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를 하는 기간에는 어느 때보다 예민해지는 게 사실이다.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겹치는 날에는 마음이 급해진다. 가끔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굳이 이렇게까지 나를 괴롭힐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생겨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퇴고가 순조롭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 같다. 문장의 전개가 매끄러운지, 가르치려고 하지는 않는지, 나의 생각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표현은 적절한지, 내가 선택한 단어가 유일어였는지 묻고 또 묻게 된다. 퇴고를 하는지, 고뇌에 빠진 건지 구분이 되지 않는데, 며칠 전에는 거의 절정이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알람이 울려 시계를 쳐다보았다. 2시간이 지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과가 많지 않았다. 정렬을 다듬은 게 고작 두 문단에 불과했다. 정말 이런 날에는 퇴고도 퇴고지만, 내가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려고 덤비는 건 아닐까 의구심이 생겨난다. 노력이 부족한 건 아닐까,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순진하게도 어쩌면 나는 너무 큰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른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낯선 것을 환대할 계기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것은 결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변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들어주겠다는 생각은 소박한 꿈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도, 그 어려운 상황을 자꾸 만들고 있다. 그러고는 그 안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열정은 더 높아진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 같다. 그만큼의 부담과 무게가 나의 어깨에 내려앉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마치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아주 글을 잘 쓸 수 있는 사람처럼, 이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처럼 계속 그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식목일쯤에 맞춰 새로운 책이 출간될 계획이다. 일정을 조정하고, 시간을 조율하며 퇴고를 진행해오고 있는데 3월부터 교정에 들어갈 예정이라 조금 더 속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두 문단을 퇴고하는데 두 시간이라니, 밤길을 걸어가는 나그네 걸음이 더 바빠지게 생겼다.
퇴고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책을 쓰는 과정에서 완성이라는 개념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일정이라는 것이 있으니 기한에 맞추기 위해 인내심을 발휘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작가님, 많이 초췌해 보여요"라는 말을 종종 듣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한순간이다. 성실한 태도로 끈기를 유지하고 있구나, 작가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뒤를 따르기 때문이다. 며칠 남지 않았다. 조금만 더 힘을 내야지 하고 어깨를 토닥토닥해본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