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미대를 준비하기도 했고 전시를 자주 가지만 나만의 조용한 취미로 아낀다. 전시나 다른 매체로 작품을 볼 때 작가의 배경과 작품의도를 꼼꼼히 본다.
보통 일할 때 어떤 원칙이나 상황을 정의 내리고 시작하는데 가끔 화가나 작품을 빌어 명쾌히 정리될 때가 있다. 그동안 일하며 정립된 나만의 개똥철학을 정리 중이다. 요즘 그림을 많이 보는데 도움이 된다.
피카소의 어린 시절 그림이 화제가 된 적 있는데 실력이 대단하다. 그런데 그가 위대한 건 어린 시절의 세밀한 표현이 아니라 입체파를 탄생시켰기 때문.
어릴 적 수많은 그림을 그렸고 기본기가 탄탄하다. 그 경험과 실력을 토대로 자기만의 관점을 담아 입체파란 장르를 개척했다. 기본기가 없었다면, 그 기본기의 긴 시간과 과정이 없었다면? 다소 평가절하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낮은 실력에 현대미술이니 하는 화가도 많다)
과감한 생각과 표현, 다른 관점의 접근, 한껏 덜어낸 디테일은 충분히 많은 걸 해본 후 ‘다름’을 만들었기에 대단한 거.
일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지리하지만 깊고 꾸준하게, 많이 해봐야 정말 뭘 안 해도 되는지 알 수 있다. 뭘 덜어내도 되는지는 물론 왜 그런지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래야 나만의 철학이, 일하는 방식이 설득력을 얻게 된다. 해본 게 어설프면 뭘 자꾸 더 얹으려 하고 형식에 치중하며 뻔한 소릴 하게 된다.
다름은 좋은 회사 타이틀, 좋은 스펙인지보다 그 과정에서 뭘 얼마나 깊이 있게 파보았는지와 탄탄한 훈련의 기간을 거쳤는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