 멀리서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었지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괜히 무서웠다. 할아버지가 모이를 주러 우리 문을 열고 들어가실 때면 멀찌감치 떨어져 있기도 했다. 존재가 신기하긴 했어도 보면 볼수록 공작의 성격이 생김새만큼 아름답지는 않다고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작들은 우리가 이사 오기 전부터 관사에 살고 있던 터라 꼭 터줏대감 같았는데, 특히 수컷은 새로운 사람이 오면 경계하고 가끔은 달려드는 등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성격이야 어쨌든 알록달록 큰 눈이 달린 듯한 수컷 공작의 꽁지깃은 정말 아름다웠다. 털갈이할 시기가 되면 수컷 공작의 꽁지 깃털이 우수수 빠져 몸 크기도 작아 보였다. 할아버지께서 깃털을 주워 와 한 다발로 묶어 거실 벽에 매달아 두신 것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다른 집에서는 볼 수 없을 공작을 기르고, 진품 공작 털이 거실 벽에 걸려 있고, 넓은 잔디밭에 집을 지키는 보안요원까지 있는 집이라니! 우리 집이 참 자랑스러웠다. 그때 우리 집은 반지하에서 나와 겨우 이사를 했을 정도로 상당히 가난했다. 일반 가정집도 아닌 관사가 으리으리한 집 같았던 데는 세 마리 공작의 존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