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배운다, 날마다 자란다.

by 윤슬작가

뭔가를 완전히 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출판사 일을 한 후 주변의 도움을 받고 그럭저럭 제법 많은 일을 해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주변에서 제안이 들어오면 기꺼이 마음을 내어 일에 참여하고, 배움을 넓혀가는 중이다.


담다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이 20종을 향하고 있다. 그만큼 경험이 축적되었다고 생각하는데, 희한하게도 항상 새로운 느낌이다. 일을 오래 한 것과 잘 하는 것 사이에 관계가 애매한 것처럼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만드는 일도 그런 것 같다. 책에 관여한 시간이 많다는 것이 책을 만드는 일이 쉽다는 것과 일치하지는 않는다. 원고를 넘기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편집 디자인, 저작권까지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넘친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좀 쉽지 않으려나, 조금은 만만해지지 않으려나 할 때쯤 되면 불청객이 들이닥친다. 정말 불청객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러니가 낮잠을 자려고 준비하는데, 커피 한 잔을 들이켜려고 하는데 불쑥 벨을 누르는 사람은 사실 반갑지 않다. 하지만 생각이 빗나갈 때가 많았다. 유자청을 담아오기도 하고, 집에서 기르던 화분을 가져오기도 하고, 생각나서 들렀다며 예쁜 책을 사 오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몇 번쯤 하고 나니 방법이 없다. 불청객인지 아닌지 일단 환한 얼굴로 마중 나가볼 수밖에.


어제는 일정이 완전히 영혼 이탈 상태였다. 인쇄가 완료된 책을 정리하고, 택배 포장해서 물류센터로 갈 것과 개인적으로 받아야 할 것으로 구분해야 했다. 책방에서 진행하는 구독 경제 책도 회원님들에게 택배 포장해서 발송해야 했다.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친구들 책을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1도 작업을 했는데, 4도가 나을 것 같아, 중간 디자인과 컬러를 변경했었다. 1 도와 4 도는 말 그대로 디자인도 곱하기 4, 인쇄비용도 곱하기 4에 해당하지만, 완성도를 높이고 싶다는 마음에 큰 고민 없이 방향을 수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인쇄가 끝나고 책을 올려보냈는데, 가격이 변경된 것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부랴부랴 물류센터에 있는 책을 내려보내달라고 요청하고, 창고에 있던 책을 꺼내 스티커 작업을 했다. 스티커 작업을 해서 최대한 빨리 물류센터에 올려보내야 되는 상황이라 오후 일정은 모두 취소되었다. 4시쯤 모든 작업이 끝났고, 차곡차곡 쌓아올린 택배를 보고 있는데 화가 나거나 짜증이 나지는 않았다. 신기하게도 내 입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말이 터져 나왔다.


'이번 불청객도 잘 맞이했구나'

'이렇게 또 하나 배우는구나'


인쇄가 들어가기 전에 체크해야 할 것이 있는데, 어떤 것을 추가적으로 확인해야 할지 몸으로 배웠다. 몸으로 배운 것은 오래 기억하는 법이니, 다음에는 실수하지 않겠지, 싶었다. 출판사 일이든, 작가 생활이든,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것들이 수시로 말을 걸어온다. 어떤 날에는 익숙한 주제, 또 어떤 날에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주제를 가지고 의견을 물어온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지니고 있는 최선의 것으로 대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면서 쌓인 것 같다. 의견이, 경험이, 방법이. 어떻게 하면 문제를 만들지 않고 피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살아온 사람이 참 많이 달라졌다.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삶이 날마다 나를 키우고 있는 것 같다. 땡큐, 마이 라이프!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매거진의 이전글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