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뀌기를 바라지 마세요"
"사람은 누군가의 설득으로 바뀌지 않아요"
"자신이 원할 때 그때 진짜 바뀌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저렇게 해주겠지, 이런 마음을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일에서든, 관계에서든 어려움을 호소할 때 전해주는 말이다. 보통 상대방이 '잘'했을 때, 일이 잘 되고, 관계도 잘 맺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거기에는 몇 가지 오류가 숨어 있다. 그중에 한 가지가 상대방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는 생각하는 오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그런 상황도 존재하지 않고, 그럴 수 있는 사람도 없다. 거기에 또 한 가지 그런 상황이다 보니 일이 잘되지 않거나 예상과 빗나갔을 때 그 원인이 상대방에게 있다고 결론 내린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볼 때 좋은 관계를 만드는 방법과 관련해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이 있는 것이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여겨진다.
관계는 내보낸 후 되돌아는 메아리처럼 공감과 소통의 영역이다. 서로의 힘이 동시에 작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상대방의 마음까지는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마음은 감정의 지배를 받고, 상대방의 감정 상태를 완벽하게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나의 마음, 내 마음만큼은 어떻게 해볼 수가 있다. 다시 말해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은 제외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의미이다. 관계에 대해 고민하거나 생각에 빠질 때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그는 모든 사물을 마치 처음 보는 것이 대하는 것이다"
삶, 시작, 관계에 대한 조르바의 태도를 두고 두목(주인공 화자)이 묘사한 부분인데, 기억 창고에 저장되어 있다가 수시로 고개를 내민다. 내가 조르바에게서 배워야 할 첫 번째 덕목으로 뽑아서 일 것 같다. 아주 오래전에 조르바를 만났을 때, '이거 진짜 어려운 일인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라는 바람을 내비쳤던 것 같다.
어제와 같은 오늘, 그제와 같은 오늘이 아닌 새로운 오늘.
어제 봤던 사람, 어제 만났던 사람이 아닌 오늘 처음 본 사람,
어제 얘기 나눈 동료가 아닌 오늘 새로운 이야기를 전해줄 동료.
어제와 똑같은 아이가 아닌, 어제와 다른, 한 뼘쯤 자란 아이.
이런 마음으로 마주하면 새로움이 가득해지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라는 호기심이 생겨나지 않을까?
정현종 시인의 말처럼 한 사람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이 통째로 오는 것이 '관계'이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면서 마음을 새롭게 먹은 새로운 사람, 새로운 인생이 오는 '오늘'이다.
이런 상황에서 낡은 나의 생각, 그러니까 어제까지의 고정관념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참 미안한 일이 될 것 같다. 신영복 선생님의 "처음처럼"이라는 말은 봄날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오늘을 시작하는, 어제 만난 사람을 다시 만나는 우리에게 충분히 유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모든 사물을 마치 처음 보는 것이 대하는 것이다"
처음인 것처럼 새롭게 바라보는 마음.
관계를 해결하는 완벽한 방법이 아닐 수 있지만, 적어도 확률은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그런 확률 말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