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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Apr 13. 2022

대기업 vs. 스타트업? 굳이 비교하지 말자고요!

대기업에 오랜 기간 재직하다 스타트업(이미 시리즈 C를 넘긴)에 온 지 몇 달 된 분이 HR Risk mgmt. 가 너무 안 되는 거 같다며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하고 고민을 나누어 왔다. 워낙 많이 받는 질문이기도 하고, 나도 동일한 생각을 하기에 공감하면서도 이렇게도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싶어 남겼던 답변. 




지난 2년 여 간 제가 가장 많이, 빈번히 받는 질문 중 하나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뭐가 달라요?"인 거 같습니다. 초반보다야 낫지만 요즘에도 받곤 하죠. 물론 이 역시 정답은 없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대기업에서 온 스타트업 인사담당자로 브랜딩 되지 않게 스스로 경계할 필요도 있는 거 같아요. 대기업에서 온 것을 털어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서입니다. 저도 컨설팅펌과 가장 컨설팅 프로세스에 충실한 회사에서 긴 시간 일했으니 얼마나 그 체계와 리스크를 다루는 일에 익숙해져있겠어요. ^^ 이걸 강박적으로 버려야지 하면서도 또 그것 나름의 시행착오가 있더라고요. 


장황하게 서론을 썼지만 그냥 조직에 당면한 문제가 뭔지를 해결하면 되는 거지 인사 업무를 잘하겠단 힘을 빼야 하는 게 중요하단 생각입니다. 다만 이걸 풀어갈 때 결국은 내가 알고 관심 있는 사람과 조직, 프로세스로 접근하고 풀게 되니 자연스레 인사가 돌아가는 것일 거고요.


그래서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인사가 뭐가 다르냐 하면 하나도 안 다르다는 게 2년 정도 지난 저의 결론이에요. 굳이 다르다면 인사의 다양한 부분에서도 특정 부분들에 훨씬 치중되어 있다는 정도?

스타트업에서 하려는 것이나 하고 있는 것들이 대기업 인사에 없느냐, 없기도 어려워요. 긴 시간 대기업 중심으로 온갖 스터디와 제도 기획, 시행착오들이 축적되어 있는 만큼 맨 도화지에 그려지는 건 거의 없기도 하고요. 그리고 그 모든 걸 매우 낮은 수준으로 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이게 스타트업을 폄하하거나 대기업이 월등하다가 아니라 조직 규모, 업력 등에 기본적으로 압도적 차이가 있는 데다 그 시간과 규모만큼 벌어지고 축적된 상황들은 더더욱 비교 불가 수준이라는 거죠. 


예를 들어 보상만 해도 국제경제상황, 국내 경제상승률, 물가상승률, 핵심인재 확보 계획, 당해 진급 대상에 따른 인건비 변동, 신규 인력 채용 계획에 따른 인건비 변동, 퇴직자 (자연 및 권고)에 따른 퇴직금을 포함한 인건비 예상, 노동계 동향 등등등~ 수많은 변수를 고려해 매년 연간, 반기, 분기 보상 계획을 수립하죠. 


스타트업은? 없죠! 뭐가 있다 하는데 전 없다고 봅니다. 변수와 예외가 일상화되어 있기에. 그럼 대기업처럼 정교화하는 게 맞느냐? 아니죠. 뭐가 어떻다가 아니라 스타트업 씬의 채용시장과 인력 이동에 대한 경향성만 보아도 애초에 접근 자체가 다를 필요가 있더라는 겁니다. 물론 그럼에도 스타트업만의 인력계획 수립, 인원 인건비 계획은 필요한데 이건 거의 잘 되지 않는 거 같아요.


인사 리스크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대기업 인사라 해서 인사 리스크 예상치가 동일하냐? 

HRD, 조직문화, HRM, ER에 따라 접하는 리스크의 성격이 달라요. 제 경우는 HRD부터 ER까지 접했으니 좀 더 접한 케이스가 많지만 그럼 스타트업에 이 모든 게 유효하냐? 이 역시 아니라 생각합니다. 제가 직간접적으로 접한 리스크 중에는 대단히 민감하고 극단적인 케이스가 많았어요. 낮게는 리더십부터 성희롱, 성폭행, 자살, 폭행, 정신이상 등등요. 스타트업에서 아직 한 회사를 겪었을 뿐이지만 이슈로는 아마 어지간한 스타트업보다 많았을 것 같고 방학 중 100개 이상의 회사들을 만나며 간간히 듣는 것만 해도 꽤 되는데 이런 노무, 인사 리스크에 대한 고민이 낮다는 게 솔직한 생각이에요. 근데 대기업과 결이 다른 부분은 절대적으로 연령층이 어리고, 시장의 채용 기회의 폭이 다르기에 대기업의 리스크보다 훨씬 실제 벌어지는 리스크의 종류가 적긴 한 것 같아요. 단, 성희롱 등에 대한 이슈를 예상하지 못하기도 하는 등의 아직 벌어진 건의 수가 적은 만큼 그런 부분에서는 대응이 미흡한 거 같긴 해요. 스타트업 인담들의 노무나 제도적, 법적 지식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한몫하는 거 같기도 하네요.  이건 채용, 조직문화 쪽에 편중된 인사의 인적 구성의 영향도 있고, 대기업에서 오시는 분들도 주로 HRD나 저 직급의 인사담당자가 넘어오다 보니 이 부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기도 해요. 스타트업에서 이것저것 안 한 게 없다 해도 그 수준이 정부지원사업, 기본 노무 대응, 조직문화라 쓰고 복리후생이라 읽어도 무방할 것 들 정도니까요. 


표현이 좀 오만해 뵐 수 있지만 다른 표현은 잘 모르겠고, 저는 "보고 배운' 만큼 보이고 예상 가능하다 생각해요. 면담 중 좌절한 구성원이 우울증 치료를 받게 되고, 구성원 간 개인적 갈등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고, 권고사직 통보를 받은 직원이 다리에서 뛰어내리고, 팀원들과 갈등을 극심히 겪던 구성원이 순간적으로 뛰어내리려 하는 걸 보아 오고 대응하던 저는 더 많고 심각한 경우의 수를 예상하거든요. 하지만 그로 인해 너무 무겁게,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도 있어요. 뭘 더 안다고 마냥 좋은 것도 아니더라는 걸 느낍니다. 


결국 내 앞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걸 푸는 방법으로 뭘 해야 하는지, 뭐가 가장 적절한 지에 대한 최선을 찾는데 집중하는 것이야 말로 최선인 것 같아요. 대기업에선 어떻게 했더라는 문제의 해결보다 쉽게 이럴 땐 이거란 문제-정답형 이슈에 한하면 되겠다 싶어요. 하지만 대기업 출신들이 (딱히 대단한 경험도 없지만 마치 토끼굴에 사자굴 속 새끼 사자가 와서 토끼에게 나 사잔데~ 하듯) '문제-정답'형으로 자꾸 들이대 봐야 기대대로 되지도 않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질문으로 돌아가, 조직건강도 조사.. 

전 이런 것에 대한 효용성에 다소 부정적이지만 지금은 최대한 다리품 팔아 구성원들과 많이 부대껴 보시길 권해요. 저성과자 관리에 대한 건 저도 의도적 퇴출(ㅜㅜ)을 진행해 왔지만 뭘 우려하시는지는 알 것 같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미 들어온 사람에 대해선 피드백이 하나가 있을 거고, 충분한 기회의 부여가 병행되어야 하는데 업무조정도 있겠죠. 하지만 업무 조정에서 간과하는 게 업무를 줄이는 거예요. 1~3개월 정도 기간을 두고 업무 조정, 조직 변경, 업무량 및 범위 축소 등으로 조정해 가는 프로세스가 만들어짐 되긴 합니다. 시장 자체가 퇴사 후 기회가 없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되려 권고사직이란 법적 개념까지 가지 말고 자연 퇴사로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 대기업보단 훨씬 쉽습니다. 추가로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 건 경영진, 리더, 인사담당자의 커뮤니케이션 스킬과 용기인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 구조조정 업무를 할 때엔 용기가 필요했는데 그다음은 스킬이더라고요. 가능한 예상 반응과 그에 대한 각종 대응 방안, 당장 이 테이블에서 일어나진 않아도 인담이 감안해야 할 향후 노무적 이슈까지 감안한 표현의 선택 등은 또 다른 문제거든요. '따뜻하게, 공감하고 위로하지만 할 말을 하는'걸로 합리화되지 않는 게 중요해요.

당장 접근할 수 있는 방법으론 본인이 생각하는 조직의 '리스크' 정의를 먼저 내려보고 그에 대한 상황들을 분류해본 후 뭘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시는 걸 권해 드려요.


핵심인재 이탈에 대해선 이 역시 대기업과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사람이 이탈하면 차질이 생긴다로 핵심인재를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필요한데, 대기업에서 핵심인재다 하는 사람이 보통 R&D에서 해당 기술 자체가 기업 경쟁력이 되는 경우 핵심인재라 하죠. 스태프 직군에도 각 직무별 핵심인재 풀이 있긴 하지만 핵심인재 of 핵심인재들은 별도이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인재들은 보통 회사 내에서 지원이 또 필요한 경우가 많아 이탈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은데, 스타트업은 좀 다른 거 같습니다. 대체 불가능이냐 하면 아닌 경우가 많은 것 같고, 다만 그 정도로 재 채용 가능하냐 측면에서 잡아야 한 다인 것 같아요. 저는 회사가 너무 좋아도 떠난다는 걸 전제로 보고 있어요. 이들에 대한 케어는 대기업의 그것과 큰 차이 없을지라도 그 방법만으론 어렵단 생각을 해요. 대기업의 핵심인재는 확보 후 '육성'이 주요하지만, 스타트업에선 '육성'이 아닌 것 같기도. 이건 회사마다 상황이 모두 다르니 잘 모르겠지만 핵심 중 하난 결국 채용인 듯합니다. 인재풀 자체를 넓힌다는 걸로 핵심인재의 이탈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도 방법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글이 길어졌는데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대기업과 스타트업이란 비교 구도 자체를 내려놓으시길 추천드려요! 


* 결론은 대기업이랑 뭐가 달라요? 란 질문은 그만..

   그냥 책에서 뭐라든, 남이 뭘 하든, 스터디에서 뭐라 하든 우리의 할 일 하면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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