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만난 곳에서 여러 고민 중 재택근무 폐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는데 좀 전에 지인도 같은 질문을 했다.
"다 떠나면 어떡하냐, 연봉을 더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데 얼마나 줘야 하는 거냐, 다른 회사는 어떻게 하느냐?" 같은.
오전에 나눈 얘기를 공유해 보자면.
아마존을 비롯한 빅테크는 물론 국내 IT기업, 스타트업에서도 재택근무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기 시작한 지는 꽤 시간이 흘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런 방침이 정해지면 직원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재택근무라는 게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불가피하고 급속한 변화 중 하나이지만,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다변화시켰다. 눈앞에 두고 관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문화라는 비판, 재택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건 구시대적 사고, 구성원에 대한 신뢰와 자율이 동기 부여에 더 효과적이란 말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나 역시 혼자 몰입할 때 생산성이 오르고 몰입도 높아진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런 건 아니다. 집중해 몰입한다라는 건 혼자 해야 할 때와 같이 해야 할 때가 분명하게 나뉜다. 과제의 성격에 따라 개인의 성향과는 별개로 그렇다. 그러니 몰입, 생산, 효율이란 세 키워드를 모두 퉁쳐 일괄적으로 뭐가 어떻다 말하는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다.
이걸 일하는 방식, 경영철학, 인사원칙으로 보는 게 전문가들이 쓴 그간의 글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실제 구성원이 이걸 저 워딩으로 말은 해도 심적으로는 큰 복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더 크다.
실제 아마존에서는 사무실 복귀 지시 후 급여를 더 달라는 요구가 있었고 국내 유명 기업들에서도 복지 축소라고 반발했다. 재택은 철학일 수도 있고 복지일 수도 있는 거다. 경영진에겐 철학이어야 하고, 구성원에겐 복지여야 하는 거. 경영진의 철학이라 한다면 이걸 일하는 방식으로 볼 거냐, 복지로 볼 거냐에서 나뉜다. 구성원도 일하는 방식으로 볼 거냐 복지로 볼 거냐로 나뉘고.
어느 쪽이든 일하는 방식으로 본다면 조직은 명확한 목표와 커뮤니케이션, 철저한 성과관리 시스템을 면밀히 마련해 운영할 수 있어야 하고 구성원도 이에 동의해야 한다. 그러나 구성원은 그 말엔 끄덕이나 심적으로는 복지에 더 편중된다.
앞서 모 기업에서 재택 폐지 시 위로금을 언급했다. 이 글을 읽는 CEO나 경영진, HR 담당자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 걸까?
1. 재택근무를 일하는 방식으로 볼 건가, 복지로 볼 건가
2. 전자라면 구성원에게 불이익한 변경인가 아닌가
3. 전자라면 특별히 근로계약에 재택, 자율 근무가 확정적으로 명시된 근로계약의 조건이 아닌 이상 사용자의 결정에 따른 근무지 지정은 불이익한 변경으로 볼 수 없다
4. 그럼에도 불이익한 변경이라며 복지 축소를 주장한다면 1의 관점을 먼저 정립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함
5. 일하는 방식이라 했을 때엔 위로의 대상 자체가 아님
6. 복지라 해도 어떤 복지를 폐지한다 해서 그에 상응하는 뭔가를 제공해야 할 의무는 회사에 없음. 모든 복지를 누적하며 늘려갈 수만은 없는 것
7. 그럼에도 머뭇거려진다면 복귀 시 사무실에 함께 모여 일하는 맛을 느끼게 할 방법을 더 고민하는 게 나음
8. 솔직할 것. 경영진의 절박함과 불안을 다른 말로 포장하지 말 것. 차라리 오픈하고 함께 뛰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는 게 선행되어야 함.
9. 복지는 권리인가 혜택인가?
지금까지도 복지는 기업이 주는 혜택이란 관점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최근 인식의 변화는 있다. 직원들이 이뤄낸 성과를 받는 방식 중 하나라는 의견,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위해 구성원에게 제공하는 투자처럼.
HR 관련해 어떤 관점에서 시작하든 궁극적으로 성과를 내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게 한다는 북극성 같은 지향점에 달하지 않는 의견은 없다. 때문에 좋은 게 좋은 이상적인 말을 할 필요는 없다. 그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상황과 깜냥에 따라 어디에 좀 더 방점을 찍느냐의 문제일 뿐. 모두가 성장을 말하지만 지금 당면한 현실은 생존일 수 있고 생존 대응과 성장 지향은 그 방식과 속도에 큰 차이가 있다.
스타트업은 아직 이익을 못 내는 곳이 대부분, 투자금은 부채 성격인 현실에서 성장이란 먼 지향점과 눈앞의 현실 타개를 스킵한 채 기어야 할 시기에 뛰고 날 때의 복지나 제도를 설정하고 있는지는 않는지.
선이든 악이든 한 번 만든 제도는 폐지는커녕 변경도 어렵다. 그래서 한 번에 열개를 만들지 않는다 해서 괜찮은 게 아니라 한 번에 하나씩을 너무 빠르게 만드는 것도 못지않게 문제가 된다. 정말 정말 신중해야 한다. 더구나 복지는 더더욱. 구성원들에게 '좋은 걸' 줄 때는 이걸 간과하기 매우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