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이 좋다

by 윤슬작가

좋아하는 음악이 생겨나면 곁에서 봤을 때 '질리지 않아?'라는 얘기를 들을 만큼 반복해서 듣는 편이다. 집착 아닌 집착이 생겨나는데, 유독 음악이 그렇다. 장르를 가리는 것 같지는 않다. 리듬이 좋은 팝송은 따라 부르지도 못하고, 가사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차에서 이동하거나 혼자 멍 때리기를 할 때면 계속 틀어놓는다. 가요도 비슷하다. 가요는 노래 가사가 좋은 경우 흥이 더해진다. 리듬이 좋아서 빠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흥이 넘치면 피아노로 칠 수 있는지 알아보기도 한다. 몇 달 전의 일이다. 유튜브에서 누가 비오의 <리무진>을 피아노로 연주하는데 너무 좋았다. 다음 날 피아노 앞에 앉아 인터넷에서 악보를 찾았다. 어려워서 완곡은 어려워 보였다. 잘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즐길 수 있는 부분만 연습해 보기로 했다. 앞쪽의 한 줄 정도만 열심히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내게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아주 작은 범위였지만 충분히 행복했다.


나는 트로트도 좋아한다. 예전에 아버지 일을 도와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었다. 현장에 아주머니가 40명, 50명 정도 있었는데, 항상 트로트가 흘러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그 노래도 알아?'라고 묻는 경우도 있는데, 모두 그때 배운 것들이다. 음악은 단순한 소리의 집합이 아니다. 그 속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고, 또 수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장르와 상관없이 마음을 뺏기는 것은 순식간이다. 어느 음악보다 흥이 넘치는 트로트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마음 한구석이 아련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그때부터인 것 같다. 일부러 그런 느낌을 찾고 싶을 때 트로트를 찾아 듣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작업을 할 때도 음악을 틀어놓는 경우가 있다. 배경화면처럼 내 곁을 흐르도록 놔둔다. 그러면 희한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생각이 흩어진다 싶으면 지체 없이 음악을 끈다. 음악을 좋아하는 나의 행동은 집에서 유감없이 힘을 발휘했다. 기상 시간에 맞춰 비발디 사계를 틀어놓거나 군대행진곡을 유튜브에서 찾아 틀어놓곤 했다. '일어나'라는 기상 인사를 대신하기 위해, 따듯하고 부드러운 기분으로 희망찬 아침을 맞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소리를 조금 높이기도 했다. 하지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지 말라고 했던가. 결과는 의도를 빗나갔다.


"엄마, 너무 시끄러워"

"그 음악 이제 안 들으면 안 돼?"


어찌 되었건 기상은 했으니, 목표는 달성했는데,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이렇게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일어나는 기분, 좋지 않아?"라고 몇 번 물었다가 대답이 없어 더 이상 묻지 않고 있다.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어났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음악이 기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어설프게 몇 마디 보탰던 기억이 떠오른다.


"혹시 듣고 싶은 거 없어?"

"아침에 이 음악 들으면 정말 좋겠다 싶은 거 없어?"

...


"딱히?"

"없는데?"


아... 아쉽다!


from. 기록디자이너 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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