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국수 2부
나래요양원의 식당은 평소보다 유난히 붐볐다. 생일잔치를 위해 알록달록한 풍선이 벽에 걸렸고, 직원들이 준비한 다과와 케이크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늘 이곳에서 생일을 맞아왔던 말순에게도 익숙한 풍경이었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같은 달 생일자가 없던 그녀 곁에, 순애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순애로서는 입소 후 처음 맞이하는 생일이었다.
"자, 다들 모였으니 오늘의 주인공들을 위해 축하 노래 불러볼까요?"
시설장 은혜가 환한 미소로 손뼉을 쳤다. 복지사들도 어르신들의 손을 맞잡고 함께 노래를 불렀다.
순애는 약간 긴장한 듯했지만, 그 안에는 설렘도 엿보였다. 그러나 말순은 평소와 달리 굳은 얼굴이었다.
노래가 끝나자, 은혜가 따뜻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우리 말순 어머님, 그리고 순애 어머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건강하게, 함께해 주세요."
그 순간, 한쪽에서 손을 번쩍 든 이가 있었다.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철수가 서 있었다. 그는 말순만큼 오래된 입소자로, 자주 말순과 티격태격하곤 하던 이였다.
"그런데 말이야! 올해는 자장면 없나? 배달통도 늙어가 울릉도 앞바다로 간 건가?"
1990년대 이동통신 광고를 떠올린 몇몇 어르신이 피식 웃었지만, 일부는 웅성대기 시작했다. 자장면은 말순 생일의 상징이었다. 매년 말순의 아들이 보내준 음식이었다.
말순의 표정이 일순 어두워졌다.
"아니면 마라도로 이사 갔나? 요즘은 검색도 있잖아. 배달의 민족? 요기요?"
철수의 농담이 이어졌다. 이번엔 결정타였다. 말순의 어깨가 스르륵 내려앉았다.
"그만해라."
그녀의 낮고 단호한 목소리가 식당을 울렸다. 철수는 어깨를 으쓱했다.
"궁금한 건 묻지도 못하나? 박사 아드님, 바쁘신가 보네."
"그만!"
말순이 벌떡 일어섰다. 그녀의 목소리에 식당 안은 정적에 잠겼다. 순애마저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내가 자장면 못 시켜준 게 뭐 그리 대수라고 사람 면박을 줘! 니가 먹고 싶으면 니가 시켜 먹으면 될 거 아이가! 자장면 없이도 생일잔치 할 수 있는 거다. 남 놀리는 재미로 사나?"
말순의 호통에 철수도 발끈했다.
"장난도 못 치나?"
말순은 손에 들고 있던 종이컵을 철수에게 던졌다. 툭-, 그의 가슴을 맞고 바닥에 떨어졌다. 복지사들이 다가와 두 사람을 말렸다.
"그래! 내 자식 못났다! 니 자식은 뭐 얼마나 잘났다고 여기서 큰소리 치노!"
식당은 얼어붙었다. 순애는 입술을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순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다 식당을 나섰다. 그녀의 떨리는 등이 뒷모습으로 남았다. 식당 안은 숨소리조차 멎었다. 철수도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은혜가 서둘러 마이크를 잡았다.
"자, 다들 진정하세요. 오늘은 생일이잖아요. 좋은 날이에요."
하지만 이미 깨진 분위기는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생일상 위의 케이크는 바닥에 떨어져 뭉개져 있었다. 순애는 말순이 나간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복잡한 감정이 눈빛에 맺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