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특히나 스타트업에서는 재택근무가 일하는 철학 이전에 복지로 쓰이고 있단 생각.
철학으로 출발했느냐, 복지로 출발했느냐는 사실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편하다'인지, '필요하다'인지에 실제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달렸지.
물론 '필요하다'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재택근무가 일이 잘되는 건지, 편한 건지를 냉정히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통근에서 버리는 에너지, 집중력을 주로 이야기하는데 둘 다 공감하면서도 회사라는 곳이 어때야 하는가를 되짚어 본다면?
회사(會社)란, 한자 그대로 '모여 일을 한다'는 의미다. 영어의 company의 라틴어 어원도 cum(함께)+panis(빵을) 나눠 먹는다는 뜻이고. 심지어 프랑스어인 société도 라틴어 societas, 함께 하는 사람들 혹은 모임에서 파생되었다. 회사라는 곳의 개념과 '일하다'를 혼동하며 '일만 하면 된다'로 구성원 개인의 입장에서 일방적 합리화를 하는 건 아닌지 볼 필요는 있다. 일하는 방식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회사란 개개인의 장단점을 블록처럼 맞춰가며 보완해 일하는 곳이다. 혼자, 집중해 일하기 좋아서 재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프리랜서가 아닌 이상 당연한 걸로 요구하는 게 과연 맞는 건지 모르겠다.
재택근무가 정해진 할당의 몫을 하는 데에 불리하다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스쳐가며 나누는 스몰톡, 잠시 나누는 질문, "잠깐 이것 좀 봐", 얼굴 보고 눈 맞추며 오가는 감정 등에서 오는 +@는 절대 나오기 어렵다고 보는 입장. 특히 스타트업은 치열한 토론과 으쌰으쌰가 중요하기에 재택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상근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필수가 아닌 유연하게 룸을 두는 게 더 나을 수도. 이건 재택의 신뢰와 자율처럼 밀착된 소통과 스킨십이란 것 중 어디에 무게를 더 둘 것이냐란 선택의 문제다.
수많은 스타트업을 보며 시간이 흐른 후 목격하는 건 욕심이 많지 않고 실력이 월등하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인 회사는 재택이 그 취지와 다르게 적당히 일하는 문화를 형성해 가는 데에 영향을 미치더라는 거다. 더구나 절박한 생존의 고비를 넘길 때가 아니라 넘긴 후에도 그 텐션이 유지되는가는 전혀 다른 얘기다.
하나 유념해야 하는 건 인재밀도가 낮은 조직에 신뢰와 자율을 주면 상당한 동기가 된다. 물론 매우 낮은 인재밀도, 특히 태도면에서 그런 조직은 절박한 시기에 이런 결정은 방임이나 다름없고. 실력적으로는 미흡해도 성실한 사람들의 집단에선 꽤나 큰 동기가 된다. 또한 절박한 시기에 이런 실행은 그 자체로 용기이지만 진짜 문화와 실력은 안정기에 드러나더라. 때문에 도입 초기 환호와 만족도가 오른다 해서 착각하면 안 된다. 한참 지난 후에도 동일하게 텐션이 유지 되는지를 봐야 한다.
중요한 건 원래 일 열심히, 잘하는 사람은 재택이든 내근이든 잘하고 아닌 사람들이 어디든 문제. 강한 얼라인과 세심한 성과관리 시스템, 좋은 인재의 집단이 아니면 섣부른 재택은 그게 복지든 신뢰든 신중해야 한다. 구성원 입장에서 불리한 거, 안 좋은 거 같은 걸 줄 때보다 뭔가 주면 좋을 거, 유리한 거를 도입할 때일 수록 더더욱. 줬다 뺐는게 더 나쁠 때가 많으므로.
재택이 생산성을 낮춘다는 말이 시대착오적 발언이라는 말만큼이나 재택이 채용과 인재유지의 경쟁력이고 자율적 조직이란 말도 잘 생각해 봐야 한다. 회사는 일하기 좋은 곳이어야지, 편한 곳이 되면 그건 다 구성원 개인에게 커리어 측면에서는 손해다. 특히나 한창 배우고 조직에서 뽑아 먹어야 하는 성장 시기에는. (물론 그냥 일을 이어간다, 회사를 다닐 수 있다에 의미를 둔다면 다른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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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은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같기도 합니다. 먼저 신뢰와 자율을 줄 거냐, 보여주면 신뢰를 갖느냐. 어차피 모든 일이 그렇듯 정답은 없기에 다른 건 모르겠고 재택에 대한 제 입장은 절대적으로 구성원의 역량과 조직의 성과관리 역량이 뛰어날 때 시도보다 유지가 된다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시도와 초기 성공은 몰라도 유지가 관건이니까요. 재택:성과는 부적 상관은 없을 지 몰라도 정적 상관이나 인과관계는 유의미 하지 않다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