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2/3)

세 번의 밤. 살려달라는 비명.

by 낭만

보통 내 또래 친구들은 빠르면 초등학교 5학년부터나 또는 중학교 가서나 2차 성징이 나타났는데, 난 초등학교 3학년부터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 알게 된 건 가슴에 봉긋하게 몽우리가 생겼고, 음부에 한가닥 털이 났는데 머리카락 인가 하고 집어서 버리려 잡아서 드는 순간 으억! 하고 낮은 비명을 질렀던 순간이었다. 엄마 따라 목욕탕을 갔다가 아는 아이들을 만나기라도 하면 음부의 털을 두 손 모아 공손한 듯 가렸는데, 나의 털들은 그런 내가 가소롭다는 듯 첨엔 한가닥이었던 게 두 가닥, 세 가닥... 그렇게 점점 늘어만 갔다. 그 사이에 가슴은 어느새 스포츠브라를 해야 할 정도로 나와서 또래 친구들과 달리 브래지어를 하고 다녔고, 게다가 키도 빠르게 커서 초등학교 3학년 때 145cm가 넘기도 했다. 아이들은 내게 엄마 브래지어 훔쳐 입고 온고 아니냐는 둥, 엄마 속옷을 입고 와서는 자기 속옷이랑 바꿔 입어보자는 둥, 성장이 빠른 나에 대한 관심도 많았던 시기였다.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갇혔던 집은 현관에 들어서면 옛날 아궁이 때던 부엌이었는지 방보다 낮은 주방에, 주방 옆을 보면 방으로 들어가는 나무 문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며 가늠해 보면 방은 6평 정도 되었을까. 형광등이 천장 중간에 덜렁 달려있는 게 다였고, 옆으로는 천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조그마한 창문은 내가 손을 뻗어야 닿을 수 있는 높이였고, 그 창문 밑에는 작은 접이식 원목 테이블이 있었다. 그 테이블 옆으로 도톰한 이불이 깔려있었는데, 그 이불 위로 나는 몰렸다. 그동안 몇 번 봤던 아저씨의 얼굴과 달랐다. 나를 강하게 쏘아보는 매서운 눈초리를 하고, 바지와 속옷을 벗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드러냈다. 그때 난 남자의 성기를 처음 보았다. 너무나 무서워서 덜덜 떨었고 울면서 방구석으로 아무리 파고들어도 조그마한 방 안엔 내가 숨을 곳도, 내가 던질만한 물건 또한 아무것도 없었다. 반항할 수 있는 도구나 순간들이 전혀 없어 꼼짝없이 몰렸다.


그는 내 옷을 벗기고, 내가 강하게 반항하자 나의 속옷과 팬티를 벗기고서 자신의 성기를 내게 삽입하려고 했으나, 몸만 커졌지 아직 2차 성징을 막 시작한 미성숙한 아이의 몸이었기 때문에 내 성기에 자신의 것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포기했다. 그는 군인이라고 했다. 낮엔 부대에서 근무하러 나가는 동안 밖에서 자물쇠를 달아 잠가놓아 내가 도망가지 못하게 가둬놓고 밤이면 집에 와 자신의 것을 드러내어 핥거나 빨 것을 강요했으며, 반항하면 무자비하게 맞았다. 혹시나 지나가는 누군가가 들을까 하는 희망을 안고, 악을 쓰며 살려달라고 격하게 울부짖었지만 밖에선 아무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 자그마한 창문에서 해가 뜨고 지는 동안, 그가 없는 동안 창문에 대고 아무리 소리쳐봐도 공허한 외침이었다. 그럼에도 야속하게도 해가 지고 노을이 지면 그가 돌아올 것을 생각하면 심장이 벌렁거렸다. 그러다 밤이 되면 계속 강요당하고 맞고 강요당하고 맞은 터라 온몸에 피멍이 들고, 상처에서 피가 났다. 게다가 고막이 터져 귀에선 위잉-소리와 함께 이명이 강하게 들렸다. 무서웠다. 이대로 계속 맞다가 죽을까 봐.


세 번의 밤이 지나가고, 네 번째 해가 뜨던 날, 경찰차 소리와 너무나 그리웠고 보고싶었던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엄마가 날 찾아줄 줄 알았어라는 안도감과 함께 굳게 닫혀있던 방문이 열렸다. 엄마와 같이 온 경찰에 의해 그는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잡혔고, 난 내복만 입은 채로 맨발로 전속력으로 달려서 엄마에게 안겨 엉엉 울었다. 당연히 엄마가 나를 위로해 줄 거라고, 내 새끼 무서웠냐고 토닥여줄 거라 믿었는데 아니었다. 엄마 입에서 나온 말은


"더러워. 저리 비켜"


그러면서 엄마의 이어지는 말은 더 나의 심장을 후벼 팠다.


" 아빠한텐 말하지 마. 엄마랑만 아는 비밀이야. 아빠가 아시면 너 쫓겨나. 죽어. "


아빠는 그때 다른 지역으로 몇 달 출장을 가 있었기 때문에 주말이나 짬날 때 집에 들렀는데, 이 일이 있었던 동안에는 집에 없었다. 아빠가 없을 때 이랬으니 망정이지, 아빠 있었으면 넌 죽었다는 말이 너무나 상처로 와닿았다. 나를 위로해 주고, 나를 아껴주는 친부모가 지금 내겐 사라진 셈이었다. 내가 잘못한 게 없는데 난 더럽혀진 순결하지 못한 여자아이가 되어있었다. 엄마는 내가 더럽고, 아빠는 나를 쫓아낸다 했다. 내가 이렇게 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닌데.


구출은 됐지만 산부인과도 가지 못했다. 그의 것을 나한테 짓이겨 넣으려 했던 터라 나의 성기도 상처가 나서 쓰라렸고 아팠는데 산부인과 치료도 받지 못했다. 어린애가 산부인과 갔다가 괜히 동네에 소문이라도 나면 엄마아빠가 고개 못 들고 다닌다는 거였다. 심리치료? 그런 게 90년대에 있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있었어도 엄마는 데려가지 않았을 것이고 감추기에 급급했을 것이다. 실제로도 동네 사람들도 모르게 내 입단속을 시켰으니 말이다. 난 내가 갇혔고, 성폭력을 당했는데 죄인이 되었고, 아무런 조치도 받지 못했다. 엄마의 사랑도 받지 못했다. 그렇게 난 보호받는 듯했지만 방치됐다. 나의 마음과 정신은 갈기갈기 찢겨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냥 죽었어야 했나 보다.


이후 시작된 경찰수사는 더욱더 나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이전 03화내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