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인문학이 뭘까?"
"글쓰기요!"
"책 읽기요!"
초등학교 교실에서 만난 인문학은 '글쓰기'와 '책 읽기'였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나 사실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책 읽기를 통해 마음을 위로하고 응원해 주고 싶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자체가 인문학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인문학을 글쓰기와 책 읽기로 이해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인문학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 줄 필요가 있었다.
"얘들아, 인문학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을 말하는데,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게 목적이란다"
"아하!"
"그런데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감정을 이해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게 있단다. 그건 뭘까?"
"공부를 해야 돼요!"
"음...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닌데, 조금 쉽게 얘기해 볼 사람 있을까?"
"나를 이해하는 것... 도 되나요?"
"그럼, 그것도 포함이지!"
나는 아이들에게 인문학을 이렇게 알려주고 있다. 누구나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이며, 자기 자신과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말해준다. 알듯 말듯 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면 생각주머니를 키우고 마음자리를 넓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인문학이라고 이해해도 된다고 말해준다. 예를 들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손길을 알아차리고,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인문학적인 소양이 있는 거라고, 그렇게 예시를 들어주기도 한다.
그 얘기를 전해주기 위해 찾아간 S 초등학교 인문학 축제. 인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다음, 책의 줄거리를 이어달리면서 정리한 후, 어떤 생각과 감정을 느꼈는지 물어보았다.
"너는 어떤 마음이 들었니?"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니?"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자신의 입장에서 얘기하기도 하고, 친구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얘기하기도 했다. 부끄러운 마음에 혼잣말을 한 친구도 있었고, 분명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밝힌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빠져나올 때였다.
"사인해 주실 수 있어요?"
가끔 사인 요청을 받기는 했지만, 초등학교 친구들에게 사인 요청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호기심이든, 즐거움이든,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며 달려온 아이들의 해맑은 얼굴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오케이 사인을 보내며 한 가지 질문을 던져주었다.
"너희는 어떤 말을 들으면 가장 힘이 나니?"
갑자기 분주해졌고 아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사인을 받으면 끝날 것 같았던 분위기가 일순간 흩어지면서 갑자기 불완전한 상태로 공간이 바뀐 느낌을 전해주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이왕이면 사인받는데, 힘나게 해주는 말을 같이 적어주려고 그러는 거야"
"아하!"
"음... 저 이렇게 적어주세요"
"넌 할 수 있어라고!"
"너는?"
"지금 잘하고 있어라고!"
"꿈을 이룰 수 있어라고..."
"저는... 파이팅이라고!"
"시인의 꿈을 이뤄라고 적어주세요!"
다음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려, 사인을 해주고 교실을 빠져나오기에 바빴다. '안녕히 가세요!'라는 씩씩한 인사를 건네 아이들, 그 아이들의 마음에 힘을 불어주는 시간이 되었기를, 조금이라도 인문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본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사인에 적어달라고 한 것처럼 '지금 충분히 잘 하고 있다'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from. 기록 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