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캐를 유지하면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또 다른 부캐를 탄생시키는 과정은 쉬운 과정이 아니다. 어제 공저 쓰기 수업을 앞두고, 연락이 왔다. 어린이집 원장님이신 J 선배님이었다. 근래 입학과 졸업, 행사가 맞물린 데다가 업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쌓여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계신데, 참가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말씀을 전해오셨다. 열심히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했던가.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눈에 선했다. 거기에 공저를 잘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알고 있는 터였다.
"참가하지 못하실 것 같으면, 다음 주까지 프롤로그와 챕터 2개 완성하고 오시면 됩니다. 혹시라도 가능하시면 다녀가시면 좋고요. 아무래도 이곳에서 함께 작업하시면 집중이 잘 돼서 글을 더 잘 완성하실 수 있을 거예요"
"진짜 그런 것 같았어요. 그래서 꼭 참석하고 싶은데, 조금 일찍 마칠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고 있어요..."
늘 머릿속에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있다. 글보다 삶이 먼저라고. 살아내는 것을 우선적으로 해내야 하는 거라고. 그래서 못 오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여기 와서 같이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른 선배님이 모두 참석하고 5분쯤 지났을 때였다. 딸랑, 문을 열고 J 선배님이 오셨다.
"여기에 와서 쓰고, 나누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말씀드리고, 조금 일찍 나왔습니다"
"다행입니다. 잘 오셨어요"
1시간 10분 정도 각자 글을 썼다. 따듯한 찻잔이 차갑게 식는 줄도 모르고,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도 잊은 채, 각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작가님, 제가 이런 자주 쓰는 표현 같은 게 있는데, 이런 거 안 쓰는 게 좋은 거죠?"
"아닙니다. 그런 거 없습니다. 초고 쓰실 때는 어떤 제약도 떠올리지 마시고, 그냥 써 내려가시면 됩니다. 편하게 쓰세요. 나중에 퇴고하면서 고쳐도 충분합니다"
"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처음부터 잘 하지 않아도 됩니다.'
'꾸준히 써 내려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저에 참여하면서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뿐만 아니라 삶 쓰기에 대한 자신감도 함께 회복되었으면 좋겠다. 그 마음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동시에 함께 글을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정을 되찾는 일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공저 쓰기 수업은 매력적인 작업이다. 텅 빈 공간에서 점을 하나씩 꾸준히 찍어나갈 뿐인데, 어느 순간 길이 완성된다. 그런 과정을 수시로 경험할 수 있는 나는 행운아인지도 모르겠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