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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성을 바탕으로 인생을 바라본다

by 윤슬작가

'강력한 개인의 시대'라는 단어에 푹 빠져 생활한 적이 있었다. 벌써 몇 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어떤 작용의 결과인지 뇌리에 박혀 수시로 말을 걸어오고, 수시로 침묵하게 만들었다. 인공지능, 4차 혁명의 시대, 양극화로 둘러싸인 미래 세계에 대한 조감도는 평범한 나 같은 사람에게 두려움을 낳기에 충분했다. <평균의 종말>이라는 책의 제목처럼'평균'에 근접한 삶을 추종하던 사람에게 평균 이상, 그러니까 강력함을 지니지 못했다는 사실은 자연도태로 여겨졌다. 그러면서도 생존의 욕구는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그해 몇 권의 관련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불안해서 읽었고, 호기심에 읽었고, 방법을 찾기 위해 읽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너무 암울하게 받아들이지 말자'였다. 디스토피아적일 필요도, 유토피아적일 필요도 없는, 호불호의 문제가 아닌 현상이며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경계를 그었다.


강력한 개인의 시대가 다가올 수밖에 없는 환경에 대한 인식만큼이나 그런 환경 속에서 어떤 운동 곡선을 만들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구분은 저절로 생각을 그리로 이끌었다. 다가온 모든 것을 물리치려는 경쟁자가 될 것인가, 수용하되 흐름에 몸을 맡겨 나만의 운동 곡선을 만들 것인가. 이것이 더 중요해 보였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나만의 기준이 필요해 보였고, 나는 과거로의 복귀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가고 싶다는 생각은 던져놓기로 했다. 새로운 형식의 시대가 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는 것을 높게 평가한 후, 오늘, 지금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 연장선에서 시작된 새로운 습관이 있다. 새해가 아닌 12월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기 시작했다. 인생에 대한 참여도가 높여진 것인지, 공정하고 진실한 마음이면 충분하다는 용기를 터득한 것인지 한 해를 되돌아보는 일을 11월에 하고 있다. 11월은 마무리하는 달, 1월은 용기 내어 시작하는 달, 12월은 마음과 생각을 정비하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그러니까 나의 인생에 대한 서사성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인생에서 갖춰야 할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올 한해 용기 내어 실행한 것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는다. 행복은 즉흥적으로, 걱정은 계획적이라고 했던가. 가끔은 나에게 딱 맞는 '찐환경'을 찾아달라는 기도는 던져두고, 친환경적인 마음으로 '친인생'하기 위해 애쓴 나에게 선물을 해주기도 한다.


내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가족이 행복하고 우주가 행복하다. 나는 행복을 서사적인 접근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또 지금 여기에 있는, 무언가를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시작은 서사적인 접근이었다. 꾸준히 연습해 온 서사성을 바탕으로 강력한 개인의 시대를 맞이해볼 생각이다. 흐름에 몸을 맡겨 나의 서사성에 의미 있는 요소가 추가되길 희망하면서.


from. 기록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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