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의 몇 년을 빼고 잊고 지냈던 기록디자이너의 삶

오랫동안 생각했던 것들

by 윤슬작가

나를 알아가는 연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면서 근래 새롭게 알아낸 것이 또 한 가지 있다.

나는 '정의 내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나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그 일을 마주하는 감정에 대해, 그런 감정이 생겨난 원인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어느 정도의 답을 찾을 때까지 사색, 그 언저리의 있는 몇 가지 행위를 한다. 이럴 때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다. 무엇보다 시간감각이 둔해진다. 어떤 다른 세계를 걷는 느낌이다. 보다 현실적으로 얘기하면 불분명하던 것이 분명해지는 명확함을 얻는가 하면 오류가 오류를 낳아 그로 인해 깊은 고독감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결론적으로 '무언가를 알게 되는' 수확이 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근래 몇 년 동안 일어난 일을 정의하면 '내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렇다. 일일이 어떤 상황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여러 상황에서 그런 기운을 느꼈고, 그런 기운에 힘입어 한 걸음 내디딜 것을 두 걸음 내딛기도 했다. 무리가 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리 단단하지 못한 성격의 나였지만, 기대감은 무언가를 감행하게 만드는 힘을 만들어 주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동시에 무게라는 것도 생겨났다. 사명감, 책임감이라고 하면 좋을까. 하여간 자연스럽게 그런 감정이 동반되었다. 어떤 경우의 수에 대해서도 장단점이 무엇인지, 모두가 얻게 되는 혜택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 식으로 일을 하는 나를 두고 주변의 현실적인 인물 몇몇이 냉철하고 정확한 답변을 던져준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런 정도.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너무 이상적으로 삶을 바라보는 거 아닐까?'

'왜 그렇게까지 자신을 괴롭히는 방식을 선택해?'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것도 병이야'

'다른 사람이 걱정하고 불안해할 수도 있어. 하지만 그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 줄 건 아니잖아?'

'모두에게서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 때문은 아닐까?'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으면서 살아갈 수는 없어. 오해가 생겨도 어쩔 수 없는 거야'

'다들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 인생이잖아. 무엇이든 자신의 선택이야'

'그렇게까지 확장해서 해석하고 고민하지 마. 네가 책임지지 않아도 돼'


12월에 들어오면서 몇 가지 사건이 겹쳤고 생각이 많아졌다. 의례 해오던 습관처럼 정의 내리기에 들어갔다. 마음을 알 수 없는 일에 대한 나만의 해석이 필요했고, 아직 한참 멀다고 여겼던 일에 대해 다시 마음을 확인해야 하는 시간도 찾아왔다. 내 안에 숨겨진 욕망, 열정을 읽어내는 힘이 어느 때보다 절실했다. 저절로 묵언수행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날들이 끝나가고 있다. 정면승부하는 방법으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건을 마주하는 나의 방식에 대한 완전히 다른 방식의 반박도 들었다. 자기 신뢰의 힘을 떠올리면서 마음속에 숨겨진 욕망과 열정을 따르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는 결론도 얻었다.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모두에게서 이해받고 싶다는 마음부터 버려야 할 것 같다. 하나씩, 하나씩 머릿속에 저장된 것들을 일상 속으로 끄집어 내는 일에 마음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생이라는 함수는 정의 내리는 것보다 연습이 필요한 영역임을 새삼 확인해본다. 죽는 순간까지도 인생은 계속 질문을 던져올 것이고, 나는 계속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머릿속에 저장해 놓기만 한 것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는 방식으로 말이다. 가끔 인생이 내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혼돈이 올 때가 있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에도 나만의 방식으로 승자가 되는 길을 선택할까 한다. 나밖에 선택할 수 없는 방식으로 말이다. 처음의 몇 년을 빼고 잊고 지냈던 기록디자이너의 삶, 기록을 디자인하면서 만들어가는 삶을 떠올려보는 아침이다.


-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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