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본격 시작 직전 전시에서 보고 감탄했던 권세진 작가의 물의 표면이란 작품입니다. 윤슬 사진인가 싶지만 놀랍게도 먹으로 그린 한국화예요.
더 놀라운 건 3x4m의 대작이고 더더 놀라운 건 가까이 가면 10x10cm짜리 한지가 촘촘히 붙어 완성된 작품이란 겁니다. 멀리서 보면 한 장의 사진 같지만 다가가 낱장을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수묵화죠.
먹으로 이렇게 그렸다고? 낱장을 붙여 만들었다고?
한국화라는 게 선비님들의 기개와 절개를 주로 담아요. 먹으로 그린 그림이나 서예작품을 보면 갈라지듯 거칠고 한눈에도 힘이 느껴지는 붓표현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먹의 농도와 화가의 필체로 작품의 분위기와 성격이 결정됩니다. 이 말은 큰 그림, 세밀한 표현이 어렵단 뜻이기도 해요.
작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합니다.
주제도 주변의 현실과 일상을 다루고 싶었고. 하지만 먹의 특성상 한계가 있고 작업실이 비좁아 대형작품 제작은 어려웠다 해요. 그래서 고안한 게 한지를 잘게 잘라 작업 후 붙이는 방법입니다.
빨리 말라도, 잘 번져도 문제없었고 작은 책상 하나면 작업에 충분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낱장의 느낌이 또 다르고 되려 모여서 하나의 큰 그림이 되었을 때 윤슬의 생생함이 배가 되는 효과도 얻었죠. 우연히 최근 이 작품을 매체에서 다시 보게 되었는데 지금 보니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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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이란 비전은 가지되 현실 속에서 매 순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곳이죠. 정약용 선생께서 "몸은 진창에 떨어져도 꿈은 하늘에 심으라"셨는데 뭔가를 만들기보다 풀어야 하는 게 더 많은 조직에선 비전은 하늘에 두되 매 순간 맞닥뜨리는 진창 속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게 더 현실적일 겁니다. 자원은 늘 턱없이 부족하지만 가진 자원 내에서 나만의 현실적인 솔루션을 찾아가는 게 주효할 거에요. 비전은 위대하되 how to는 손에 잡히고 실효성이 있어야 좋은 솔루션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나만의 방법을 찾아 문제를 뽀개다 보면 그게 축적되며 자기다움이 생기곤 합니다. 이 자기다움이 가득 담길 때 다름이 되어 우리 조직만의 탁월함으로 진화해 가는 거죠. 이 다름을 우린 조직문화라고 부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