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 인간, 업글 윤슬

by 윤슬작가

배움이 있고, 좋은 기회라는 생각으로 작년 연말 대구광역시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책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12월부터 1월까지 무리하게 일정을 잡아두지 않은 터라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득이 많지는 않겠지만,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얘기에 "한번 해볼게요"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4월 출간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퇴고를 진행해야 했고, 몇 개를 마무리하고, 또 몇 개를 시작해야 되는 상황이었지만, 지금까지 해오던 일이라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고, 예상보다 더 많은 역량을 필요로 했다. 일정도 1월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결국 2월까지 이어졌다.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니겠지만, 어쩌다 보니 오해도 생기고, 불필요한 감정을 경험하기도 했다. 섣부르게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자기중심적이 되는 상황은 피하기 어려웠다. 일을 잘 한다는 것과 일을 오래 했다는 것의 차이를 경험해야 했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 사이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도박을 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었는데, 가끔은 과욕을 부려 내가 도박을 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말 여러모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을 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정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일을 해나갈 것인지, 어떤 가치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 열정과 냉정의 비율을 어느 정도에 맞출 것인지까지. 마지막 책이 인쇄에 넘어갔고, 퇴고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언제쯤 끝이 나려나 했던 일들이 하나씩 마침표를 찍고 있다. 대단한 일을 해냈다거나 매력적인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솔직히 고백하면 어느 해보다 치열한 겨울이었고, 어느 때보다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와의 마찰이 잦았다. 하지만 나는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 모든 것이 내가 가고자 하는 길 위에서 생겨났다는 것을. 그런 까닭에 감히 이렇게 마무리할까 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나는 수준을 업그레이드를 했고, 능력을 업데이트했으면, 결국 업글 인간이 되었다고.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