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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깎이 Sep 09. 2016

맘+(스)튜던트

그 순진했던 선택에 관해

나는 엄마이고 학생이다.

내가 맘튜던트라는 용어를 접한 건 올해이지만,

맘튜던트를 봐온 것은 10년 전쯤부터일 것이다.

대학교 졸업 시즌이면 남편이며 부모님, 아이들을 대동하여

색색깔의 멋들어진 가운을 입고 사진을 찍던 여성 석. 박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때에는, 그 어릴 적에는 "우와 멋있다."라고는 쉽게 감탄사를 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멋있다는 말 대신 정말로 존경심을 가득 담아 박수를 쳐줄 수 있을 것 같다.

거기까지 간다는 건 정말로 대단한 노력과 의지와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므로.


내가 아이를 낳은 건 작년 여름이고 대학원 진학 결심도 그즈음 했었다.

대학원 진학에 대한 고민은 오랜 시간 해왔지만 좀처럼 선택이 어려웠던 나는 출산과 육아를 통해 내 선택에 어느 정도 당위를 부여하려고 했던 것 같다.

"회사 다니면서 육아하기는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요. 그래도 대학원을 다니면 아이와 있을 시간이 더 많아지고 제가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요"

대략 이렇게 가족과 회사에 말하고 나는 회사원에서 학생이 되었다.


지금 와서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게 그렇게 순진한 생각일 수가 없다.

일주일에 몇 번 수업 좀 듣고 나머지 시간에 내 새끼 보면 되겠지...라는 생각처럼 안일한 생각이 또 있을까.

물론 내가 공부를 해야 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지원서를 제출할 때엔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맞는 건지, 잘할 수 있을지 내 선택에 두려운 마음도 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언젠간 해야 할 공부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그리고 아이도 내 커리어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맘튜던트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제 2학기가 시작했다.


많은 여성들이, 엄마들이 아이를 낳으면 무수한 고민에 빠진다.

워킹맘은 워킹맘대로 전업맘은 전업맘대로 양육과 자신의 커리어를 놓고 저울질하게 된다.

'내가 내 욕심 채우자고 내 새끼 자라는 것도 못 봐야 하는 게 맞나'

'아이만 키우다가 영영 내 일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닌가'

그리고 주위의 어르신들은 아이 키우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며, 집에서 아이 키우는 게 '돈 버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여러 사람에게 몇 번은 들었던 이야기이다.

그러나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두 마리의 토끼 중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맘튜던트가 되었다.

그리고 딱 한 학기 마쳤을 뿐인데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잃는 건 아닐까 노심초사하는 중이다.

그 노심초사하는 이야기들을 풀어내어 놓고 싶다.


맘튜던트, 내 선택이니까 눈 질끈 감고 나아간다.

선택이 나를 만드는 거니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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