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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SOO May 02. 2022

인사전문가가 없어 못하는 걸까? 진짜?

인사 용어를 덜어내 생각하면 투입 시간과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 "인사 담당자가 없어서 힘들어요"라고 생각하던 이슈 중에 얼추 개선 가능한 것들이 꽤 있다.  


보통은 "우리 조직에 인사전문가가 없어서.."라고들 하지만 말이다. 나와 미팅하는 거의 모든 회사에서 듣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꼭 인사가 해야 하는 일이야 하면 그렇지 않은 게 많다. 물론 인사에서 중심을 잡고 해 주면 대단히 훌륭하겠으나 인사담당자 역시도 경험이 적은 마당에 어려운 일. 어차피 스타트업에서는 같이 만들어가야 하기도.


뭐가 문제인지, 어디에서 자꾸 걸리고 뭐가 번번이 되풀이되는지를 다 열거해 보면서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느냐만 고민해도 정리가 된다. 특히 구조나 프로세스는 더더욱.


여기에 조직설계니 하는 인사 용어가 들어가는 순간 인사전문가가 없어 못하는 일이 되어 버린다. 하지만 "작정하고 모여 해보는 우선순위와 시간 투입의 문제"일뿐인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때론 "역량보단 팀의 우선순위와 리소스 투입 의지 때문에" 컨설팅이니 외부전문가 자문이니 쓰는 거고. 혼자 공부하면 될 걸 굳이 과외받는 것과 다름없다.


내가 미팅 갔다가 프로젝트가 성사되는 비율이 확연히 낮은 이유. 그래서 이 얘길 하고 먼저 해보시라며 참고할 자료도 다 드린다. 그럼 보통은 알 거 같다며 동의한다. 그러고 대부분은 시간만 흐르고 흐지부지 되고.


대기업은 오더를 주기 위한 미팅부터 시작하지만 스타트업은 당장 급하진 않거나 의욕만으로 미팅부터 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


그중 진짜 해보려 시도를 했으나 어렵더라 하는 극소수의 팀이 다시 연락해 이전보다 훨씬 구체적인 고민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의뢰한다. 때론 내가 거절하는데도 집요하게 하자는 곳도 있다. 이런 회사는 대부분 스스로도 할 수 있지만 시간이 가장 비싼 자원임을 아는 회사다.


이쯤 되어야 본격적인 일 얘기가 진행되는 거. 그럼 정확히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어디까지 프로젝트 범위를 잡을지 아젠다를 생각해 말해 달라 한다. 여기에서 또 반은 흐지부지 된다. 그런데 그 아젠다를 고민해 오는 팀들이 있다. 그럼 그걸 놓고 할 일을 의견을 주고받으며 정리한다. 이때서야 진짜 일이 시작된다.


미팅 짧게 하고, 돌려보내지 말고, 자료만 다 퍼주지 말고, 이런 것만 좀 해줌 되고 등등 조언도 주변에서 많이 해주지만 "안 하면 마는 거고"라며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게 아니면 바로 진행부터 해봐야 일의 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내 시간이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이건 내 나름의 진정 의지가 있는 회사인가를 골라내는 면접 같은 과정이다. 내 방학은 철저히 내 검증의 기간이고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라 이렇게 하다 보니 돈도 벌리는 거. 전자에 무게중심이 있기에 많이가 아니라 알차게 일할 수 있는 과제를 선별하는 게 중요하다. 역량까지 갈 거 없이 간단히 팁 좀 주고 해결되는 일도 스타트업에서는 너무나 도움 되는 일이나 그럼 거기에 관심 있고 그 일에 전문성보단 능숙한 이를 쓰면 된다. 난 거기에 최적화되어 가성비 좋은 사람은 아니니 아닌 일을 해야 할 회사를 걸러내는 과정을 거칠 뿐이다.


회사가 돈과 시간, 외부 리소스를 잘 쓰는 건 일차적으로 조직의 역량이고, 날 잘 쓰게끔 안내하는 건 내 역량이다. 난 자문이니 컨설팅이니 전문가니 하는 말이 몹시 부담스러워 프로젝트나 과제한다 하지만, 어쨌든 외부 전문가이니 컨설팅한다 등의 말을 할 땐 날 잘 쓰게 만드는 것과 실제 의지가 있는지를 걸러내는 것까지 프로젝트에 포함해야 하는 것 같다.




참고로..


그럼 '인사전문가 없이도' 뭘 어찌하면 될까를 생각해 보면, 청소 전문가 혹은 정리 전문가의 일하는 방식에 답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은 일단 다 꺼내 "이런 게 있었어? 정말 이 정도라고? 같은 게 몇 개나 있었네?!" 같은 지독한 현실 인식을 시킨 후 버릴 거, 나눔 할 거, 어디에 넣을 거를 분류하기 시작한다. 가장 첫 단계는 일단 버릴 것부터 비워내는 것. 그런 후 이 정리된 걸 유지 가능하도록 정리의 규칙을 정한다.
 

※ 영상 출처: https://youtu.be/KW9r7gQo4II 


우리가 문제다 싶은 걸 다 리스트업 해보고 분류하고 정리한다는 건..

과거에 잘 입던 혹은 한때는 예뻤지만, 지금은 몸이나 취향이 변해버려 입지 못하는 옷들. 그러나 언젠가 다시 입을 수 있을 거란 희망이나 추억이 서려서, 유행은 지나갔지만 편해서 못내 아쉬워 버리진 못하는 옷들.. 정리전문가들은 이것부터 버리더라. 프로세스도 구조도, 인재도 마찬가지. 성장해서, 어려워져서, 생각이 달라져서 등등 조직이 변화하면 과거의 좋았던 거나 편했던 것과 이별하는 것 같고.

※ 영상 출처: https://youtu.be/LOfFwd9F90w


그렇게 정리한 후 새로이 정리와 분류의 원칙을 정하는 건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구조를 만든다는 건 일을 하는 순서, 일하는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식인 동시에 어떻게 일하는 가에 대한 문화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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