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오랜 친구와 창업했다 청산했다는 지인과 한잔 했다. 왜, 어디서부터 틀어졌을까를 돌이켜 보면 서로 너무 달라 좋았고, 너무 달라 힘들었다 했다. 그럼에도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서로를 나름의 방식으로 배려하고 있던 것도 잘 알았기에 어긋남을 느끼면서도 침묵했었다고. 그렇게 어긋난 마음들이 쌓여 불만이 되고 문제가 되며 결국 이별이 되었다며.
이제와 생각함 그때 갈등을 회피 않고 침묵하지 말았어야 했다 한다.
22살 무렵 한창 좋았던 남친을 할머니 댁에서 만났다. 좀 적당히 하라 눈치 줘도 계속 손잡고 쳐다보거나 기대는 남친을 할머니는 너무나 행복하게 바라보고 계셨다.
내가 좋아 죽겠단 모습이 고맙고 예쁘다고. 그러며 할머니는 남친 손을 잡고 많이 아껴주고 싸우지 말라고, 서로 서운한 게 있으면 쌓아두지 말고 얘기해야 한다고.. 그래야 오래간다 하셨더랬다.
집안 환경으로 많은 맘고생과 몸고생을 하며 힘겹게 살아야 했지만 그리 성실하고 선할 수 없던 후배가 있었다. 어느 날 소개하고픈 사람이 있다며 그의 첫사랑 손을 잡고 나타났다.
여친이 어찌나 살갑게 후배를 챙기던지. 본인 환경 때문에 맘 여는 걸 어려워했던 후배도 일단 맘이 열리니 그리 자상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둘은 일 년 후 헤어졌다.
서로 너무 배려해서, 부담주기 싫어서, 신세 지기 싫어서 불만이 있거나 서운해도 참고 내가 더 잘하면 된다던 것들이 쌓여 터진 거라 했다.
이전 직장 이직 초기, 내 사수와 난 달라도 너무 달랐다. 사고방식도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아니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말하는 나와 일단 참고 말 않는 그는 늘 투닥였었다. 말 않는 것이 더 싫다고, 일 하다 보면 싸우기도 하고 그러다 풀면서 맞춰가는 건데 왜 그러냐고. 그러다 그도 쌓였던 감정과 불만을 쏟아냈는데 그날 이후 우린 둘도 없는 파트너이자 친구가 되었다.
살면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과 크고 작은 어긋남은 있기 마련이고 당연한 것이기에 어긋남 자체를 걱정하거나 불만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어긋남을 느낄 때 솔직히 말하고 상대의 생각은 어떤지 들어보는 게 중요한 거. 말했다가 싸울까 봐, 말했다가 내가 더 상처 받을까 봐, 말했다가 상대 맘이 다칠까 봐 등등 다양한 '지레 걱정'으로 많은 어긋남을 우린 회피하고 살아간다.
중년쯤 되고 나서야 회피하며 불안한 관계를 근근이 이어가기보단 싸우더라도 서로 속을 내보여 협의점을 찾거나, 시간을 두며 숨을 고르거나, 혹은 관계를 끝내는 게 더 낫단 생각을 한다. 그 뒤 결과로 오는 감정은 그대로 또 거기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함 되는 거.
내 수많은 결점에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주던 이들과 언젠가부터 연이 끊겼거나 멀어졌다면 그건 내 책임이 월등히 컸을 가능성이 높다.
편하고 좋았던 이에게 "얘가 갑자기 왜 이래?"란 생각이 든다면 내게 쌓였던 것이 폭발했을 가능성도 높다. 늘 돌아보면 있던 이가 어느 날 그 자리에 없다면 그 역시 내 탓이 클 수 있다.
이런 이들은 보통 너무 당연해 소홀해지기 쉽다. 가족도, 친구도, 연인도.
내 주변에 지금 당연한 이들이 누구인가를 곰곰이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