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OO Mar 29. 2022

스타트업이 성과급(?)

협의 하에 회사명은 비밀로, 내용은 의미 있어 공유.

-----------------------

출처: http://asq.kr/xzLBeSoS


상당한 규모의 첫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한 모 스타트업의 보상 관련 과제를 마무리했다. 회사마다 묘안을 고민하나 비슷비슷한 게 현실. 창업 초기 일단 스텔스 모드로 쭈욱 달리다 시리즈 A를 최소 50억 이상 받는 스타트업의 경우 내가 진행했던 회사 경영진들의 공통된 고민은 이번에 투자도 받았고 그동안 죽어라 달려왔는데 연봉협상도 해야 할 것 같고 구성원들이 +@도 원한다는 것. 그래서 이걸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줘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생각만 있고 흘리다가 막상 투자가 확정되었을 때 어떻게 하느냐로 사후적 대응을 모색하다 적당히 협상한다. 그러나 이 회사는 투자를 받아야겠다 생각한 시점부터 나와 동시에 보상 관련 논의를 병행했다. 간간히 대표님과 티타임 하던 사이인데, IR을 하기로 맘먹은 시점부터 투자 성사 시 어떻게 보상할 지에 대한 고민을 동시에 시작해야 한다 제안했고, 이를 수용해 진행했다.


대략적인 순서는 언제까지 투자를 마무리하겠단 투자 목표 기한 설정, 투자 규모 목표 설정(이걸 00억~000억까지 20억 단위로 끊었습니다), 성과 정의, 성과목표 설정, 성과급/인센티브 정의, to 구성원 설명 순으로 진행했다.




#1. 성과의 정의


우리 회사의 성과를 무엇으로 설정할 것이냐였는데 보통은 목표만 있다. 스타트업들이 대부분 매출은 있으나 실질적으로 투자금으로 운영하고 소진하는 만큼 성과급이 존재하느냐 하는 질문부터 시작했다. 모 그룹 재직 당시, ① 매출 목표 달성+영업이익목표 달성, ② 매출 목표만 달성, ③ 둘 다 미달성 세 경우로 성과급 지급률과 규모가 결정되었는데 전사적으로는 목표를 달성했더라도 사업부에 따라 ①~③이 다 다르기 마련. 그럼 전사적으론 1의 실적을 거두었다 치자. 그럼 우리 회사엔 그룹에서 성과급 지급 결정이 된다. 그럼 사업부별로 성과급이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적자인 사업부도 적은 금액이나마 지급되었다. 예전에는 퉁쳐서 성과급 지급이라 했지만 엄밀히 적자 사업부에는 성과급이라 지급되면 안 되는 것. 격려금이나 위로금이 정확한 표현일 거다. 성과란 말 그대로 우리의 성과를 뭘로 정의할 것이냐, 그 성과 달성을 위한 목표 설정은 어떻게 할 것이냐가 명확히 사전에 세팅되고 공유되어 그에 충족하는 결과를 냈느냐로 봐야 한다. 이게 보통은 매출 목표 혹은 영업이익목표가 되는 것.


가끔 "우리도 공유된 목표가 필요해요"라든가, "뭔가 하나로 결집되는 게 약한 것 같은데 당신은 토스처럼 전사 공통 목표가 맞다 생각하냐, 사업부별로 혹은 개인별로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같은 양자택일 질문을 받곤 한다. 이런 질문 자체가 무리라 생각하지만.. 어쨌든 내 경우는 전사 목표를 뭘로 잡고 계시냐를 먼저 묻는다. 전사의 이번 연도, 이번 반기, 분기 등으로 목표를 잡을 때 모든 직군의 노력이 결과적으로 무엇을 이뤄내길 바라느냐로 전사 목표가 설정되어 있는가를 확인하는 것. OKR이 각광받으며 유행처럼 번지긴 했으나 이걸 했다는 회사들을 들여다보았을 때 Bottom-up 목표 설정이란 미명 하에 따로국밥 같은 목표들로 제각각 세팅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사의 공통된 달성 목표가 먼저이고, 이걸 달성하기 위한 각각의 목표들이 cascading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이 경우 전사 목표를 뭘로 할 것이냐에 대한 점검이 들어가는 것.


그런데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나 그전에 '우리만이 성과 정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사실상 시리즈 C니, D니, E니 해도 매출은 발생할지언정 그 매출 규모가 투자액을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가 아님 다행. 그럼 다음 투자, 그다음 투자 순으로 남의 돈을 받는 게 늘어나는 걸 냉정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모 유명 스타트업은 물론 갓 A 시리즈를 받은 스타트업들도 투자금이 꽂히고 보너스를 빵빵 뿌렸단 말을 꽤 듣는데 엄밀히 이건 격려금에 가깝다. 성과급이 아니란 거다. 투자 유치를 '성과'로 혼동하면 생기는 일이다.


다만 스타트업에서 일반 중소~대기업 같은 매출/영업이익목표 설정은 어렵다 하니, 스타트업만의 성과 정의가 필요하단 거다. 예를 들면 이번 반기는 매출 00, 회원수 00 증가, 적자율 00 감소 등으로 큰 목표를 잡고, 투자를 각 시리즈별 통상적인 개념에 따라 마켓 핏 검증을 받는다, 시장성을 검증받았다와 같이 설정해 이걸 증명하기 위한 과정의 목표로 매출, 회원수, 유지율, 적자율 등을 설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 성과 정의가 되고 목표 설정이 된 후 각 목표 달성의 유형을 크게 나누어 본 후 성과급이냐 격려금이냐 등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2. 보상의 종류별 정의


처음 스타트업에 입사했을 때 아르바이트, 계약직, 인턴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었다. 단기 아르바이트도 인턴이라 하는 걸 보고 왜 이렇게 부르냐 했더니 그게 더 기분 좋을 거라서란 답변을 들었었다. 이 호칭을 기본적으로 아르바이트(신입급, 단순 보조 업무, 3개월 이하), 계약직(6개월 이상), 프리랜서(외주 용역), 인턴(정규직 전환 가능)으로 구분했다. 책상에 앉아 문서쟁이의 워딩 놀음을 하자는 건 아니고, 앞서 성과와 격려에 대한 구분을 하듯 정확한 우리 회사 만의 용어가 정립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성과급과 격려금의 정의를 하는 것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성과라는 것이 정의가 되고, 그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목표들이 정리된 후 실제 성과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성과급'이라는 걸 지급해야 한다. 아니면 투자(=남의 돈)를 성과나 성공으로, 당연한 보너스 지급의 명분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 지급 기준과 규모, 그 계획의 사전 공유


성과 정의, 전사 및 기능별(사업/제품별) 목표 정비, 성과 달성-목표 달성-세부 사업/기능/제품별 목표 달성 유형 구분 후 어떨 때 성과급을 지급할지, 그 비율은 어떻게 하려 하는지, 어떨 땐 성과급이 아니라 격려금인지, 격려의 의미는 무엇이고 어떤 근거로 지급하는 지를 크게 크게 기준을 잡는다. (크게 크게 잡는 이유는 변수가 워낙 많고 정교하게 설계해 봐야 예외가 한도 끝도 없이 발생하는 게 현실이니 벗어나지 않을 원칙의 큰 선을 잡자는 차원)그리고 이때 투자 계획이 포함되어 설명되어야 하는데, 그래서 앞서 언급한 투자 목표, 투자 확보 기간 목표, 목표한 투자금액의 실제 확보 가능성에 따라 구간을 나눈다. (서두에 20억 단위로 끊었다는 건 이 회사의 투자금액 목표가 100억이라 치면, 실제 성사 가능성을 50억~100억을 감안해 60억~120억을 설정한 후 20억 단위로 보상의 규모를 계획했기 때문임) 여기서 유의해야 하는 건 투자유치 실패까지도 넣어야 한다는 것.


투자라는 게 계획대로 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고, 기대보다 훨씬 적기도 혹은 많기도 하는 데다 투자 유치 과정 중 또 다양한 변수가 발생하기에 이 또한 너무 정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성과, 목표 정의를 하고 이런 계획 하에 이런 기준으로 고민 중이다라는 걸 사전에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파워풀해진다. 그리고 이때에 구성원들이 좋은 의견을 준다면 반영할 수도 있고. 갓 창업한 회사나 IPO 직전 회사나 '우리 회사는 스타트업이다 보니 체계가 없다' 하는 마당에 너무 부담 가질 필요 없다. 중요한 건 미흡할지언정 사전에 고민을 하는구나, 저 정도로 하고 있구나란 인식을 가질 수 있게 '미리', '공유'하는 게 관건이고, '별 거 없겠군'이라 생각하며 그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떠나는 걸 두려워 말자는 거다. 이게 안 된 상태에서 사후에 대응해 봐야 어차피 떠나고 사전에 설명했음 끄덕거렸을 이들까지 들썩이게 만들 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로 투자 유치 시 충원 계획도 대략적으로 세워 포함했다. 만약 100억을 받으면 이 중 얼마는 예비비와 사업 운영을 위해 두는 걸로 하고 그중 얼마를 함께 고생한 동료들과 나누겠다는 총 보상 재원을 분명히 하면서.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 과정을 투자유치를 해야겠다 맘먹은 시점부터, IR 준비 시작 2개월 전부터 IR 자료 준비와 함께 시작했고, 계획한 투자금액에서 10억 정도 상회해 유치하는 데에 성공했다. 60~80억을 구간 A, 81~100억을 구간 B, 101~120억을 구간 C로 나누었는데 구간 C에 해당하는 격려금 규모 + 목표액 대비 추가 확보 자금은 인력 유치와 일부 복지 개선에 사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물론 불만이 없었냐 하면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 회사보다 무난하게 진행되고 수용도가 높았으며 이후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이탈은 없다. 한 가지 고무적인 건 이 과정에서 보상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좀 더 나오고 구성원들이 참여하기도 하면서 아주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거다. 가장 인상적인 건 기존 복지 중 하나를 구성원 의견에 의해 없애고 다른 걸로 대체했다는 것. (비용은 5% 정도 증가했으나 모든 구성원이 누리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어차피 완성형 제도란 없고, 그게 뭐든 모두를 만족시킬 수도 없다. 반복되지만 강조하고 싶은 건 '정교함'이 아니라 '사전', '공유'다. 스타트업의 채용이나 평가, 피드백 등 인사에 대한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보상'으로 귀결됨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 이상적인 동기부여, 비전, 헌신, 성장 이전에 그래서 '어떤 보상을 어떻게, 얼마나' 할 것이냐에서 출발하는 게 최선일 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과정이 진행되기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투자를 받았으므로  줘야 한다가 맞아?"라는 거다. 정확히는 투자 유치 이후 스케일업을 위해  해야 하는가, 인력 확보와 유지를 위해 어떻게  것인가, 현재 보상은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가, 조정이 필요한가를 논의해야 하는 것이지 투자를 받았으므로 당연히(?) 보상을 조정해야 한단 전제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 물론 진행형이고, 이 회사는 더 오래 지켜보자며~

작가의 이전글 HR 리더를 뽑고 싶으세요? 그럼 우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