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주어진 업무를 하던 대로 할 뿐인 직장인을 높이 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왜 이렇게 하느냐 물으면 으레 "원래 그랬는데요?"라든가 "예전부터 이렇게 했는데요?"란 대답을 해요. 이들은 왜 이걸 해야 하는지에 의문을 갖지 않고 뭔가 불편한 게 있어도 개선하려 하지 않아요. 숙련도만 오르고 이직을 하더라도 수평이동을 하게 되지요. 스킬을 숙련시키지만 역량의 성장은 어렵고 연차와 연봉이 오를수록 언제든 대체 가능해집니다.
저는 현장의 경험을 중시합니다. 성공체험이든 실패경험이든 그 안에서 직접 부대끼고 깨우친 경험을 존중해요. 경험을 상쇄할 만큼 집요하게 공부 등의 간접 경험으로 쌓인 지식과 철학도 리스펙 합니다. 그럼에도 경험의 질은 다르다 생각해요. 뭐가 더 나은가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고, 그 결과 질이 서로 다르다는 거죠.
하지만 경험이 많다고 월등하고 탁월하지는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압니다. 분명 대단한 스펙을 가지고 있는데도 왜 그의 말엔 거부감이 생기거나 동의되지 않을까 하는 때가 있죠. 생각해 보면 "나 어디 출신인데~.", "나 이런 거 해봤는데~."로 딱 그 경험 그대로 박제시키듯 정답처럼 생각하고 말할 때인 거 같아요. 앞서 언급한 숙련공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경험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내 것으로 소화하며 각 경험들을 연결해 하나의 철학과 원칙으로 만들어 가는가. 뭘 해봤다가 아니라 뭘 하고 나서 그다음엔 이렇게가 될 때 경험의 단순 축적이 아니라 역량의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거죠. 보통 한 개인의 경험이란 말 그대로 한 개인의 한 장면에 불과한 거니까요.
인생의 모든 조각들을 나만의 스토리로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짜 역량이고 실력이며 경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진짜 경험을 통한 성장은 통찰과 직관을 포함하는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