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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대신 국가유산?

‘국가유산기본법’ 발의를 중심으로


박배민 활동가 / 23. 1. 16.

#문화재 #문화유산 #문화재보호법 #국가유산 #분류체계 #유네스코

  


    배현진 국회의원, ‘국가유산기본법’ 발의  


    [체계] 유네스코의 분류 체계에 맞춰 문화유산, 자연유산, 무형유산의 3분할 제안  


    [명칭] 문화재 → 국가유산 제안  



안녕하세요. 유랑단의 배민입니다.


지난 22년 9월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의원이 ‘국가유산기본법(안)’을 위시하여 12건의 문화재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단순 개정을 넘어 문화재 영역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법안인데요.


이 법이 통과되면 ‘문화재’라는 명칭부터 현재 시행 중인 문화재보호법, 문화재 분류체계 등에 큰 변화가 생겨서 여러분에 이 내용을 꼭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우리는 12개 법안 중 국가유산기본법안(의안번호 2117521)과문화재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17515)을 중심으로 살펴 볼게요.



[개정 사항] 법이 통과되면…


로고 합성 Ⓒ박배민

✅ 명칭 변경 _ ‘문화재’가 없어져요.  

현재 우리는 전통 유산을 문화재라고 부르고 있죠?

그런데 법이 개정되면 ‘문화재’에서 국가유산으로 명칭이 공식적으로 변경돼요.

문화재청은 국가유산청으로, 한국문화재재단은 한국유산재단으로, 매장문화재는 매장유산으로 바뀌는 거예요. 








❓ 문화재, 문화유산, 국가유산? 헷갈려요!

문화재: 문화재의 ‘재’는 한자 ‘재화 재(財)’로써, 금전적인 가치에 중점을 둔 표현이에요. 법률에서 사용 중인 단어이기도 하고요.

문화유산: 미래 세대에게 물려 줄 가치가 있는 문화적 생성물을 말해요. 보고 만질 수 있는 유형유산뿐만 아니라 기술, 관습, 규범 등도 포함하고 있어 문화재보다는 보다 포괄적이죠. 단, 발의안에서 말하는 ‘문화유산’은 ‘유형 유산’으로 한정돼 있어요.

국가유산: 이 용어는 이번 발의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진 용어예요. 발의안에 따르면 세계유산에 대응하기 만들었다고 해요. 또 유산에 대한 국가의 보호 책임을 한층 더 강조하고, 유산의 가치와 권위를 강조하고, 기존 용어 ‘문화재’를 대체한다고 해요.


✅ 체계 변경 _ 국가유산의 3분할

어떤 형태가 있는 유산(숭례문, 서산 마애삼존불, 김포 장릉, 백제 금동대향로, 방상시 탈, 덕온공주 당의 등)은 문화유산으로 통합 돼요!


명승(공주 고마나루, 가야산 해인사 일대, 담양 소쇄원 등)과 천연기념물(장수하늘소, 한라산, 보은 정이품송 등)은 자연유산으로 합쳐지고요.


무형문화재(장인, 전통주, 북청사자놀이, 탈춤 등)는 무형유산으로 변경 되어요.


구조는 어떻게 변화되는지 표로도 확인해볼까요?


➡️ 현재 시행 중인 분류

출처: 제10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가유산법안 등 11개 법률안 검토보고(2022. 12.)


➡️ 국가유산기본법 도입 시 변경될 분류

출처: 제10차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가유산법안 등 11개 법률안 검토보고(2022. 12.)


✅ 조문 _ 새로운 내용이 생겼어요.

국가유산기본법은 문화재 관계 법률에서 몇몇 조문을 추출해 오기도 하고, 또는 신설되는 사항도 있는데요. 특징적인 몇 개만 꼽아 볼게요.


국가유산의 날

‘국가유산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증진하고 보호 의식을 높이기 위하여 12월 9일을 국가유산의 날로 정한다’는 내용이 신설됐어요. (발의안 제34조)


산업 육성

국가는 문화유산을 매개로 하는 콘텐츠나 상품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국가유산 산업을 장려하라는 내용이 추가됐어요. (발의안 제27조)



[배경] 왜 바꾸자는 거예요?

국가유산기본법 발의안(17521)을 살펴 보면 크게 세 가지 주장인데요.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에 맞춰 국제 보호체계를 받아들이고,

우리 유산을 아우르는 보존, 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국가유산 체계를 도입하고,

국민이 문화적 삶을 누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해요!



[논의]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연호 수석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 보고서(2022. 12.)에 따르면 두 지점에서 더 논의가 필요해 보여요.


산림청, 환경부, 해양수산부, 문화재청으의 국가보호종 보전협의회 실무회의 (2022. 6. 28.) Ⓒ산림청


✅ 문화유산을 유, 무형으로 구분하기?  

일각에서는 국가유산법 체계의 (유형적)문화유산을 ‘유형문화유산’과 ‘무형문화유산’으로 나누자고 한다고 해요.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①유네스코에서 세계유산(문화유산, 자연유산)과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별개의 협약으로 운영되고 있고, ②우리나라의 법 역시 「문화재보호법」과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나누어 시행 중이고, ③무형유산이 가지는 독자성을 따져 보아


무형유산을 (유형)문화유산 및 자연유산과 함께 나란히 배치하여 동일한 수준으로 분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제시했다고 해요.



✅ 환경부와의 업무 중복?  

발의안(17521)에서는 자연유산을 동물·식물·지형· 등의 자연물, 또는 자연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조성된 문화적 유산으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 환경부는 업무 중복이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어요.


환경부는, 국가유산법 상 자연유산의 동·식물 및 자연경관은 「자연환경보전법」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대한 법률」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환경부 업무가 중복된다는 입장인데요.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문화재보호법(1962년 제정)이 만들어진 이래, 명승, 기념물을 관리해왔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 업무도 담당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심사] 지금 당장 시행하는 거예요?

국회 본회의장 ⒸTBS

아직은 아니에요!  


  국가유산 패키지 법안은 지난 22년 12월 6월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회의에서 심사를 마치고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넘어 간 상태예요.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소속된 법제사법위원회(약칭 법사위)에서 체계 · 자구 심사라는 걸 할 텐데요.      

이 법안이 관련된 법들과 충돌되는 부분은 없는지(체계), 법안에 상정된 문구들이 적합한지(자구) 검토하는 심사예요.      

체계 · 자구 심사가 끝나면 우리가 흔히 아는 ‘국회 본회의’로 넘겨지는데요.      


재적의원 과반이 본회의에 출석하고, 출석의원의 과반이 찬성하면 해당 법안이 법으로 인정 받게 되는 거예요.  


배현진 의원이 ‘국가기본법’을 중심으로 발의한 12개 법안들은 각 법안이 서로 영향을 주고 있어요. 때문에 어느 법률안이 의결되지 않거나, 혹은 수정되어 의결되는 경우에는 다른 법안들도 이에 맞춰 조정하게 돼요. 


「국가유산기본법안」 (의안번호 제17521호) 

「문화재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17512호) 

「자연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 (의안번호 제17514호) 

「무형문화재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17511호)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17520호)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17518호) 

「문화재보호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17512호)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17523호) 

「세계유산의 보존ㆍ관리 및 활용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17517호)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17513호) 

「풍납토성 보존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17522호)

「한국전통문화대학교설치법 일부개정법률안」 (의안번호 제17516호)      



[사족] 배민의 생각

이번 글을 작성하기 위해 배현진 의원이 발의한 국가유산기본법안(17521) 패키지 법안에 대한 100쪽 짜리 검토 보고서를 읽어 보았는데요. 어느 부분은 동의가 되고, 어떤 부분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어요.


우선 경제적인 가치에 초점이 맞춰진 ‘문화재’라는 용어를 바꾸자는 방향성 자체는 공감됐어요. 저도 우리 유산을 단순히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하던 부분이 항상 안타까웠거든요.


하지만 문화재 대신 국가유산이라는 용어에는 동의하기가 어려웠어요. 유산의 보호, 관리, 보전 책임이 국가에 있는 건 맞는데, 뭐랄까.. 저에게 있어 국가유산이라는 용어는 유산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독점하겠다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국가를 강조하는 국가유산보다는 다른 용어를 채택했다면 어떨까 싶어요.


우리 유산은 특정 인물이나, 어느 한 국가에 의해 만들어진 게 아니잖아요. 몇 천년 동안 이 땅에서 살아간 모든 사람들의 흔적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숫제 국가유산 대신 단순명료하게 유산이라고만 써도 좋았을 것 같아요. 혹은 유무형을 모두 아우르는 문화유산의 뜻으로 다시 돌아가, 대분류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나누고, 문화유산을 다시 유형문화유산과 무형문화유산으로 분류해보는 건 어땠을까요?


한국전쟁이 끝나지 얼마되지 않은 1962년, 「문화재보호법」 이 제정되면서 '문화재'라는 말이 통용되기 시작했고 해요. 전쟁으로 초토화된 이 땅을 복구하는 게 지상 과제가 되면서 문화유산을 지칭하는 명칭도 자연스럽게 재화 가치가 반영된 문화재(財)를 채택하지 않았나 싶어요.


문화재는 반 세기 넘게 사용해온만큼 쉽게 바꾸기는 어렵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용어에 대한 고민은 필요해보입니다. 국가유산 패키지 법안에 대한 찬반이나 호부를 떠나서 이 법안을 계기로 우리사회가 문화유산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으며 다양한 담론이 생기길 바랍니다.




'문화재유랑단'은 시민들의 문화유산 향유권과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시민 활동입니다.

누리집: urang.kr

커뮤니티 공간: cafe.naver.com/urang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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