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악플에 마음이 부들부들.

엄마 성 쓰기 청원을 진행했다.

엄마 성 쓰기 청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혼인신고'였다.

혼인신고할 때 있는 항목인데,

'모의 성, 본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에 합의하였는가?' 내용의 항목인데,

여기에 '아니오'를 체크하는 것이 원칙이고 만약에 '예'를 체크하려면 합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쉽게 말하면

아빠 성이 원칙이라 엄마 성을 물려주려면 추가로 합의서가 필요한 것.

나는 이상해서 좀 더 찾아보았다.

호주제 폐지로 엄마성을 줄 수는 있지만 여전히 '부성주의 원칙'이 남아있어서 현실적으로는 어렵고,

아빠의 성이 원칙이기 때문에 엄마의 성을 주려면 합의서를 추가로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부성주의 원칙'도 남아 있을 이유가 없지만,

양보 좀 해서 합의하면 엄마 성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

근데 왜 그걸 혼인신고할 때 해야 하는가?

사실 부부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시간을 들여서 상의해야 할 문제인데,

이 문제를 미리 말하고 혼인신고하는 신혼부부가 몇이나 될까.

그리고 부가적으로 엄마 성을 물려주기 어렵기 때문에,

만약에 이혼하고 엄마가 자식을 양육해도 성을 바꾸기 어렵다고 한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마침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해볼 소모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함께 청원 진행과 페이스북에 홍보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페이스 북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그동안 우리가 올려온 글들을 읽어보긴 했을까?

이미 부모 성을 따를 수 있지만, 민법 제781조 제1항에 규정된 자녀 성(본) 결정 방식이 '부성주의 원칙'이고 우린 그 부분을 '부부간 협의 원칙'으로 개정하고 싶은 것이었다.

청원에서도, 수많은 게시글에서도, 심지어 만화와 동영상까지 제작해서 이 제도의 모순점을 홍보했는데

하나도 읽어보지 않고 그저 '병신들'이라고 욕하는 저 댓글에

내내 화가 났다.

저들은 저렇게 싸지르고 가면 그만인데 왜 나는 계속 이 댓글이 마음에 남을까.

이미 지난 4월에 법무부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에서도

'부성주의 원칙'을 폐기하고 부모의 협의로 정하는 것이

가족생활 내 평등한 혼인관계를 구현하고 가족의 자율적 합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명시한 바 있다.

이미 몇몇 의원도 관심을 보이는 문제라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

저런 댓글 하나를 무시하지 못하는 내가 이상하다.

사실 이상하게도 저 게시글에만 "이미 가능한데, 병신들"과 유사한 댓글이 꽤나 달렸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무조건 엄마 성을 물려주자는 게 아니라

원하는 사람들은 제도적으로 차별 없이 엄마 성을 물려주자는 것인데

아무리 이야기해도 내 맘대로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

생각이 많아지는 저 악플을 넘기지 못해

이렇게 글로 마음을 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