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문화유산 읽기
[1일 1문화유산] 하루에 하나씩 문화유산을 큐레이션 해드립니다. 글 소재는 그때그때 필자가 꽂히는 것들인데, 주로 건축물, 민속, 조각 등입니다.
☑️ 분류: 등록문화재 / 기타 / 상업시설
☑️ 수량: 1동
☑️ 지정(등록)일: 2018. 8. 6.
☑️ 소재지: 전라남도 목포시 번화로 75 (상락동1가)
✅ [명칭] 사진 속 건물은 ‘구(舊) 목포 화신 연쇄점’입니다.
✅ [역사] 1922년 서울에서 규모 있는 귀금속 상점이었던 ‘화신상점'은 1931년 친일자본가 박흥식에게 인수되어 화신백화점으로 재탄생됩니다. 공격적인 확장으로 세를 넓히던 화신백화점은 여러 지역에 체인점을 여는데, 목포 화신 연쇄점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1930년대에 출간한 『호남평론』에서 ‘여러분의 백화점'이라는 문구로 연쇄점을 홍보하는 것으로 보아 목포점 역시 한국인이 운영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목포점의 소유주인 서병재도 친일자본가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서병재의 동생이 목포 독립운동가 서병인(1896~1948)이었다고 합니다. 또한 서병인이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목포점 운영에도 관여했다고 전해집니다.
✅ [입지 특징] 목포점은 일제 시절 목포의 번화가였던 ‘긴자(銀座) 사거리’에 있었습니다. 이 건물이 있던 교차로는 당시 조선인과 일본인이 살던 거주지의 경계이기도 했습니다. 목포역과는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 [건축 특징] 구 목포 화신 연쇄점은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목포 근대 상점 건물 중 규모가 가장 크고, 겉모습이 화려합니다. 사진에서는 비취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지만, 원래는 붉은 색 벽돌의 외관입니다. 현재는 2층이지만, 건축 초기에는 옥상에 3층을 꾸며 놓아, 1층은 공예품, 화장품 등을 비치했고, 2층은 가구, 악기, 3층은 식당과 양복점으로 구성했었습니다.
1930년대 건물로는 흔치 않게 철근과 콘크리트를 활용하여 보&기둥 구조로 지었습니다. 이걸 라멘 구조라고 하는데, 일본어의 라멘ラーメン이 아니라 액자틀이라는 뜻의 독일어 ‘라멘Rahmen’입니다. 이 라멘식 구조 덕분에 내부에서 넓은 개방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목포점의 정문은 건물의 모서리에 뚫려 있는데 비슷한 시기(1923년)에 지어진 ‘인천 옛 우체국(인천 유형문화재)’ 역시 비슷한 형태인 걸로 보아 당시에 유행하던 양식인 것 같습니다.
✅ [변천 과정] 이 건물은 마루오카 다수쿠치(경찰이었다가 목포에 온 후 상업에 종사)가 1932년에 지어, 총, 화약, 서양 가구 등을 수입해서 팔다가, 서병재가 인수하여 35년부터 38년까지 목포 화신 연쇄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1938년부터는 조선 신탁 주식회사, 1941년부터는 조선 운송 주식회사, 1972년부터는 대한 통운 목포 지점으로 사용되었습니다. 1999년에부터는 원로 화가 김영자 화백의 갤러리로 사용되었습니다. 필자가 방문했던 2021년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빈 건물이었고, 일제강점기부터 쓰던 철제 금고만 놓여 있었습니다.
✅ [기대] 2023년 1월 현재 인터넷 로드뷰 서비스로 확인해보니 구 목포 화신 연쇄점 건물을 리모델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취색 페인트는 다 벗겨내고 안에 숨어 있던 붉은 색 벽돌이 드러나 있네요. 관련해서 검색을 해보니 목포에서 ‘1897 개항문화거리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개항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변화시킨다고 합니다. 사업의 일환으로 구 목포 화신 연쇄점도 새로운 모습을 갖춰 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2021년에는 근대 문화재라기 보다는 그냥 오래되고, 방치되어 있는 이름 모를 옛 건물 같은 느낌이 너무 컸었습니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멋진 지역 역사 문화 공간으로 변모하길 기대합니다.
“목포 원도심은 외지인을 의식해 세트장화되지않았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지닌다. 개발가치가 없어 소외된 것은 저주로도 비쳤지만, 도시의 역사문화가 도시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가치로 부각된 2000년대 이후에는 근대 공간과 생활사를 온전하게 간직한 보고로서 주목받게 됐다. 이제 누가 주체가 되어 어떻게 이 지역의 경관과 가치를 살려나갈 것인지가 과제로 남았다.” - 김지민 목포대 건축학과 교수 (한겨레 인터뷰 재인용 2019. 2. 1.)
2023년 1월 31일.
박배민.
“문화유산을 사랑해서 이런 저런 활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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