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아직 끝내지 않기로 했는가

내게 글은 쾌락의 반대편이다

by Seon J

말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고 싶었다.
무언가를 끝냈다는 표시 대신,
어디까지 왔는지를 사유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아직 끝내지 않기로 했다.

free-photo-of-ocean-waves-in-black-and-white.jpeg


1.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많았다

어떤 이들은 나를 보고 근성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직하게 말하면,
군대라는 철창의 구조가 없었다면
나는 분명 어딘가에서 적당히 포기했을 것이다.

바깥 세계와 단절된 채,
생각만으로 온몸을 지탱해야 했던 그 시기.
그 고통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스스로를 마주하는 기회를 강제로 제공한 통증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배웠다.
‘그만두고 싶다’는 감정은 멈춤의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관찰과 분해의 시작점일 수 있다는 것.


2. 그래도 이어간다, 나를 위해

나는 쓰지 않으면 무너지는 사람이다.
글은 내게 있어서 감정의 배출구이자,
욕망의 충동이 돌발적 파괴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통로다.

타인을 위한 글도 아니고,
그 누구에게 들려주기 위한 문장도 아니다.
그저 내 안의 무작위성과 과잉을 다스리기 위한,
나만의 방식일 뿐이다.

하지만 그걸 타인이 읽을 수 있다면,
그건 단지 부작용이 아니라, 보너스다.
나로선 놀라운 일이지만, 상관없다.
나는 이미 나를 위해 시작했으니까.



3. 끝내도 된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언제든 이걸 끝내도 괜찮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아직 말하지 못한 게 있다’는 감각은
끝나지 않는 욕망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니까.

글은 완결이 없다.
그저 중간점에서 마침표를 찍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나는 아직 말하고 싶은 게 있다기보다,
말을 멈추고 싶지 않다.
그게 다다.


4. 내게 글은 쾌락의 반대편이다

나는 쾌락이 두렵다.
그건 쉽게 길들고, 빠르게 허무해진다.
그래서 글을 쓴다.

글은 욕망을 넘어서
무형의 충동을 가시적인 궤적으로 남기는 일이다.
복기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다.
그래서 글은,
내가 파괴되지 않기 위해 감정을 ‘접속’시키는 도구다.


5. 이 글이 마지막이라면

내가 이 글로 끝난다면,
남겨두고 싶은 말은 아주 간단하다.


웃고 싶으면 산천이 흔들리도록 웃어도 좋고,
울고 싶으면 펑펑, 소리내어 울어도 좋다.

그리고
그 어떤 슬픔이나 기쁨에도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
기억해줄 사람은 결국 나 자신이다.


끝내지 않기로 한 이유는

사실 끝내는 걸 무서워서가 아니라,
아직 감각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내가 끝맺음을 미루는 건,
아직 단어가 아닌 촉각으로
세상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끝내지 않기로 했다.

그건 선언이 아니라,
다만 아주 조용한
감정의 수신 상태다.

필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이름으로,
마지막 문장을 닫으며.


Seon J.


2025년 선거일,
말보다 더 조용히 말하고 있는 어느 아들의 기록.

목요일 연재
이전 04화나는 왜 끝내 말할 수 없다 느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