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제가 작가님 책을 몇 권 가지고 있잖아요. 물론, 작가님 말고는 없지만. (웃음) 그래서 이번에 프롤로그를 준비하면서 작가님 책의 프롤로그를 살펴봤거든요. 작가님 책의 프롤로그가 계속 바뀌더라고요."
나의 역사를 가진 분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오래전에 낸 책을 가진 분도 계시고, 2018년에 낸 책을 가진 분도 계시고, 새롭게 출간된 신간을 가진 분도 계신데, 그와 더불어 몇 권을 함께 가진 분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어제는 수업 중에 프롤로그를 쓰는 시간이었는데, HJ 님께서 하신 얘기입니다. 한 권, 한 권이 저에겐 역사입니다. 뜨겁게 호흡하고, 길게 숨을 내쉬고 싶었던 역사의 흔적입니다. 매 순간 역사성을 발휘하면서도 개별성을 희망했기에, 한 권의 책을 여는 글에서도 다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몸의 균형을 유지하되 조금씩 몸을 앞으로 내밀었는데, HJ 님께서 그 흔적을 찾아내셨던 모양입니다.
제 역사를 가진 분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한 것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오래전에 이런 피드백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책을 몇 권 읽으니, 작가님이 어떤 사람인지 만나지는 못했지만 조금 알 것 같아요"
아주 많은 것은 아니지만 가끔 메일로 마음을 전해주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얘기에 힘을 얻으면서 동시에 어떤 책임감 같은 것을 느껴집니다. 책은 곧 말이고, 말은 곧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권씩 책을 완성할 때마다 어떤 한 지점으로 이동했다는 것과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무게감을 경험합니다. 말빚을 남기고 있지는 않은지, 삶이 글을 뒤따르고 있는지 가던 길을 멈추고 묻게 됩니다.
저는 삶은 다이내믹하고 끊임없이 변화해나간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책을 꾸준히 출간했고, 프롤로그, 표현 방식도 옷을 갈아입듯 조금씩 변화를 추구해왔습니다. 똑같은 배경화면 속에서 반복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인 풍경 속에서 본능적으로, 감각적으로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마음을 마주하는 한, 프롤로그는 계속 바뀌어 갈 것 같습니다. 제 삶이 바뀌듯이 말입니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 인생에 걸쳐 지켜야 된다고 여겨지는 표현이나 방식이 글 속에서 살아 숨쉬기를 희망해봅니다. 삶과 글이 다르지 않듯, 좋은 삶이 좋은 글이 되듯, 방향성을 유지되기를 희망해봅니다. 조금은 단순하게, 그렇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우리는 누구도 실패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기를, 그런 글 아니 삶을 살아낼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