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건네는 말
지난주부터 아이들과의 수업이 다시 시작되었다. 최대한 거리를 확보하고 조심스럽게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오프라인에 대한 부담은 여전해 보인다. 지난 토요일에는 중등부 독서모임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이상, 중학교 1~2학년. 이렇게 두 클래스가 진행되었는데, 학원 보강으로 빠진 친구들도 있고, 개인 사정으로 빠진 친구들도 있었다. 특히 중학교 1~2학년 반에는 빠진 친구들이 많았다.
그래서일까, 한 친구가 제안을 해왔다.
"선생님. 우리가 오랜만에 본 거잖아요?"
"그렇지"
"그러면 각자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도 하고, 고민도 이야기하고, 그렇게 보내면 더 좋지 않을까요?"
"어? 책 이야기 말고?"
"네.. 책보다 더 좋을 것 같아요"
옆에 있는 다른 친구에게 물었다.
"네 생각은 어때?"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래? 음... 좋아. 그렇게 하자"
토요일 책방으로 걸어오면서 혼자 속으로 되뇌었었다.
'학생 이전에 사람이다'
'공부 이전에 관계이다'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나오는 친구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최대의 것을 줘야지'
아무래도 두 녀석이 내 마음을 다녀갔던 모양이다.
"좋아. 그러자... 요즘 너희 고민은 어떤 거야?"
"저는요. 요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어요. 제가 파티시에를 원했는데요..."
"저는 학교 수행평가로 노래를 불러서 올리는 게 있는데... "
진로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상황, 시대적인 흐름, 경제와 문화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진로는 현재가 아닌 미래에 대한 고민이기 때문에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코로나, 인종차별, 홍콩 보안법, G2, 미국과 중국의 관계, 기술의 발달 등으로 확장되었는데, 그렇다고 해도 결국 마주하게 되는 질문은 지극히 인문학적일 수밖에 없다.
"평생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학은 어떤 방향에서 접근해야 할까?"
"예측할 수 없는 시대, 핵심적인 역량과 태도는 무엇일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진로를 넘어, 삶에 대한 이야기에 두 눈을 반짝이며 얘기를 나누었던 두 아이에게 나의 얘기가 조금이라도 플러스가 되었기를 희망해본다.
다른 한 친구의 질문은 조금 현실적이었다.
"이번 주까지 해야 하는 수행평가가 있는데. 노래를 불러서 영상을 찍어야 하는데... 저는 그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면 좋을까,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용기를 얻을 수 있을까, 잠시 고민했었다. 그리고는 나의 어설픈 유튜브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선생님, 유튜브도 하세요?"
"응. 얼마 안 됐어"
"우와"
나는 '우와'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유튜버라는 선택에 대한 용기의 대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궁금해하는 아이들에게 한 편을 올리기 위해 몇 편을 다시 찍는 것은 당연하다는 얘기와 함께 카메라 자체에 대한 두려움,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평가에 대한 두려움은 아직도 여전하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대략 30편의 영상을 올리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며 비밀스럽게 전해주었다.
"조금 편하게 해도 된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의 일을 유심하게, 꼼꼼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다"
"도전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짧게 덧붙였다.
"선생님도 계속 시도하고, 시도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 너희들도 시도하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라고.
아이들에게 내가 전하고자 했던 진심이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마무리에 아이들이 했던 말을 곱씹을 뿐이다.
"저는 이번 자유학기제 동안에 진로, 취업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게요"
"전 수행평가도 그렇고, 시도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두 아이를 응원한다. 나보다 더 멋지게 살아갈 아이들을 미리 응원해 주고 싶다.
"얘들아, 알지? 너희들은 선생님보다 더 멋지게 살아갈 거야. 미리, 많이, 응원한다!"
by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네가 태어났을 때 너는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네가 죽을 때에는 세상이 울고 네가 기뻐할 수 있는 삶을 살아라.
- 인디언 속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