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음악을 벨 소리로 설정해두었다. 대부분 무음으로 해 놓지만 사무실에 혼자 일하고 있을 때는 소리로 설정을 해 놓는다. 불필요한 전화가 간혹 오기도 하지만 한 번씩 울리는 벨 소리가 마음이 환기되는 것 같아 그때그때 좋아하는 음악을 설정해놓는다. 며칠 전의 일이다. 신나는 음악이 울렸고 기분 좋게 전화는 받았다.
"여보세요"
"거기 몇 층이에요?"
"네?"
"2층 맞냐고요"
"네. 그런데 어디시죠?"
"택배입니다"
"네"
"그러니까 2층 어디예요?"
"네. 엘리베이터 내리면 바로 앞입니다"
"거기 건물이 엘 00 맞아요?"
"네. 맞습니다"
뚝.
아주 가끔 황당한 전화를 받기는 하지만 이렇게 무례한 전화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택배기사분 같은데 무슨 일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전화를 받았을 때 최소한 어디인지, 무슨 일 때문인지 얘기를 해 줘야 하는데, 앞뒤 설명도 없다. 그냥 자신의 얘기만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혼자 이런저런 추측을 하고 있는데 또다시 벨 소리가 울렸다. 좋아하는 벨 소리였지만, 번호를 보니 조금 전의 그 번호였다. 순간적으로 불쾌한 감정이 솟아올랐지만 애써 감정을 눌렀다.
"여보세요"
이번에는 음성이 더 높아져있었다.
"그러니까 거기 2층이면 1층에 뭐 있어요?"
"네?"
"건물 엘 00이라면서요. 1층에 뭐 있냐고요?"
"1층에 통신사 있고, 0피자 집, 00커피숍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어디세요?"
"네. 저는 미 000 건물인데요 1층에..."
"여기는 엘 00인데요. 지금 옆에 건물에 계신 것 같은데요?"
"... 네?"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말이 높아진다고 해서 내 말이 옳은 게 아니라는 것을, 감정을 드러낸다고 해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그래서 목소리를 낮추고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지금 보니까, 옆 건물에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엘 00건물이고, 엘리베이터 타고 2층에 올라오시면 바로 보입니다"
"... ... 죄송합니다"
또다시, 뚝.
일을 하면서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짐이 무거워서 그랬을 수도 있다고 이렇게 저렇게 짜 맞추어보았지만 불편한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딱 잘라서 말하는 사람도 못 되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례한 전화 통화에 대해 언급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바쁘고 힘드셔도, 그렇게 전화를 하시면 안 되죠...'라고. 물론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자신 없었다. 그저 잠시 혼자 상상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화장실에 가면서 발견했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택배를.
'하긴, 들어오기도 좀 그러셨겠지. 그래도 이건... 너무 하신 것 같은데...'.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