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퇴사 후 스타트업에 들어올 땐 대기업에 계신 분들이 그렇게 연락을 많이 했다. 스타트업에 와서 갈리는 동안에도. 그다음엔 스타트업에 있는 분들이 커리어에 대한 고민 상담을 많이 했다. 직장인을 졸업하고 창업하니 요즘엔 40대 직장인이다. 가끔은 창업이 마치 자아를 찾은 마냥 이야기 하시는 분도 있다. 직장인과 직업인에 대한 게 화두 같고 링크드인에서도 관련 글들이 자주 보인다. 40 춘기는 이전에도 많았으니 별다를 건 없지만 최근 질문의 내용은 좀 더 직업인이란 키워드, 열심히 살았는데 뭘 잘하는지 모르겠단 게 많다.
후배들이 많이 생기는 나이가 되다 보니 가끔 이런저런 질문을 받곤 한다. 예를 들면 왜 인사를 하게 되었냐, 님의 직업관은 무엇이냐, 궁극적으로 어떤 비전을 가졌느냐, 인사쟁이로서의 사명감은 무엇이고 보람은 무엇이냐, 왜 창업했냐, 왜 어딜 나왔냐, 사업 하다 직장생활은 왜 했냐, 프로브는 뭐 하는 회사냐 등등.
열심히 답변을 하긴 하는데 솔직히 뭐 대단한 비전을 가지고 있다거나 답변만큼 그걸 원래부터 맘에 담아두었다거나 하며 살지 않는다. 사업하다 직장인이 된 건 좀 안정적인 곳에 가서 다독일 필요가 있었을 뿐이고 이왕이면 큰 회사를 가고 싶었던 것뿐이다. 20대에 사업한 건 생계해결을 위해 하던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다 보니 기회가 왔고 또 그 바닥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그룹화했고. 늦은 출발에 그나마 전공 살려야 유리해 인사쟁이가 되었다. 보통은 질문을 받아 답변해야 할 때 미처 몰랐던 의미를 끌어내고 좀 더 생각해 정리한다. 난 생각보다 중장기 목표를 세운다거나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는 편이 아니다. 길게 잡아야 1년이고 그냥 하루하루 충실히 사는 편.
얼마 전에도 세 분과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이전과 다르다면 뭘 답변해 주려 준비하고 정리하지 않는다는 거다. 그래서 직장과 직업의 차이에 대해 별생각 없다 했다. 다만 마치 직장인은 어떻고 직업인의 가치가 더 숭고한 마냥, 직장인의 삶이 폄하되는 듯한 분위기엔 부정적이라 했다. 나도 그랬고 내가 보아 온 많은 동료 선후배들이 '일개' 직장인이지만 때론 임원보다, 사장보다 더 열심히 일한다. 뭘 그리 열심히 하냐, 회사에 충성 말라 어쩌고 해도 그렇다. 묵묵히 열심히 살뿐인 그들이 단지 부를 이루지 못하고 명성을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잘못 산 듯한 뉘앙스의 말들에 위축되고 비아냥 받을 일이 아니다.
전에 그건 아니다, 이렇게 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면 "그래서 당신 뭐 얼마나 성공하고 얼마나 벌었는데?!" 하는 분이 있었다. 대단히 성공하고 많이 번 그분의 그 말 한마디면 대화는 단절이다. 그런 이들의 같잖아 함에 주눅 들기 쉬운데 그냥 살면 된다. 어차피 그런 이들의 성공과 부가 내 인생에 한 자락도 영향을 안 준다.
소박한 영세 자영업자이지만 그래서 그냥 말한다. 아이템은 현실적으로 상대적 우위 갖기 어려운 영역 다 피하려 노력해 정했고, 솔직히 스타트업 HR 씬 씹어먹을 거라고. HR은 이래야 한다는 기존의 사고, 일하는 방식, 고용방식 등에 색다른 사례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한다. 인사담당자 많이 만나봤지만 다르세요란 말이 호불호가 극명해도 그래서 나는 반갑다.
직장인이냐 직업인이냐 이분할 게 아니라, 그조차도 부질없고 그냥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를 고민하는 게 먼저 같단 말을 한다. 속으로 욕심이 있어도 본인이 드러내길 꺼려한다고. 평범한 사람의 욕망은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 쉽고 그전에 자체 필터링 한다고. 내가 행복하고 자유로우려면 속된 말로 개썅마이웨이 정신이 중요한데 이렇게 생각하고 입 밖으로까지 내며 살려면 내 욕구와 열등감까지 직면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는 거 같더라. 그 전제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가 제일 사랑하는 데에서 출발하는 거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