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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Aug 18. 2022

많이 주면 안 나갈까?

스타트업의 보상 설계

http://abit.ly/8f2axo

본문은 원티드에도 기재되어 있습니다. 원티드로 보기 



스타트업에 처음 온 인사담당자로 가장 적응하기 어려웠던 점 중 하나를 꼽자면 보상이었다.

첫째는 공공연한 연봉 공유,
둘째는 경험과 실력 대비 높은 보상,
셋째는 높은 상승률,
넷째는 원칙 없음.
출처: http://abit.ly/8f2axo

이미 1980년대부터 인재전쟁이라는 말이 회자되어 왔지만 최근까지도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인재 레이어가 구분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채용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자금을 퍼부으며 인재 확보와 리텐션에 집중하고 있다. 대기업만의 메리트라 여겨지던 높은 연봉, 풍부한 복지를 넘어서는 스타트업의 보상이 “그래도 대기업에 올 사람은 온다”던 인식을 흔들고 있다. 옵션이 풍부해진 구직자들로 인해 대기업마저 인재 이탈과 확보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게 만든 것이다.

스타트업 대표나 인사담당자들이 모이면 하소연과 고민이 터져 나온다. 대화의 시작도 끝도 대체 보상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느냐에 있다. 과거 채용시장과 보상 장면에서 기업은 절대적 우위에 있었다. 최근 몇 년 간 휘몰아친 스타트업발(發) 파격적 보상과 복지제도는 단기간에 이 균형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직원과 구직자 전성시대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이 보상제도를 고민하지만 기껏 공들여 설계하고도 수시로 일어나는 채용과 퇴사에 당장 급한 불을 끄다 보면 예외 발생에 속수무책이 되곤 한다.


예외가 많다는  유연함이 아니다.
원칙이 없는 거다.  



스타트업의 보상, 뭐가 다를까?


보상은 크게 경제적 보상과 비 경제적 보상으로 구분한다. 전자는 금전적 형태의 보상으로 기본급을 포함한 연봉, 인센티브, 스톡옵션, 복지성 현금이나 복리후생 포인트 등이 있을 것이다. 후자에는 주도적 역할 수행의 기회, 업무 성취감, 성장 기여감, 유연성 등의 각종 심리적 요인들이 포함되는데 조직은 두 영역의 균형을 찾고 구성원의 유인을 높이고자 고민한다. 스타트업이라고 이 범위에서 벗어나진 않지만 좀 더 도드라지는 특성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스톡옵션과 지분

기존 중소기업 이상의 기업과 다른 결정적인 부분이 바로 스톡옵션. 유니콘을 꿈꾸며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급여로는 가질 수 없는 목돈을 한 번에 만질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생겼다. 그러나 몇 년 전보다는 스톡옵션에 대한 매력도가 확 떨어진 모양새다. 사실상 창업멤버가 아니라면 소위 대박을 노리기도 어렵고, 행사를 위해서는 필수 재직기간을 채워야 한다는 점, 다음 투자라운드 규모가 확 커지고 상장쯤 해야 가치가 있다는 점, 무엇보다 내가 쥔 스톡옵션이 가치 상승에 대한 확신이 희박하다는 점 때문이다. 그나마 기대를 하려면 최대한 초기 멤버가 되어야 할 텐데 그러기엔 뭐 하나 불안하지 않은 게 없는 초기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구직자는 많지 않다.

그러나 내가 열심히 하면 회사가 성장할 거란 기대, 그만큼 많은 보상을 가지고 싶다는 열망을 가진 젊고 스마트한 인재들은 연봉보다 스톡옵션에 관심을 보이고 요즘에는 핵심인재 영입 시 스톡옵션보다 지분 딜이 많이 일어나기도 한다.  


2. 연봉의 유연성

높은 초임보단 높은 상승률에 차이가 있다.  

스타트업의 연봉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매체에 오르내리는 일부 유명 스타트업을 제외한다면 아직까지도 최저 연봉 수준의 회사가 월등히 많다. 그럼에도 대부분이 IT 기반 업종인 스타트업에서 개발자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개발자의 연봉을 급격히 높여 놓았다. 신입 개발자 연봉이 5,000~6,000만 원대인 회사가 등장하고 개발자도 1~2년마다 이직을 하지 않으면 실력이 없다라 생각하는 인식도 만연하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비 개발 직군들도 이직이 일상화되어 있어 회사들은 신규 채용이든 기존 인력의 유지든 골머리를 썩는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일단’ 채용하고 ‘일단’ 지키기 위해 보상을 높인다. 대기업에서는 연봉이 문제라며 퇴사를 하겠다 한 들 개인에 대한 연봉을 조정해 주는 일은 거의 없다. 핵심인재급이 아닌 이상, 더구나 과장 이하의 실무자급이라면, 더구나 R&D 인재가 아니라면 더더욱. 최근 대기업들도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뭘 도입한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하지만 극소수 인재에 한정될 뿐이다. 초임부터 직급별, 평가 등급별로 정해진 페이밴드와 상승률 내에서 개인의 협상이 이루어질 여지는 거의 없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젊은 인재들이 많고, 대기업에 가면 사원 대리급에 머무를 경력임에도 상시 연봉 상승과 ‘실제 협상’이 가능하다. 더구나 이직만 하면 파격적으로 뛰기도 하니 단기간에 연봉이 배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차가 낮을수록 스타트업의 연봉 상승률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어진다.


3. 손에 잡히는 복지

스타트업의 복지는 매우 포괄적이다. 또한 근무방식부터 크고 작은 복지 지원이 대기업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마디로 요약해 보면 구성원이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손에 잡히는 제도 중심이라 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건 다음과 같다.


3.1. 비대면 근무 방식

COVID-19 이후 전염 방지를 위한 재택 격리로 시작된 비대면 업무가 이제는 스타트업의 흔한 근무형태로 자리 잡았다. 기존 제조 대기업들이 장치산업 특성상 재택의 어려움이 있는 데다 오랜 근무방식에 익숙해 비대면 근무 도입에 주춤하는 동안 스타트업은 빠르게 전환시켰다. IT 스타트업, 개발직군 중심으로 각종 SaaS Tool을 활용해 일하는 방식이 일반적이기에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매일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구성원에게 엄청난 메리트. 잠시의 바람이라기엔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되고 있는 COVID-19로 인해 이미 비대면 근무는 정착되어 버렸다. 여기에 자율 출퇴근제라든가 시차출퇴근제, 무제한 휴가나 자율 휴가제가 더해진다. 언제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쉴 수 있다는 점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보니 대기업에서도 부분적으로나마 재택근무제를 속속 도입하기 시작했다.


3.2. 눈치 볼 필요 없이 누리는 복지

대기업은 아예 구내식당을 제공하고 교육비나 도서 등 자기 계발비 예산 규모가 적게는 억 단위에서 수백억 단위까지 책정한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의 복지가 매력적인 이유는 ‘허락’의 유무에 있지 않을까 한다. 대기업에서 비용을 쓰려면 해당 부서이든 조직장이든 품의라는 걸 통해 허락을 구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대략적인 원칙만 있고 그 안에서 알아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곳이 많다. 이것은 좋게는 자율이고 신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도의 디테일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하고, 그 이유를 눈치 볼 필요 없다는 느낌.


3.3 좀 더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권한

포지션과 권한을 가질 기회가 높다는 것이 왜 복지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복지(福祉)라는 말 자체가 ‘행복한 삶’이다. 회사라는 조직 내에서 구성원의 행복감을 높이고자 지원하는 것이 복지다. 성격상 외향이냐 내향이냐, 나서느냐 물러서 묵묵히 본인 일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이냐와 별개로 내가 내 일에 권한을 가지고 싶어 한다.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대기업에서는 회사별로 진급연한에 차이는 있어도 보통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순으로 과정을 거친다. 차부장이 되는 데까지 최소 12~20년이 걸린다. 차부장이 된다 한들 조직장이 되는 건 또 바늘구멍이고, 팀장이 된다 해도 권한은 제한적이다. 임원 정도 되어야 자기 조직 내 권한다운 권한이 발휘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0년차라치면 대리 말이나 과장 초중반 정도. 그러나 스타트업에서 10년 차는 시니어에 속한다. 1년 차에도 경우에 따라 조직장이 되고 C-Level을 맡을 수 있다. 물론 짧은 업력과 시니어 풀의 한계 때문이고 창업멤버들의 보직 나눠먹기식의 인사이기도 하지만 훨씬 빨리 ‘권한’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는 직원들의 비율이 급증하고 있는데 단순히 직장 경력기간만으로 리더 경험 없는 이들이 리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발생되는 리더십 이슈도 많지만 일단 이번 글에서는 다루지 않겠다. 중요한 건 대기업에서의 연봉을 보전하면서 포지션까지 받을 수 있기에 대기업 실무자들의 이직 러시를 가속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될 만큼 포지션은 스타트업의 매력적인 보상 중 하나로 포함시킬 수 있다.



스타트업의 보상 고민

보상의 종류로야 더 다양하게 있겠지만 스타트업에서 유독 도드라지는 부분을 요약해 보았다. 독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스타트업은 어떻게 보상을 설계해야 하는가가 궁금할 것이다. 앞서 스타트업 보상의 주된 특성을 다소 장황히 언급한 이유는 이런 보상들이 정착하게 된 배경과 이것들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이유를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 환경 때문에 스타트업의 보상은 정답이 없고 원칙이 있기도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보상에 정답은 존재하기 어렵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을 뽑고 지키려면 어쩔 수 없다 합리화하며 무리해 따라가는 것, 생존이 최우선인 스타트업이 경계해야 하는 점이다. 이 와중에 최선은 우리 회사가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을 명확히 해 원칙을 정해 가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상세한 내용은 각 회사의 방식이 다를 것이기에 이 글에서는 기술에 한계가 있다. 다만 기본적인 보상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다.


Step 1.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 정립하기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 보상의 주요 특성이 왜 매력적인가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단순히 좋은 걸 더 많이 준다가 아니라 구성원의 주도성과 자율성, 즉 ‘내가 요구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으며 조직이 이를 인정한다’는 데에 그 본질이 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보상을 설계할 때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건 어떤 제도를 만들까 가 아니라 연봉과 복지 중 어디에 우리 회사가 강점이 있는가, 실제 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그걸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정리해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린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조직문화를 지향하는가를 정립해 보고 그 달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면 우리는 관계보다 일에, 열심보다는 ‘잘’에 집중하길 바라는 회사라 한다면 육성이나 교육 등의 역량개발성 지원을, 모두가 동일한 책임과 역할의 비중을 갖고 수평적으로 일하길 바란다면 직책을 최소화해 영입 시 포지션보다는 다른 처우를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다.


Step 2. 우리 회사의 체력 가늠하기

최근 스타트업 혹한기가 시작되었다 한다. 무리한 확장과 과도한 투자금 소진, 인건비 과다 지출 등이 우려되던 가운데 경기침체로 투자가 이전만큼 활발하진 않은 것 같다. 각광받던 스타트업에서 자랑하던 복지를 없앴다는 이야기, 다음 투자를 받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몇 달째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야기, 받더라도 이전만큼의 기업가치는 인정받기 어렵다는 이야기, 이미 시리즈 B, C 이상인 회사들의 런웨이(Runway)가 빠듯해 구조조정 중이란 이야기 등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투자 자체가 줄기보다는 과도하게 부풀려졌던 기업가치 재조정이 일어나고, 성장이란 미명 하에 경영능력의 미성숙을 합리화하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이제는 스타트업도 내실 있는 경영과 기획, 계획 역량을 본격적으로 요구받게 될 것이다. 과도한 자금 지출이 투자금이 소진되면 다음 투자, 그다음 투자 식으로 마르지 않는 샘처럼 자원을 쓰던 것에서 번 레이트(Burn Rate, 회사가 운영을 위해 지출하는 금액)와 런웨이(Runway, 보유 자금 대비 운영 가능 기간)를 인지해야 한다. 이것을 인지하고 그에 맞춰 다음 투자를 받든,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이든, 아니면 런웨이 내에서 인력운영과 속도를 조절해 번 레이트를 줄이는 것, 이게 얼마나 가능하냐가 우리 회사의 체력이다. 우리의 체력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인력계획과 보상총액의 범위를 대략적으로라도 설정해 그 안에서 최선을 찾아내야 한다. 경영진과 리더, 인사가 함께 논의하고 협의해 ‘확보’에만 매몰되지 말고 ‘운영 최적화’에도 동일한 수준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Step 3. 투명한 소통, 그 허와 실 사이

많은 스타트업들이 우리 회사는 솔직하고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한다를 외친다. 모든 걸 공유하고 타운홀을 하며 원온원을 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제품, 고객, 문화의 개선과 제안, 일하는 방식, 각종 질의응답, 회사의 지표 등에 쏠려 있다. 투명하고 솔직하게 공유하고 인정하며 때론 설득하기도 해야 하는 게 바로 보상이다. 우리 조직의 지향점, 현재 우리 회사의 체력, 한계, 원칙을 공유하고 그래서 인건비율이 어떤지, 복지 등에 지출되는 인력 운영 비용이 얼마인지 등도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 보통 이 내용에 대해 “그래서 구성원들이 떠나면 어떡하는가?”하는 걱정을 많이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보상 특성 중 또 다른 하나는 만족한다고 떠나지 않는 건 아니라는 거다. 현재 회사에서 만족스럽더라도 다른 회사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그 조건을 가지고 카운트 오퍼를 회사에 던져 협상하거나 떠나는 게 다반사다. 네트워크, 시스템, 그간의 인정 등으로 파격적일 만큼 좋은 기회가 아닌 이상 이직까지 연결되는 일이 흔치 않은 대기업과 큰 차이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200~300만 원 정도로도 이직의 동인이 충분히 되곤 하는 것이 스타트업이다. 우리 회사의 가치를 정립하고 체력을 가늠해 기준을 만든다 해도 이 두려움 때문에 타협하고 예외가 잦아지면 무용지물이 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너무 많은 예외는 유연함이 아니라 원칙이 없는 것이다.


Step 4. 보상 목표와 정의 명확히 하기

스타트업에서 성과급이란 단어를 자주 본다. 모 기업 보상 컨설팅을 할 당시, 성과급 지급 사례를 들여다본 적이 있다. 투자금을 받은 후 고생했다며 성과급이 지급되었고 반기 평가 때마다 성과급이 지급되었다. 성과란 실적이나 지표와는 다른 개념이다. 성과는 향상과 변화를 반드시 포함해야 하고 그 변화는 고객가치를 증가시키고 조직의 재무적 기여를 수반해야 한다. 당시 내 질문은 “이 조직에서 정의하는 성과가 무엇인가?”였고 의견 중 하나는 “엄밀히 성과급이 아니라 격려금이다”였다.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금을 받았다면 성과 아니냐 할 수 있다.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건 개념들을 명확히 정의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이론적이고 단어 싸움 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 조직에서 실적이란, 성과란, 보상의 기준이란 무엇인지를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원칙이고 명분이다. 그래서 보상의 목표와 기준은 구체적이어야 하고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각각의 항목에 어떤 보상을(금전적, 비 금전적), 얼마나 제시할 것인가를 정하면 된다.


Step 5. 보상 구체화 하기

보상 원칙과 기준이 정해졌다면 좀 더 구체화해야 한다. 다양한 것들이 고려되고 정교하게 검토되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에서 고려할 주요 포인트만 간단히 추려보도록 하겠다. 우선은 Pay Level을 정하는 것이다. 경쟁사를 정하고 그 수준에 맞출 것인지, 시장 평균 연봉 수준에 맞출 것인지, 상회할 것인지 아닌지, 상회하든 그 보단 적게 하기로 하든 그 갭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등 우리 조직은 보상 경쟁력을 어느 수준으로 갈 거냐를 정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는 Pay Structure를 정한다. 총보상을 구성하는 세부 항목들에 어떤 게 있는지, 기본급과 인센티브, 스톡옵션 비율과 기준을 말한다. 예를 들면 공통적으로 이 세 가지를 다 제공한다거나, 경우에 따라 조합을 달리 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영업은 기본급 비중을 줄이는 대신 성과 인센티브 비율을 높인다거나, 리더급은 기본급보다 스톡옵션 비중을 높인다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경력 레벨, 직책, 직무에 따라 연봉 상하한선의 범위는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를 정하는데 이때 이탈하는 구성원이 있을 시 잡을 것이냐 말 것이냐의 기준, 전자인 경우 연봉이나 다른 보상의 조정범위는 어떻게 할 것이냐도 포함해야 한다. 즉 연봉과 연봉 조정의 최소~최대값을 정하는 것이다. 이걸 보상 Range Spread라 하고, 세부 결정 기준을 보상결정요소(Pay Contributor)라 한다.

사실 면밀한 평가 제도는커녕 목표 설정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 스타트업에서 보상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설계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러나 회사가 보상을 하는 목적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다. 보상을 많이 하고 잘해준다는 평가에 앞서 우리 보상의 목표, 그 성공적 설계와 운영의 모습은 무엇인가를 그려보자. 그 상은 제각각일지 몰라도 조직이 성장하고 우수한 인력이 지속 유입되고 유지되는 것이 공통된 모습이지 않을까. 또한 우리 조직의 보상 제도가 유효한가에 대한 검증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마무리하며

많은 회사들이 “우리도 보상제도를 만들어야 하는데”라며 문의하곤 한다. 하지만 그 고민의 깊이는 어떤 보상을 해야 인재가 들어오고 안 나가느냐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결과 스타트업들이 앞다투어 경쟁하듯 도입한 보상이 늘며 구성원의 만족도는 높였지만 기업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거의 모든 스타트업은 투자금으로 운용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구매한 결과로 매출과 이익을 내어 그 안에서 경영을 하는 과거 기업의 구조와는 전혀 다르다. 오로지 미래 기대 가치를 토대로 투자금을 받고, 미래를 위해 그 투자금을 단기에 쏟아 넣는다. 혁신적인 기술로 제품을 만든다 한 들, 경영 측면에서는 아직 성숙도가 한참 떨어진다. 이 상황에서 벌어들인 이익이 아닌 투자금으로 경영기획을 하다 보면 세밀한 인력계획과 예산 기획이 어렵다. 모든 게 빠르게 변하고 진행되는 상황에서 면밀한 계획 자체가 맞지 않다는 말도 흔하게 들리지만 한편으로는’‘계획적인 업무’에 능숙하지 못한 스타트업의 자기 합리화라 볼 수도 있다. 앞으로 나가는 법만 배운 상황에서 무작정 보상을 높이고 확장시키는 것 외엔 조절하고 줄이는 법은 배우기 어려웠던 게 사실. 보상의 항목과 이벤트를 고민하기 전에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원칙과 계획을 잡아가려는 노력이다. 합리화의 뒤에 숨어 회피하기보다 어려워도 예측과 대응을 촘촘히 만들어 가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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