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현관문 여는 남자

by 윤슬작가

집안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그는 아무 생각 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사실 그는 '툭하면 밖에 나가는 남자'로 불리고 있는지 몰랐다. 하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나가기도 했고. 아내와 언성이 높아지면 자리를 피하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다. 그도 자신에게 그런 습관이 있는지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또다시 나가지 않았다. 아니, 앞으로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다짐을 거듭 반복하고 있다. 화도 나고, 답답한 마음이 가득하지만, 꾹 참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온다는 아내가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리면서.


집안일로 의견에 다툼이 생겼고, 여느 때처럼 결국 언성이 높아졌다.

세 아이는 모두 잠자기에 든 시간이었다. 안방에서 부엌으로, 거실로 새어 나왔고, 그와 아내 누구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칼로 물 베기로 불리는 부부 싸움이 일어났고 둘 다 양보하지 않았다. 매번 그렇지만 원인은 소소했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느냐"였다. 하지만 싸움이 번지면서 원인이 모호해졌고, 상황은 걷잡을 수없이 커졌다. 그러고는 언제나처럼 막판에는 서로를 향해 비슷한 말을 던졌다.


"자기가 하는 게 늘 그렇지!"

"늘 자기만 옳다고 하니 어떻게 해결이 되겠어?"


긴장한 눈빛이 서로를 향해 잡아먹을 것처럼 달려들었고, 어떤 생각도 없이 그는 현관문을 열었다.

지난 부부 싸움 끝에 '다시는 다투다가 말없이 현관문을 열고 나가지 않겠다'라고 했던 약속을 어긴 채.


처음에 아내가 싫어하는 줄 몰랐다. 특별한 내색이 없었을뿐더러, 자신의 행위에 어떤 의미도 부여하지 않았던 터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아내는 반복적으로 요구했다.

"누구는 좋아서 집안에서 참는 줄 알아?"

"툭하면 나가는 거, 그거 안 좋은 거잖아. 그럼 고쳐야지. 애들 보기도 부끄럽지 않아?"

그러면서 아내는 그에게 요구했다. 문을 열고 나가는 아버지는 어떻게 할 수 없어도 남편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현관문을 닫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잠시 머뭇거리기는 했다.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잠시 그의 뇌리를 스쳐갔지만, 이미 그도 화가 날 때로 난 상태이었다. 습관은 그의 행동을 합리화시켰고, 잠깐의 머뭇거림을 외면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


딱히 갈 곳도, 할 일도 없었다. 아직 문을 열어놓은 집 앞 작은 마트에서 맥주를 한 캔을 계산하고 의자에 앉아 한 캔을 비우고 일어섰을 뿐이다. 그때 시각이 11시 50분, 벌써 12시가 다 되어가는지 몰랐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생각에 그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섰다. 모두 잠들었을 것 같아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안방으로 향했다. 세 아이들은 모두 잠들어있었다. 얼른 양치만 하고 자리에 누웠다. 건조한 공기가 안방을 가득 채운 느낌이 어색했지만 고개를 흔들면서 자리에 누웠다. 하지만 느낌이 이상했다. 그는 손을 뻗었고, 갑자기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 느껴졌다. 그랬다. 아내가 없었다.


화장실을 갔을 거라고 짐작하고 그는 아내를 기다리며 생각했다.

'밖에서 잠시 바람 쐬고 왔는데, 그걸 뭐라고 하지는 않겠지'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 못했다고 그러는지"

얼마나 흘렀을까. 한참이 지나도 아내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무작정 화장실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아내는 없었다. 고양이 걸음으로 아이들 방을 살펴보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아내는 없었다. 순간적으로 불길한 느낌이 온몸을 감싸고 올라와 머리에 둔탁한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설마...?'


미간이 좁아지면서 심장박동 수가 높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적이 없었던 아내였다. 그제서야 지난번에 다툼 끝에 아내가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 떠올랐다.

"만약 다음에 다시 싸운 다음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 나도 똑같이 할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설마, 새벽 1시.

친정은 멀리 있을뿐더러 처제 가족도 며칠 전 지방 출장을 가서 집에 없을 턴데 도대체 어딜 갔는지 짐작할 수가 없었다. 도무지 짐작되는 것이 없었다. 조바심을 내며 전화기를 들었지만 알 수 없는 자존심이 날을 세웠다.


"전화하면 잘못을 인정하는 거야. 전화하지 말고 참아. 지금 전화하면 지는 거야"


딱히 이겨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을 턴데 괜한 오기가 생겨 그는 참기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상력이 발동되면서 걱정이 한 보따리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교통사고 난 것은 아닐까, 이상한 사람 때문에 고생하는 것은 아닐까, 혼자 어디서 울고 있는 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어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자존심을 세울 상황이 아니었다. 그는 전화기를 들었다.

뚜.. 뚜.. 뚜..


전화를 받지 않는 것 때문에 오히려 안도감이 생긴 것은 아내를 잘 안다는 의미일 것이다. 아내의 자존심도 만만치 않았기에 전화를 받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그도 했었다. 하지만 시각이 2시를 향하고 있었고, 자존심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뚜.. 뚜.. 뚜..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았다. 점차 불안감이 엄습해오면서 그는 겁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정말 큰일 난 게 아닐까.

진짜 사고 난 게 아닐까.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다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 희망인 것처럼 톡을 보냈다.


"내가 잘못했어. 화나더라도 현관문 열고 나가지 않을게. 진짜 내가 잘못했어"


대답이 없었다. 가만히 소파에 누워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턴데'

'다음에는 진짜 밖에 안 나가야지'

'전화는 안 받아도 톡은 보겠지'

'사람이 밖에 나가면 ... 이런 기분인가?'

혼자 속으로 반성에 반성을 거듭하고 있을 때였다.


카톡.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고 있어."


겨우 지탱하고 있던 다리에 힘이 풀렸다.


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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