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글을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나는 좋다. '책을 한 권 완성한 삶은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라는 김연수 작가의 멋진 말 때문이 아니다. 어떤 것에 대해 하나씩 정리를 한다는 것을 넘어 정립을 한다는 개념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지금은 벗이자 스승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내 안에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이 의식적인 과정을 거쳐 형태를 갖춰나간다고 해야 하나, 저 멀리 뒤처져서 따라오던 영혼과 재회했다고 해야 하나, 있는지조차도 몰랐던 것들과의 만남에 놀랐다고 해야 하나, 하여간 내 안의 무언가를 자극하는 것에 글쓰기만 한 것이 없다.
글을 쓰는 일에 대해서 만큼은 게으름을 피우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많은 것들, 그러니까 밥을 먹고, 수업을 하고, 모임을 갖는 모든 것들이 거기에서 나왔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때문만은 아니다. 나는 나를 치유하는 도구가 글쓰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불분명하던 것이 분명해지면서 나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거기에 이제는 단순히 '나'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내가 세상에 던져놓은 것들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간디는 "내 삶이 곧 메시지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행동이었고, 그의 행동은 인도를 움직였다. 생각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며, 행동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한 사람의 생각이 누군가에게 다른 생각과 다짐, 행동을 이끌어내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감동적이다. 존경스러웠다. 그러면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나도 누군가에게 다른 생각이나 다짐, 행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선(善) 한 의도가 전달되어 의미를 지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자신의 삶에 애착을 지니는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가장 적합한 도구는 글쓰기라고 생각했다. 내가 치유되었던 모습이 떠올랐고,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 움직이는 힘을 익히는 과정이 설득력 있게 느껴질 것 같았다. 삶 쓰기에서 나아가 삶을 창조적으로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만한 것이 없어 보였다. 또 무엇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잘 하고 싶은, 잘 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분야라는 것도 중요했다. 그 믿음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고, 나의 수레바퀴는 오늘도 제 속도로 그곳을 향해 굴러가고 있다.
현자들은 이야기한다.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고, 죽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그래야 유한한 삶을 무한한 것처럼, 자유롭게 축제처럼 살아갈 수 있다고 노래한다. 내게는 아직 현자들처럼 얘기할 수 있는 용기나 배짱은 아직 없다. 다만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이런 정도의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면에 있는 가장 든든한 벗을 만나고 싶다면, '인류를 위한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면, 내 삶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해보고 싶다면, 글쓰기를 시작하라고 말이다. 침묵하는 시간들, 초침과 초침 사이로 수많은 것들과 재회하고 이별하겠지만 긍정적이었든, 부정적이었든, 결국 스스로를 믿는 도구의 역할을 누구보다 멋지게 수행해 낼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동시에 순순하고, 선(善) 한 의미를 지닌 방향으로 자신을 이끌어나갈 거라는 것까지도.
-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