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필깎이 Nov 02. 2016

몇 명이나 알고 있을까

감출 것인가 드러낼 것인가

이중생활을 한 지 이제 9개월 차에 접어든다.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다.

두 개 다 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는 학생이자 엄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직업을 가진 셈이다.

대학원엔 공부하러 갔다.

그런데 공부를 못한다.

왜냐면 수업을 듣는 시간을 빼곤 난 애엄마여야 하니까.

과제고 발표고 어떻게든 하긴 하는데 공부는 못한다.

남들은 청강에 스터디에 도서관에서 맘껏 공부도 하고

원할 땐 언제든 전시를 볼 수 있는데(미술 관련학과에 다닌다),

나는 수업만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온다.

애 엄마니까.

학교 가는 동안 애를 봐주는 친정 엄마한테 엄청난 빚을 지면서 공부를 하는 중인데,

그 마저도 잘할 수 없고, 잘 되지 않으니 참 답답하고 속상하다.


이런 이중생활을 8개월간 어떻게든 견뎌왔는데,

며칠 전 팀 과제를 완전히 망쳐버리고서는 기운이 쭉 빠졌다.

이렇게 공부를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아닌 상태가 과연 좋은 걸까.

욕심에 너무 많은 일을 벌여놓은 건 아닐까.

이렇게 꾸역꾸역 가는 게 맞는가.


힘들 때마다 어디에든

'저 사실 애 엄마예요'라고 말하고 다니고 싶다.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은데도 자꾸 마음속으로는 애 엄마라는 걸 핑계 삼고 싶다.


학과에 내가 애 엄마인걸 아는 친구가 몇 명일까.

내가 직접 말한 사람만 해도 얼추 5명은 넘으니까, 대략 이젠 다 알고 있을까?

학교 입학 전에는 절대로 절대로 애를 키운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애 엄마임을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는 데에 대한 변명으로 쓰게 될까 봐서.

그런데 지금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입학원서 쓰던 그때 그 마음과 열정을 되찾아야 할 텐데.

애 엄마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애 엄마임에도 잘하고 싶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