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작가가 될 상인가...

Lv1. 세이하이님이 브런치에 입장하셨습니다.

by 세이하이

브런치 글 첫 발행 소감문




누구는 그림을 잘 그리는데, 나는 글을 조금 쓸 줄 안다. 누구는 운동을 잘하는데, 나는 또 그나마 글을 좀 쓴다. 잘한다는 건 아니다. 다만 내가 타고난 몇 안 되는 능력들 중 그 친구가 유독 내 인생에 오지랖을 부렸다.


누구는 공부를 잘하는데, 나는 글 쓸 때만 엉덩이 붙이고 앉아 있는다. 누구는 돈을 잘 버는데 나는 먹고살 만큼만 벌며 소소하게 글이나 쓰고 살자 생각했다가 그건 또 아닌 것 같아서 돈도 잘 벌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떻게?


문제는 내가 느리다는 거다.


책도 느리게 읽고 글도 세월아 네월아 쓴다. 옆길로 새는 게 특기라서 한 시간이면 끝낼 일을 세네 시간은 걸려서 하는 게 일상이고, 그러다 타고난 저질 체력이 바닥나기라도 하면 그대로 침대 직행이다.


쓰다 만 소설이 몇 개요, 수필은 또 몇 개요. 아직 머릿속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기다리는 것들은? 오 년 넘게 구상 중인 소설도 있다. 이 세상 뜨기 전에는 쓰겠거니 한다.


아…. 그런데


주인을 잘못 만난 능력치가 좀 불쌍했다. 마치 아이디만 만들어지고 방치된 게임 캐릭터처럼 제대로 개발되지 못한 불모지로 남아 있는 게. 만약 그 캐릭터가 마법사라면 지팡이 한 번 휘둘러 보지 못했거나 레벨 1용 나무 막대 지팡이만 들고 주구장창 다니며 게임 속 세상을 배회하고 있는 것 같달까.


나는 한동안 고민했다. ‘내가 작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러니까, 내 문인 캐릭터는 만렙을 찍을 수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 이미지 출처: 영화 〈관상〉(2013, 한재림 감독), © Showbox / Mediaplex


부질없는 고민이라는 걸 안다. 꼭 만렙을 찍어야 작가인가. 내가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문장으로 표현하는 마음 그 자체가 작가인 것이지.


그런데 왜 고민했느냐고 묻는다면, 생각보다 내가 글쓰기를 더 깊이 사랑해서 현생과의 양다리가 불가능해서 그렇다. 글 쓸 때는 내가 나인 것 같은데, 다른 생업을 할 때는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속이 까슬까슬하고 불편해서 그렇다.


그래서 굳이, 나름 안정적이던 삶에서 뛰쳐나와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열여섯 시간이나 시차가 나는 이곳 캐나다까지 멀리멀리 날아와서는 말이다.


설명하자면, 조율 중이라 하겠다. 지독한 현실과 나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나다운 모습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실현해 보기 위해서.


그래도 지난 삼 년간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쌓았다. 그리하여 삼십이 년 만에 처음으로 나의 문인 캐릭터에게 무대 하나를 찾아줄 수 있었다.


그래도 첫 글 조회수가 12회인데 그중 8명이나 라이킷을 눌러주었다.


IMG_3798.jpg ⓒ ChatGPT (OpenAI) – 대화 캡처



과반수 이상이라는 게 기뻤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Lv1. 세이하이님이 브런치에 입장하셨습니다.」







*세이하이의 캐나다 일상과 해외 생활 감성 에세이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환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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