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에는 코스모스가 있을까?"
다소 엉뚱한 질문으로 <코스모스>에 관한 흔적을 남겨볼까 한다. 가능하면 서평 또는 리뷰를 쓰려고 노력하는데, <코스모스>는 아무래도 독서에세이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 부족한 배경지식이 이유가 될 것 같다. 술술 읽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몇 번이나 다시 읽은 부분이 상당하다. 그런 상황에서 700페이지가 넘는 분량 중에서 과연 내가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부끄러운 마음이 한가득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적을 남기려는 이유는 칼 세이건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 때문이다. 덕분에 우주까지 시선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덕분에 내가 어디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내가 누구인지와 같은 인문학적인 질문에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내가 이해한 부분을 글로 옮겼다. 따라서 오류가 발견될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주면 성실하게 다듬어 칼 세이건의 꿈이 조금이라도 더 잘 전달되도록 마음을 다하겠다.
<코스모스>는 칼 세이건의 1980년 작품이다. 우크라이나 이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난 칼 세이건은 1934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그는 시카고 대학에서 인문학 학사, 물리학 석사, 천문학,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 대학 유전학 조교수, 하버드 대학교 천문학 조교수, 캘리포니아 공과 대학 특별 초빙연구원, 행성 협회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NASA의 자문 위원으로 보이저, 바이킹 등의 무인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했으며, 과학의 대중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1996년 12월 골수성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과학 하기'를 통해 우주를 설명하고 인간과 우주를 연결고리를 설명해 주기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했다. 13부작으로 제작된 다큐멘터리 '코스모스'가 유명하며, 그의 대표 작품인 <코스모스>는 세계의 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과학 고전으로 불리고 있다.
<코스모스>는 1장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를 시작으로 '누가 우리 지구를 대변해 줄까'까지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주적 시각에서 태양계, 지구, 지구인의 활동을 설명하려는 접근 방식이 신선하고 경이로웠다. 정말 한 사람의 힘으로 정리해낼 수 있을까 싶을 만큼의 방대한 양과 과학적, 인문학적, 예술적 전달과 해석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과학적인 설명과 적절한 비유가 어우러져 읽는 동안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더러 있었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한 권의 문학작품을 읽는 기분을 갖게 했다.
'코스모스'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카오스(혼돈)과 대응되는 개념이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를 통해 만물이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우주의 대폭발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까지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한 인간의 삶은 너무 짧다는 것으로 시작한다. 우주를 거대한 바닷가라고 했을 때, 지구는 그 끄트머리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하니 그의 고백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인류는 용감하게도 하늘로 고개를 돌린다. 코스모스를 이해하기 위해, 우주의 질서를 발견하기 위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1장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면 2장은 우주의 질서와 우리의 질서에 큰 차이가 없음을 설명한다. '우주의 푸가'라는 제목처럼 인간과 나무 모두 분자 수준에서 시작되었으며 화학반응의 결과에서 동일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3장에서는 점성술을 소개한다. 점성술이 운명을 점치는 일에도 쓰이고, 정치에도 활용되었던, 전혀 과학적이지 않았던 시대에 대해 알려주면서 점성술이 과학, 천문학으로 이어진 배경을 설명한다. 여기에 과학시간에 자주 만났던 과학자가 여럿 등장한다. 그들 덕분에 지상에서 일어나는 법칙이 천상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며, 인간의 사고방식과 세계가 돌아가는 방식이 서로 공명한다는 것을 밝혀낸다. 오늘날 우리가 가진 우주관, 세계관, 우주 탐험의 출발점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겠다.
4장은 지구에 부딪친 행성에 대한 인식이 어떤 과정으로 변화했는지를 알려준다. 과학적인 현상으로 이해하기보다 공포심이나 경외심으로 이어졌던 상황을 전달하면서 이후 행성 천문학자들의 도움으로 모든 것이 코스모스 질서 내에서 일어난 자연선택의 결과라는 사실을 이해시켜준다. 예를 들어 혜성의 경우 다양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연구 덕분에 태양의 대기에서 뿜어져 나온 물질의 흐름이 태양풍이며, 태양풍 때문에 먼지 조각과 얼음이 혜성 핵 뒤편으로 밀려나가면서 꼬리가 만들어졌다는 것을 밝혀낸 것이다.
5장은 붉은 행성, 화성에 대해 지구화를 꿈꾸는 인류의 생각을 녹아져있다. 화성 탐사 연구에 대한 개척자들 덕분에 화성에 대한 초기 정보를 확보하게 되었는데 1976년 7월 20일 지구로 전송된 화성 표면 사진에서 생명의 정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재 알려진 것처럼 화성은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 조건을 지니고 있다. 그런 이유로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데, 화성에서 정착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어떤 성과를 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6장은 하위헌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17세기 초에 발견된 현미경과 망원경을 통해 인간의 가시 한계를 보다 큰 영역으로 확장하게 되는데, 하위헌스는 유리를 갈아 망원경 제작에 필요한 렌즈를 만들어 5m 길이의 굴절망원경을 제작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발자취를 따라 지구 외 다른 행성의 크기의 측정한 첫 번째 인물이라고 한다. 그리고 보이저 우주 계획에 대한 성과에 관한 부분도 나오는데, 보이저 2호는 태양전지 대신 핵발전소에서 연료를 공급받도록 설계되어 우주 항해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 덕분에 목성을 포함한 다른 행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7장은 보츠와나 공화국 칼라하리 사막에 하는 '쿵족'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쿵족은 하늘을 거대한 짐승으로 보았고, 우리는 그 짐승의 뱃속에 산다는 생각했다. 머리 위의 은하수를 짐승의 등뼈로 이해하여 '밤의 등뼈'라고 불렀다는데, 인류가 상상하기를 즐겼다는 단적인 예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인류사의 변천과 함께 조금씩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모습을 갖추게 된다. 세상을 물로 이해한 탈레스부터 실험의 중요성을 인지한 아낙 시만 트로스,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뜻을 가진 원자라는 개념을 설명한 데모크리토스까지 우주 만물을 이해하려는 연구가 계속 이어진다. 결국 피타고라스는 지구는 공과같이 둥글다고 추론했을 뿐만 아니라 코스모스라는 단어를 활용해 우주를 아름다운 조화가 있는 천제라고 이해하여 우주를 인간의 이해 범주 안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다. 이는 요하네스 케플러에게 전달되고, 케플러는 자연에는 수학적인 조화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우주는 곳곳마다 조화로운 비율로 꾸며져 있다"라는 말을 남긴다.
8장에서는 우주에 대해 상상하고 추측하기보다는 질서와 규칙을 설명기 위해 노력한 과학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아인슈타인이다. 실제 현상을 통해 우주를 설명하고 싶어 했던 그는 가설을 세워 그것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인간과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노력 덕분에 물리학은 놀라울 정도로 성장하게 되었으며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우주선 개발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과거로 여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얘기한다. 우주로의 여행은 미래를 위한 쓰임에 가치를 두어야 하며, 미래에 도움이 되는 결정을 위해 별들 속으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9장에는 우리의 세계가 양성자, 중성자, 전자의 구성비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태양으로부터 분출된 수소와 헬륨, 핵융합 과정을 설명하며 별의 탄생과 죽음에 대해 설명한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빛은 결국 태양의 핵융합반응의 결과이다. 태양과 같은 종류의 별이 계속 태어나고 있는데, 태양은 헬륨 원자들 사이 간격이 조금씩 좁아지면서 핵력이 발생하고 핵융합을 일으키다가 수십억 년이 흐른 후에는 점점 식어 흑색 왜성이 되어 사라진다. 생명의 탄생과 진화, 쇠퇴의 과정이 별의 탄생과 진화, 쇠퇴와 다르지 않다는 증거이자, 코스모스의 자녀인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10장에서는 우주 팽창설, 수축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익숙하지만 한없이 어렵게 느껴졌던 우주 배경 복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대폭발 이후 우주는 계속 팽창 중이라고 한다. 이때 처음에는 파장이 짧은 감마선이 방출되지만 점점 온도가 낮아지면서 결국 긴 파장이 빛을 내게 되는데 이것을 우주 배경 복사라고 한다. 우주 배경 복사를 통해 생명의 근원에 해당하는 빛이 어디에서 출발되었는지, 우리가 코스모스 대서사시에 일부라고 하는지 조금 더 과학적 근거를 갖도록 도와준다. 그러면서 칼 세이건은 정들었던 우주가 아닌 다른 우주로 뛰어들어 보면 어떨까라는 재미있는 상상을 제안했는데, 그 또한 신선했다.
11장에서는 우주로 향하던 시선을 인간의 유전자로 끌어내린다. 인간의 유전자 역시 고래나 다른 동물의 유전자처럼 핵산이라는 분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핵산이라는 분자는 화학적 기본 재료를 사용해 복제는 물론 유전적 정보를 발현하는데, 인간의 DNA는 네 종류의 핵산 분자로 이뤄져 있다. 알고 있겠지만 DNA는 수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데, 예를 들어 웃는 법, 재채기하는 기술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다시 말해 DNA는 유전자를 설명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책이 가득 담긴 유전자 도서관에 해당하며, 도서관은 정보의 수정과 변화, 진화의 과정을 경험하며 업그레이드되어 보관 전달되고 있다.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대뇌피질의 세 단계 걸쳐 인간이 지금과 같은 지능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우연과 필연의 조화, 관계 맺기를 통해 지금에 이른 것이다. 인간은 지구라는 곳에 태어난 여러 진화의 산물이며, 그러므로 다른 종류의 생명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메시지라는 생각을 하며 페이지를 넘긴 기억이 난다.
12장은 보이저호 이야기가 나온다. 보이저호는 '지구 인류 백과사전'을 지닌 채, 지금도 정보를 이해해 줄 행성을 찾아, 종을 찾아 탐험을 이어나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탐사선이 보내오는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알지 못하는 신호, 다른 은하에서 보내는 신호를 놓치지 않기 위해 통신 기술을 향상시켜나가고 있다. 장애 요인은 존재한다. 어쩌면 교신을 성공시키고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물론 <은하대백화사전>을 완성시키고 싶다는 것 자체가 욕심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칼 세이건의 주장처럼 <은하 대백과 사전>을 만들려는 탐사 노력은 밑지는 작업이 아니다. 어떤 새로운 정보를 얻어내지 못한다고 해도 탐사를 통해 '지구의 인간'으로 불리는 우리 한 명, 한 명이 존중받아야 할 마땅한 척도가 확인되는 셈이니까.
13장에서는 과학자로서의 칼 세이건의 고민을 발견할 수 있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외계행성 탐사하는 데에도 쓰임을 발휘했지만 핵무기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기여를 했다. 우주가 아닌 전쟁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에 대한 과학자로서의 성찰이 드러나는데, 코스모스로부터 시작된 인류의 정체성을 규명하려는 과정을 설명하는 것과 동시에 지구인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의 혼란시키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희망한다. 무리생활에서 진화한 인류는 기본적으로 상호 동반자적인 기록이 각자의 도서관에 기록되어 있으니, 기록을 기억해 내고, 실천하려는 용기가 발휘해 인류와 지구 전체를 사랑하려는 마음이 <코스모스>의 종착지가 되어야 한다고.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고 시적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돼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 있었던 대사건들뿐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들까지도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우주의 기원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과 만나게 될 것이다."
- 코스모스 머리말 중에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정리를 해보고 싶었던 책이다. 아이들과 함께 읽는다는 사명감 덕분에 두 번 읽을 기회를 가졌다. 내가 이해하고 있는 과학적 지식은 부족하여 맥락적으로 받아들였을 뿐 세밀한 언급과 터치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머리말에서 그가 밝힌 것처럼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발견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나름의 대답을 마련한 것 같다. '과학 하기'라는 개념을 포함해 과학이 본질적으로 재미있는 학문이라는 그의 생각에 공감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은 의외의 수확이다. 칼 세이건은 '과학의 성공은 스스로를 교정하는 자정능력에 있다'라고 했다. 그 연장선에서 <코스모스>는 나의 자정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었음을 고백한다. <코스모스>라는 대단한 기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이미 알고 있다고 여기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일련의 방식에 대해 자부심을 높이는 시간이었다. 처음에 던졌던 엉뚱한 질문에 대한 답으로 글을 마무리해 볼 생각이다.
"코스모스에는 코스모스가 있을까?"
"코스모스에 코스모스는 없다. 코스모스를 사랑하는 지구인이 존재할 뿐이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