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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월나무 Oct 27. 2023

산꼭대기 위의 집 10화

산길을 내려오며

  직장동료들의 수다 중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화제이길래 어린 시절 공작 키운 이야기, 닭에게 쫓긴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어릴 때 방아깨비를 엄청 많이 잡았었다고 아이들에게 자랑도 했다. 그럴 때마다 가출했다 돌아온 일도 꼭 함께 생각이 난다. 한 문장으로 담기 어려운 복잡한 마음이 가슴에 찡하고 지나가지만 금세 또 깔깔거리며 웃곤 한다. 살다 보니 어떤 일은 완전히 좋기만 하지도 않음을, 또 어떤 일은 완전히 나쁘기만 하지도 않음을 느껴서다. 


  어린 시절 스스로를 지키느라 마음의 문을 닫고 높은 벽을 쌓아 올렸던 나는, 어른이 되어 감정으로 가는 길을 다시 찾아가느라 긴 시간을 보냈다. 비교적 보편적이지 않은 삶의 스토리가 있다 보니 더듬어 볼 만한 기억도, 숙제처럼 풀어가야 할 과제도, 극복할 때마다 새로 생겨나는 성공담도 풍부해지곤 했다. 대학 시절, 강남에 사는 동기가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고 했는데, 삶의 굴곡이 없다 보니 다양한 감정을 깊이 있게 글에 담아내는 게 어렵다며 스스로 안타까워했다. 그에 비하면 나는 집에서 겪은 일만으로도 다채로운 글감이 넘쳐난다. 이 글 한 편을 쓰면서도 때로는 배를 잡으며 웃고 때로는 엉엉 울었다. 기쁨과 슬픔이 삶의 한 장면에 섞여 있는 것도 꽤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산꼭대기 위의 집이 아름다운 풍경으로도, 비밀 같은 아픔으로도 내 마음에 남아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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