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by 윤슬작가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났다. 2월 4일부터 20일까지 4년 동안 땀 흘린 국가대표들이 모여 베이징에 모여 국가를 빛내는 일,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우리나라에게서도 종목마다 적게는 한 명, 많게는 열 명에 가까운 멤버들이 참가했다. 몇몇은 메달을 목에 걸었고 시상식에 오르는 영광을 누렸다. 비록 메달을 획득하지는 못했지만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실력을 확인하고 자랑할 기회를 가진 것은 분명해보인다. 예선과 본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단 한 번으로 끝나기도 하고, 시상식에 올라가기 위해 몇 번의 경기를 치러내야 했다. 그들에게는 경기가 아니라 하나하나가 결전의 무대였다. 연습을 실천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쌓아온 시간이 없었다면 결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다. 4년, 그 이상의 시간 동안 꾸준하게 노력해온 그들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베이징 올림픽과 상관없이 요즘 자주 내뱉는 말이다. 골프를 배운지는 오래되었지만 실력은 그리 좋지 않다. 운이 좋아서 배운 골프였고, 거기에 노력이라는 것을 기울이지 않고 십몇 년을 흘려보냈다. 그러니 골프를 배웠다고, 칠 수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다 재작년부터 연습장을 다시 찾고 있다. 처음에는 스윙 자세를 기억해 내는 일에 온 힘을 쏟았고, 지금은 기억해 낸 스윙 자세 중에서 이상한 것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중이다. 골프, 쉽지 않다. 희한하게 골프공을 마주할 때마다 늘 새로운 마음이다.


골프에 재미를 붙여보자는 의미로 작년부터 짬짬이 남편과 스크린 골프장에 간다. 연습장과 스크린 골프는 또 달랐다. 물론 필드는 더 다르겠지만 일단 그건 잘 모르겠고, 스크린에서 공을 치려고 하면 마음이 왜 그렇게 바빠지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하라고 했는데' 또는 '아, 참 이거지'하면서 머릿속에서 영사기가 빠르게 돌아가고, 그 와중에 숫자는 고공행진을 한다. 18번 홀이 되었을 때 백돌이가 되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이 있다는 즐거움으로 스크린 골프장에 간다.


드라이브 교정을 위해 코칭을 받았을 때의 일이다. 코치 선생님이 그런 말을 했다. "연습을 위해 교정을 받습니다. 실전의 단번에 쓰이는 코칭은 없습니다. 연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쌓아올린 실력이 실전에서 드러나는 것뿐입니다. 연습할 때 10개가 이상하면 1개를 줄이고, 그다음에 또 1개를 줄이면서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합니다. 단번에 실전에서 먹히는, 그런 코칭은 없습니다". 그때는 몰랐는데, 스크린 골프장에서 그 말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공을 좀 잘 쳐보겠다고, 숫자를 조금 줄여보겠다고 머릿속을 이렇게, 저렇게, 동작을 이렇게, 저렇게 굴릴수록 공은 뻗어나가지 못했고, 자세는 흩어졌다. 그냥 자연스럽게 치면 된다고 얘기하지만,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뜻대로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냥, 자연스럽게'가 단순히 '그냥, 자연스럽게'가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가 되려면 머릿속으로 이렇게, 저렇게 와 같은 궁리 없이, 몸이 기억하고 물 흐르듯 저절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였다. 몸이 기억할 정도가 되어야 하니 얼마나 자주, 많이 반복해야 가능한 일인가 싶었다.


큰 깨달음은 욕심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조급함을 내려놓게 만들었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도 내려놓았다. 정말 기본이라도 충실하자는 쪽으로 완전히 몸이 기울었다. 생각났을 때 한 번씩 가서 연습하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한두 번이라도 시간을 정해놓고 연습 시간을 가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랬다. 어떤 일에 대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싶다면, 그 일에 관여하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그냥'이라는 말이 '생각을 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의 자연스러움'과 동의어라는 것을 놓쳤던 것이다. 세상에는 배움은 넘쳐나고, 어디에서든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요즘 나는 연습장에서 골프도 배우고, 인생도 배우는 중이다.


from.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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