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케이크 가게에서 발견한 일상의 행복
나는 이 거리로 나온 목적도 잊은 채로 방향을 틀어 세체니 다리로 향했다. 이미 배고픔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다리로 향하는 발걸음은 여느 때보다 무거웠다.
돌아선 자리의 건너편 빌딩에는 러시아 항공사 아에로플로트의 간판이 기다랗게 불을 밝히고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도시를 거니는 와중에도 항공사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걸 보면 나는 틀림없는 항공사 바라기였다.
길을 건너지 않고 이대로 직진하면 다리가 나올 것이었다. 하지만 항공사 간판이 뭐라고 그 하나에 이끌려 굳이 길을 건넜다.
건너간 길은 반대편보다 더 어두웠다. 건너자마자 마주한 것은 철제 울타리에 불빛 하나 없이 빨간 표지판을 달고 굳게 공터와 같은 곳이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울타리 너머를 한참 바라본 후에야 그곳이 놀이터임을 깨달았다. 색이 벗겨진 놀이기구가 철조망에 둘러싸여 있는 그 모습은 도심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기괴했다. 낮에도 아이들의 인적이 닿지 않을 것처럼 그저 황량하게만 보였다.
어둡고 인적이 드문 길이 계속 이어졌다. 직진을 위해 건널목을 건너려고 하니 반대편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상점 하나가 눈에 띄었다.
현지어로 쓰인 간판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유리 너머의 장식을 보니 케이크 가게처럼 보였다. 아기자기한 슈가크래프트 컵케익들이 고운 색을 뽐내며 애프터눈 티 트레이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디스플레이의 뒤로 움직이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에이프런을 입고 주방으로 보이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던 사람은, 능숙한 손길로 컵케익 위에 상투 모양의 크림 하나를 올려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누구보다도 행복한 표정으로 그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만약 우리가 물건을 사면서 물건에 투영된 감정까지 살 수 있다면, 저 컵케익을 사는 것으로 행복을 사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컵케익을 지나쳐온 외벽 위의 남자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세상엔 이렇게 맛있는 것도, 미처 발견하지 못한 소소한 행복도 많을 테니 조금 더 살아보는 것도 좋지 않겠냐고. 그렇게 설득 한 번쯤은 해볼 수 있을것만 같은 케이크였다.
영업 종료 간판을 걸은 채로 불을 밝힌 그곳을 지나며, 날이 밝으면 다시 돌아와 케이크 하나를 꼭 사 먹겠노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