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시간이 살아갈 시간에게 건네는 말
카페에서 30일 동안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하루에 한번 글쓰기가 목표인데, 30일 동안 글쓰기 주제가 제공되면 주제와 관련해서 글을 써도 되고,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글을 쓰면 된다. 이번 주에 제시된 다섯 개의 글쓰기 주제 중에 하나였다.
"당신이 주례를 맡았다. 당신만의 멋진 주례사를 완성해보자"
질문과 관련해 그레님께서 <평범한 주부의 고해성사 같은 축사>라는 글을 올려주셨는데, 너무 당겨지거나 너무 느슨해지지 않도록 고무줄을 당겨보듯 각자 스스로를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면서 그레님은 나를 포함한 카페 멤버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남편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남편 휴대폰에 저장된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나의 휴대폰과 남편의 휴대폰에는 같은 이름이 저장되어 있다. 내가 휴대폰에 남편의 이름 대신 "언제나 내 편"을 저장하면서 남편에게도 저장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다정한 내 편"이라고 저장되어 있다. 남편은 나보다 성격도 차분하고 말도 성급하지 않다. 거기에 약간의 느긋함을 천성적으로 지니고 있는 남편은 시댁에서든, 친정에서든 다정한 사람으로 분류되었다.
"남편, 정말 다정하죠?
"남편, 많이 자상하죠?"
"네. 그런 것 같아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정말 처음에는 잘 몰랐던 것 같다. 나보다 한 걸음 느린 사람, 나보다 한 마디 느린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다정함이나 자상함과 연결하지 않았는데, 함께 생활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보다 훨씬 더 자상하고 친절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면서 휴대폰 속의 이름도 바꾸었다. "다정한 내 편"이라고. 그러다가 그레님의 글에 대해 남편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로에게 "여신" 과 "든든하고 존경하는 우리 신랑"으로 저장되어 있다는 글에 대해 그레님은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가는 비법을 알고 계신 것 같다며 대화를 이어나가다가 뜬금없이 남편에게 물었다.
"당신은 어떤 이름으로 저장되고 있으면 기분이 더 좋을 것 같아?"
"응?"
"아니다... 다시,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싶은지 물어봐야 하나?"
"응?... 음"
"그냥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거 말해봐 봐"
"나? 뭐 할까?"
"음... 장군?"
"어? 짱~~군... 이거 말이지?"
"아니, 그건 아니고..."
"음? 장군? 왕 장군?... 이런 거?"
"아니, 그건 좀 꼰대 같잖아.... (웃음)"
"그럼, 대장군... 뭐 이런 걸로 해줄까?"
"대장군... (웃음) 그럼 자기는?"
"나?... 뭐 하지..."
"여신해줄까?"
"여신은 아닌 것 같은데..."
"왜?"
"여신은 팔등신 미모를 자랑해야 할 것 같고... 뮤즈... 이거 좋겠다!?"
"뮤지? 뮤즈?"
"뮤즈"
"뮤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데, 감이 좋은 신이 한 명 있어..."
"감이 좋은?..."
"그러니까.. 감이 좋다는 게 아니라,,, 영감이 좋다고 해야 하나..."
스티븐 킹이 뮤즈를 기다리지 말고, 입 다물고 글을 쓰라는 얘기를 두서없이 떠들다가 결국 남편과 나는 뮤즈에 대해 검색했다.
한참 동안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이 말했다.
"뮤즈도 여신인데?"
"어? ... 그러네... (웃음)... 헐... 나 여신 스타일 아닌데..."
여신? 장군? 둘이 바라보면서 한참 웃다가 출근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난다. 뮤즈는 하늘에 있어서 좋겠다는 둥, 장군은 땅에서 바쁘다는 둥, 결국 뮤즈가 더 높은 거 아니냐고 했다가, 땅에서는 장군이 힘이 더 세다는 둥, 여느 날처럼 툭툭 던지다가 끝냈다. 그레님 글 덕분에 한 번 더 웃었던 아침이다. 당분간 뮤즈, 장군과 함께 동거를 하게 될 것 같다. 서열 싸움이 치열하겠지만, 장마와 함께 찾아온 더위에 조금은 덜 심심할 것 같다.
by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