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OO Aug 27. 2023

지극히 현실적으로, 지극히 나답게

코로나 본격 시작 직전 전시에서 보고 감탄했던 권세진 작가의 물의 표면이란 작품입니다. 윤슬 사진인가 싶지만 놀랍게도 먹으로 그린 한국화예요.

더 놀라운 건 3x4m의 대작이고 더더 놀라운 건 가까이 가면 10x10cm짜리 한지가 촘촘히 붙어 완성된 작품이란 겁니다. 멀리서 보면 한 장의 사진 같지만 다가가 낱장을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수묵화죠.  


먹으로 이렇게 그렸다고? 낱장을 붙여 만들었다고?


한국화라는 게 선비님들의 기개와 절개를 주로 담아요. 먹으로 그린 그림이나 서예작품을 보면 갈라지듯 거칠고 한눈에도 힘이 느껴지는 붓표현을 쉽게 볼 수 있는데 먹의 농도와 화가의 필체로 작품의 분위기와 성격이 결정됩니다. 이 말은 큰 그림, 세밀한 표현이 어렵단 뜻이기도 해요.


작가는 큰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합니다.

주제도 주변의 현실과 일상을 다루고 싶었고. 하지만 먹의 특성상 한계가 있고 작업실이 비좁아 대형작품 제작은 어려웠다 해요. 그래서 고안한 게 한지를 잘게 잘라 작업 후 붙이는 방법입니다.


빨리 말라도, 잘 번져도 문제없었고 작은 책상 하나면 작업에 충분했습니다. 가까이 가서 보면 낱장의 느낌이 또 다르고 되려 모여서 하나의 큰 그림이 되었을 때 윤슬의 생생함이 배가 되는 효과도 얻었죠. 우연히 최근 이 작품을 매체에서 다시 보게 되었는데 지금 보니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왔어요.


=====================

스타트업이란 비전은 가지되 현실 속에서 매 순간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곳이죠. 정약용 선생께서 "몸은 진창에 떨어져도 꿈은 하늘에 심으라"셨는데 뭔가를 만들기보다 풀어야 하는 게 더 많은 조직에선 비전은 하늘에 두되 매 순간 맞닥뜨리는 진창 속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게 더 현실적일 겁니다. 자원은 늘 턱없이 부족하지만 가진 자원 내에서 나만의 현실적인 솔루션을 찾아가는 게 주효할 거에요. 비전은 위대하되 how to는 손에 잡히고 실효성이 있어야 좋은 솔루션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실적으로 나만의 방법을 찾아 문제를 뽀개다 보면 그게 축적되며 자기다움이 생기곤 합니다. 이 자기다움이 가득 담길 때 다름이 되어 우리 조직만의 탁월함으로 진화해 가는 거죠. 이 다름을 우린 조직문화라고 부르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왜 스타트업으로 오고 싶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