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되돌리고 싶으세요?"라고 묻는다면

by 윤슬작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마음공부가 제일 많이 되는 게 육아라고 하더라고요. 엄마만이 가능한 희생과 노력, 그런 사랑 배워보고 있어요"

이효리가 2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인터뷰한 기사를 보았다. 마음공부가 제일 많이 되는 게 육아라는 말, 공감이 가고도 남음이었다.


육아, 조금 짧은 엄마 경력이지만 가끔씩 혼자 내뱉게 되는 말이 있다.

"내 인생은 어떻게 해보겠는데, 엄마라는 것은 진짜 쉽지 않다"

"인생 전체를 통틀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매 순간 마주하는 기분이다"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고, 멈추게 만들고, 나아가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힘의 원천이다"

"아이를 키우는 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경험은 세상에 없다"


내가 가진 맨 밑바닥의 감정을 봐야 할 일은 생겨났고, 내 마음의 잣대가 어느 때보다 이중적일 수 있다는 것도 목격해야 했다. 뜻대로 되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 뜻이 다른 것에 감사해야 할지, 기준이라는 것이 이렇게 흔들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수시로 흐릿해지는 것을 피할 재간은 없었다. 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는 부담감에 뒷걸음질 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육아, 마음공부를 넘어 인생 공부라고 할만한 일임에 분명하다.


"엄마의 희생, 노력, 사랑을 배워보고 싶다"

'배워보고 싶다'라는 표현은 적당한 것 같다. 나 역시 배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어릴 때는 어릴 때의 상황과 감정, 대처 방법을 배웠고, 조금 자란 지금은 지금의 시기에 필요한 태도와 마음가짐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아마 조금 더 자라면 지금과 또 다른 감정, 생각을 배우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는 표현처럼 육아는 평생에 걸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아이가 자라는 속도에 따라 필요한 것이 달라지듯, 제공하는 것도 달라져야 하고, 동시에 유지해야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버려야 할 것에 대한 구분도 나날이 새로워져야 한다.


희생, 이건 잘 모르겠다. 책임감을 희생의 영역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 새벽부터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저녁을 챙겨주고, 아이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희생이라고 구분 짓지 않았던 터라, 희생은 잘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 줄 수 있는 일, 해 줘야 한다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내가 받은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는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누군가, 특히 부모님의 도움이 가장 컸다. 그 공으로 여기까지 왔으니 그것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희생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명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이라는 것, 필요로 하는 모습이 있는데, 그것이 나의 부모가 살았던 시대와 많이 달라졌다. 그러므로 내가 살아가는 시대에 잘 적응하는 일은 육아를 지속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하나의 축이라고 생각한다.


어제도 해야 할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둘째에게 잠시 큰 목소리로 혼을 냈다가 다시 불러 조곤조곤 이야기를 해야 했고,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은 첫째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몇 마디 했다가 도리어 눈치 보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과 상황이 일상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온다. 육아라는 것, 확실히 쉽지 않다. 공부 중에 최고 난이도의 공부라고 생각한다. 빡센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러면 되돌리고 싶으세요?"라고 묻는다면 대답은 나의 No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세상에 이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경험은 없다. 사랑, 따뜻함, 충만한 느낌을 배울 수 있게 만든 것은 물론,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일에 일등공신이었음을 나는 인정한다. 이것만큼 나를, 내 인생을 정교하게 매만지게 되는 만드는 것은 없는 것 같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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