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건네는 말
ZOOM에 올라탔다. 가히 거인의 어깨라고 할만하다.
덕분에 '불가능하다'라고 여겼던 것들이 하나 둘 '가능한 것'으로 자리를 옮겨오고 있다.
대면 수업이나 모임을 원천적으로 봉쇄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으로 진행할 방법에 대해 애써 고민하지 않았다. 금방 상황이 좋아질 거니까,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상황은 호의적으로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시적이 아닌 일상적인 현상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분위기였다. 서서히 조바심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이 문제가 아니었다. 기간을 정할 수도, 정해놓을 수도 없다는 것은 막막함, 그 자체였다. 상황이 좋아지겠지, 돌파구가 만들어지겠지, 시간만 보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환경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인식과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의식이 불가피한 단절에 대한 대안을 강력하게 요구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된 것이 ZOOM이다.
고백하면 ZOOM을 외면하고 싶었다.
관성은 벗어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나 또한 익숙한 것이 좋은 사람이었다.
ZOOM을 피할 수 있는 이유는 많았다.
'아직 제가 경험이 없어서...'
'ZOOM은 어려워서...'
'온라인 수업은 한계가 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그렇지만 3월에 시작해야 할 수업이 4월, 5월을 넘겼는데도 시작하지 못했고, 장기 프로젝트인 책 쓰기는 아예 발목이 묶인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원망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었다. 과거로 되돌리지 않는 한 적응이 필요했고, 방법을 찾아야 했다. ZOOM을 떠올렸을 때, '가능할까?'라는 걱정으로 고민이 많았다. 다행히 참여하시는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한번 시도해보자'라고 말해주어 용기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거인들의 세상을 맞이할 준비를 나보다 먼저 마치셨던 모양이다. 유튜브에 들어가 ZOOM에 대해 알아보고, 네이버에서 알고 있는 게 맞는지 간단하게 점검했다. 그리고는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몇 개의 독서모임과 책쓰기 수업을 ZOOM으로 전환해 진행해오고 있다.
ZOOM. 나에겐 낯선 테크놀로지였다. 만약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있는지도 모르고 지냈을 것 같다. 예측하지 못하는 세상에 대한 준비를 미리 마쳤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들의 시나리오는 어디까지 뻗어나가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나는 예측도,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말이다. 언컨택트 환경, 단어조차 생소한데 새로운 조합에 대해 자꾸 고민하게 만든다. 어떠한 가능성에 대해 점검 차원에서의 보다 많은 시도를 희망하는 눈치이다.
무엇보다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ZOOM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 있다. '시도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라는 사실이다.
'아직 제가 경험이 없어서...'
'ZOOM은 어려워서...'
'온라인 수업은 한계가 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많아서...'
거인들의 세계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섬세하게 다가가야 하겠지만, 대담함도 필요한 세상이 오고 있다. ZOOM이 아닌, 그 이상의 것에 대해 열린 마음이 필요해 보인다. 이번엔 좀 늦었지만, 다음에 조금 더 가볍게,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by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