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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완느 Sep 27. 2024

아이의 말 말 말 - 내 마음은 내게 물어보면 돼.

어제저녁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서로 하루 일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장님이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알기 위해서 다 같이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자고 하셔서, 책을 보았노라고 이야기했더니 아이가 하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엄마, 책이랑 내 마음은 다를 수 있어."


"아, 그래?"


"그럼 사랑이 마음은 어떻게 알 수 있어?"


"나한테 물어보면 돼, 그럼 내가 알려줘.

 내가 기다려 달라고 하면 엄마가 기다려 주면 되고, 내가 참을 수 있다고 하면 내가 기다릴 수 있는 거고,

내가 해달라고 하면 엄마가 해주면 돼."


"아, 그런 거구나. 책이랑 사랑이 마음은 다를 수 있구나, 앞으로는 사랑이한테 이렇게 직접 물어보면 되겠네."


"응, 책 안 읽어도 돼, 내 마음은 나한테 물어봐."


와, 순간 감탄이 절로 나왔다. 6살 아이도 스스로의 마음을 설명할 수 있고, 엄마가 자기의 마음을 물어봐 주고 알아봐 주길 바란다는 걸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어쩌면 당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6살 엄마가 처음인 나는 가끔 아이가 순간순간 말로 표현하는 데서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어제저녁 자기 전에 아이가 한 말이 감동이어서 또 기록을.


" 이렇게 예쁜 사랑이가 어떻게 엄마 배 속에 놀러 왔어?"

" 엄마가 초대해 줬으니까 내가 놀러 왔지."

"아, 엄마가 초대해서 사랑이가 엄마 배 속에 놀러 와서 태어난 거야?"

"그렇지, 엄마가 초대해서 내가 놀러 왔잖아."

"엄마 배 속에 있으면서 뭐하고 열 달 동안 놀았어?"

"물놀이하고 놀았지."

"아, 물놀이하고 놀았구나, 그래서 사랑이 지금도 물놀이를 좋아하나 봐."

"사랑이 열 달 동안 엄마 배 속에서 어떻게 이렇게 예쁜 눈이랑 코랑 입이랑 만들었어? "

아이가 활짝 웃는다.

"엄마 보고 싶어서 만들었지."


이렇게 사랑이 충만한 아이인데, 가끔 나는 왜 내 욕구를 이 작은 존재 앞에 내가 제일인마냥 내세웠을까 싶은 날.

아이가 하는 말은 자세히 들어보면 정말 사랑스럽다. 아이에게 사랑을 전하면 사랑이 담김 응답을 하고,

아이에게 짜증을 전하면 짜증이 담긴 응답을 하고, 아이에게 화를 전하면 화가 담긴 응답을 하나보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닐까 하고 어젯밤에는 생각했다. 하루 중에 잠자리 드는 시간과 아침을 맞이하는 시간에는 아이에게 마음을 다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마음이 아이에게도 닿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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