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었다면 봄이었고, 여름이었다면 여름이었을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게 느껴진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어떤 방식으로 질문을 걸어올지는 모르겠지만, 당분간 큰 위기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예상해 본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는 말을 실로 오랜만에 경험했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필요한 것과 동시에 애초 감정이 오해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배웠고,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마음에 앞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분명 잃은 것도 있을 턴데, 얻은 것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 시간이었어. 요 근래 몇 달은 일이 많았어. 일이 없어 조용하게 지나갈 것 같았는데, 의외로 일이 너무 많았어"
이른 아침, 남편과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이번에 새롭게 알아낸 것과 경험한 것, 깨닫게 된 것에 대해 말을 이어나가던 중이었다. 한참 동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이 말했다.
"음...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아픔을 함께 겪었지. 쉬운 일이 아니었지"
갑자기 웃음이 빵 터져 나오는 것을 참아내지 못했다. 남편도, 나도.
남편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로 너무 잘 아는 까닭이었을 것이다.
실은 며칠 전 남편과 말다툼을 했었다. 바쁜 일정을 이해해 주고, 불규칙한 감정 변화에 대해 공감해 주기를 원하던 나와 달리 남편은 다른 온도의 공기를 들이마시는 중이었고, 나의 말투와 행동에서 미세한 차이를 전혀 읽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뾰족한 마음이 고개를 내밀었고, 눈치 없는 남편이라며 속마음을 드러내었다. 그러면서 남편은 남편대로, 나는 나대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고, 신세 한탄 비슷한 것을 했었다. 목소리가 높지는 않았지만 누구도 무엇을 하겠다는, 어떤 부분을 배려하겠다는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이해는 했던 것 같다. 서로의 입장과 놓인 상황에 대해서. 그러면서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서로에게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보자고. 남편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던 모양이다.
유머를 발휘하는 지점이 제법 섬세하다. 위트 있는 남편을 위해 위트 있는 대답을 보내주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고 하잖아. 동시대를 살아가다는 보면 그만큼 같이 성장할걸?"
"어... 그럴까?"
from.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