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말하다 일러스트
그 길고 긴 침묵은
서서히 목을 타고 올라오는 것과 같다.
침묵의 차가운 온도는
조그마한 내 피부의 따스함에도
화상을 입기 마련이라
곧 힘없이 나에게서 떨어질 때가 많았음에도
이번의 침묵은 오히려 더더욱 차가워지며
나의 몸을 타고 오르는 모습이 의기양양하다.
그렇다고 손톱으로 그 몸통을 쥐어뜯으며
억지로라도 내 몸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일도 아니었다.
내가 그러고 싶지 않다는 내 생각을
침묵은 너무나도 잘 꿰고 있었다.
그대로 둔다면 나는 곧 침묵에 삼켜질까.
아니면 침묵은 그저 나를 보고만 있을까.
점점 기어오르는 침묵을 그대로 둔다면
그 차가움에 생각마저 질식해
더는 입술조차 뗄 수 없게 될까.
서투른 말을 꺼내어 내가 상처 입는 것보다
침묵은 도로 내 목구멍까지 삼켜버리는 것으로
나를 옭아매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이 침묵이 바라는 것이 아닐까.
+Homepage
+contact
sayhelloanbu@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