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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열정의 끈을 놓은 건 아닐까

by SSOO

1931년 생, 1940년대 최연소 보그지 표지모델로 시작해 2025년 현재 세계 최고령 현역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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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꼿꼿하게 세우기도 어려운 연세에 여전히 하이힐을 신고 런웨이를 누비는 분. 105세까지 런웨이에 서고 싶단 그녀는 은퇴를 생각하지 않는다 딱 잘라 말한다.


예전부터 로또에 당첨되면 뭐하고 싶냐 질문 받으면 “그럼 회사생활을 더 열심히, 신나게 할 거 같다”고 말하곤 했다. 프로브를 하면서도 ‘조직 공백기는 2년 이하로’란 기준이 있었다. 그만큼 현업을 좋아하고 중시하는 편. 파이어족 외치는 사람이 많지만 난 그냥 일하는 걸 좋아하고 할 수 있는 한 오래 하고 싶은 바램이 있다. 그래서 현업과 컨설팅을 오가며 일하려 하는 거고.


이노텍 시절 모신 권일근 CTO는 LG그램 개발을 진두지휘한 분이었다. 정년 전 마지막 회사에서 매일 6시 30분에 외국어 수업을 받으셨다. 출장 등의 불가피한 상황이 아니면 하루도 빼놓지 않고. CTO가 안산에 있을 때 본사 출장이 있는 날이면 본사로 강사를 부를 정도. 유난스러울 정도였지만 그렇게 퇴임 전까지 지속하셨고 출장에서 혼자 어지간한 커뮤니케이션 하실 정도가 되셨다. 은퇴 후엔 개발을 독학해 유치원용 앱을 만들기도 하셨다.


이노텍 시절 이웅범 사장님은 매일 만보 이상 걷는 걸 목표로 하셨다. 못 채운 날은 몇 정거장 전에 기사를 보내고 댁까지 걸어가 기어이 채우셨고. 정년 퇴임 후에도, 연암공대 총장 시절에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만 몇 천보를 하루도 빠짐 없이 걷고 계신다.


카르멘은 "나이가 들어서 열정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열정이 사라져 나이가 드는 것이다."란 명언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오래 전 전 직장에서 ‘고참의


재발견’이란 과정을 개발해 운영했다. 대상은 비직책 고참 부장.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로 열정의 끈을 놓은 듯한 이들을 향한 격려이자 경고였다.


지난 20여 년 간 수많은 사람을 보고 나도 나이 들어가며 하나 확실히 알게 된 게 있다. 40대부터는 관리해 건강하다 해도 20, 30대 같은 신체 능력을 유지하긴 어렵다는 거고 이해는 깊어져도 기억력은 감퇴하기 마련. 신체 능력이 감퇴되는 건 알게 모르게 정신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현업에서 롱런하는 분과 아닌 분의 결정적 차이는 여기에 있더라. 스스로 유리천장을 만들어 열정을 놓는 지 아닌 지.


예전, 지금의 나보다 어렸던 열정 놓은 40대 선배들을 타산지석 삼고, 이왕이면 멋진 분들을 흉내내며 살고 싶은 나는 그래서 하기 싫어 죽겠는 PT를 받고 뭔가를 계속 머릿속에 쑤셔 넣으며, 따라가기 버거운 변화를 꾸역꾸역 기웃대며 배운다.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거란 정답은 없지만 적어도 일이 중요한 인생의 부분인 사람이라면. 최소한 스스로 열정의 끈을 놓지 않는 게 최선인 거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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