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 침대

그리고 지하층

by 제인


영국 애니메이션 페파피그에는 귀여운 아기 돼지 남매 페파와 죠지가 나온다.

영원히 자라지 않을 귀여운 페파와 죠지는 이층침대에서 잔다.

2층엔 페파가 1층엔 동생 죠지가.


우리 집에도 귀여운 남매가 산다.

페파, 죠지와 다른 점은 누나와 남동생이 아닌 오빠와 여동생이라는 것과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나 언젠가는 더 이상 귀엽지 않아 질 예정이라는 것이다.


페파피그를 좋아하는 우리 집 친구들은 페파와 죠지의 이층침대에 꽂혀버렸고,

이층침대를 사주면 엄마가 재워주지 않아도 둘이서만 자겠다고 약속했다.

누가 봐도 충분히 의심스러운 약속이지만, 우리는 속는 셈 치고 이층침대를 들였다.

그리고 역시나 남매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오빠와 동생은 2층과 1층에 사이좋게 자리 잡았고, 엄마인 나는 어쩌다 보니 지하층 신세가 되었다.

침대 아래 토퍼를 깔고 1층에서 자는 딸이 내민 손을 잡고 잔다.

참으로 지독한 사랑.


늘 신세 한탄과 볼멘소리를 하곤 하지만 사실 지하층에서의 수면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

고심하며 고른 토퍼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푹신하고, 조잘조잘 떠들다가 스르륵 잠이든 아이들의 숨소리는 퍽 행복감을 준다.

숨소리 마저 귀여운 7세와 5세 친구들.

그리고 얼마 뒤 지하층에서 함께 하게 된 새 친구도 생겼다.

나보다 더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자는 5개월짜리 친구.

토실토실 동그란 핑크빛 볼도 귀엽고, 작은 콧구멍도 귀여운 친구.


새벽녁에 잠이 깨서는 다시 잠들지 못할 때, 문득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 때.

따듯하고 보드라운 그 작은 손을 잡아 얼굴에 대본다.

이상하게 안심이 된다.

이 작은 존재가 나에게 평온을 준다.

괜찮다고 괜찮을 거라고 해준다.


앞으로 얼마나 남았을까?

엄마를 찾는 시간들, 엄마와 함께하고 싶은 시간들, 엄마에게 사랑을 말해주는 시간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층침대가 아니라 커다란 침대를 사서 다 같이 뒹굴며 자는 건데.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더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을 텐데.

아깝지만 아쉽지만 빠르게 흘러가버리는 이 귀여움을 이렇게나마 간직해 본다.

지하층이라도 괜찮아.

엄마는 지금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