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목격하는 것은 슬픈 일이다

by 윤슬작가

사진으로만 보았던, 혹은 책으로만 만났던 "전쟁"을 실시간으로 보게 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는 정당하다는 듯 여러 경험을 바탕으로 힘을 자랑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어렵게 이뤄낸 독립에서 한발 더 나아가 NATO 가입을 통해 정체성을 지키겠다고 저항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은 힘의 논리에 의해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워 보인다.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푸틴이 잘못되었다고, 러시아의 선택이 틀렸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며칠 전에 읽은 기사가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그녀는 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선생님이었다. 그녀는 러시아, 정확하게는 푸틴을 향해 의미 없는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그녀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가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희생양이 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 사실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나도 그녀처럼 생각했다. 러시아가 침공이라는 것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아무도 푸틴이 진짜 전쟁을 일으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미국 간의 ‘게임’에서 볼모라는 것을 이해한다. 일종의 협상 카드였겠지만 우리의 세상은 뒤집혔다.


-"러시아의 엄마와 푸틴에게..." 러시아 침공으로 집이 무너지고 얼굴 피투성이 된 우크라이나 여성이 "의미 없는 전쟁 멈춰"라고 호소했다 (사진) | 허프포스트 코리아 (huffingtonpost.kr)




UN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러시아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있다. 직접적인 개입으로 인한 확전 양상은 피하는 모습이다. 정말 그랬다가는 3차 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을 테니까. 유엔 총회에서 러시아군 철군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141개국이 찬성했다고 하고, 우리나라도 철군 찬성에 한 표를 던졌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처럼 결의안 채택을 반대한 곳이 5국가, 중국, 인도, 이란처럼 기권을 선택한 국가가 35표였다고 한다. 나는 모두 반대에 투표할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무기를 무장하고 누군가를 죽이는 일은 잘못되었으니까. 정치를 하나도 모르는 사람의 무지한 생각일 수 있지만, 전쟁을 목격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수잔 선택의 글처럼 고통스러운 얼굴에 대해 연민을 가지는 것이 미안함을 갖게 한다. 내가 그 일을 만들어내는 것에 어떤 식으로 영향력을 미치지 않았다는, 그래서 나는 무고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마음 같아 불편하다. 수잔 선택은 연민을 베푸는 것을 끝내라고 말했지만, 대안이 없다. 그들을 보호해 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한데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국제 사회의 연대의식이 러시아로 하여금 다른 선택을 하게 할지, 아니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산의 주장을 굽히지 않을지, 대협상이 이뤄질지 궁금하다. 하루라도 빨리 의미 있는 결과를 낳아 어떤 형태로든 고통받는 사람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민을 느끼는 한, 우리는 우리 자신이 그런 고통을 가져온 원인에 연루되어 있지는 않다고 느끼는 것이다. 우리가 보여주는 연민은 우리의 무능력함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고함을 증명해 주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의 선한 의도에 불구하고) 연민은 어느 정도 뻔뻔한(그렇지 않다면 부적절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특권을 누리는 우리와 고통을 받는 그들이 똑같은 지도상에 존재하고 있으며 우리의 특권이 (우리가 상상하고 싶어 하지 않는 식으로, 가령 우리의 부가 타인의 궁핍을 수반하는 식으로) 그들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숙고해 보는 것, 그래서 전쟁과 악랄한 정치에 둘러싸인 채 타인에게 연민만을 베풀기를 그만둔다는 것, 바로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과제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휘저어 놓는 고통스러운 이미지들은 최초의 자극만을 제공할 뿐이니.


- 타인의 고통 p.154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업글 인간, 업글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